본문 바로가기
영화

『오펀 : 천사의 탄생』 리뷰

by 0I사금 2025. 4. 6.
반응형

영화 『오펀 : 천사의 탄생』은 『오펀 : 천사의 비밀』의 후속편입니다. 예전에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속편이 거의 13년 만에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화제가 되었던 기억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전편인 『오펀 : 천사의 비밀』을 보게 된 경위는 속편이 마침 개봉을 한 덕택이었습니다. 전작이 수작 공포영화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기 때문에 흥미가 생겨 당시 넷플릭스에 올라와있던 작품을 감상했고, 사람들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실감했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리고 블로그에 리뷰를 쓰면서 영화의 속편은 사정이 있어 극장에서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되면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오늘 유플러스 영화 목록에 공개된 걸 알고 재생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 영화의 제목을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전작인 『오펀 : 천사의 비밀』의 원제는 'Orphan(고아)'이며 한국 개봉 당시 '천사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붙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13년만에 나온 속편의 원제는 'Orphan: First Kill'이며 '첫번째 살인'이라는 뜻이지만 한국에서는 전작을 연상하게라도 하듯 '천사의 탄생'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작중에서 주인공인 에스더(본명 리나)가 어떤 식으로 자신을 위장했는지를 연상한다면 적절한 부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천사'라는 단어가 작중 에스더의 살인 행적과 대비되어 아이러니함을 안기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의 내용을 더 부각하는 훌륭한 제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영화의 비하인드를 찾아보면 이 영화가 실화라는 설에 대해서는 의견이 좀 분분한 것 같으며, 소재만으로 따진다면 굉장히 참신한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탄생시킨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일단 속편인 『오펀 : 천사의 탄생』은 '탄생'이라는 그 부제답게 에스더가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어떻게 에스토니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오게 되었는지 초반부터 긴장감 있게 풀어냅니다. 에스토니아의 정신병동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분류되어 감시를 받던 주인공 리나는 병동의 사람들을 살해하고 자신을 치료하러 온 미술 치료사마저 살해한 뒤 병동을 탈출하게 됩니다. 다만 여기서 에스더가 경비원인 남성을 유혹한 뒤 벽에 내리쳐 살해하는 등 놀라운 완력을 발휘하거나 탈출을 너무 쉽게 감행해서 약간 허술함이 느껴졌는데 후반부 다른 이들의 공격을 받았을 때 힘으로 밀리는 장면이 나와 개연성이 떨어진다 싶은 부분도 없지 않았어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에스더의 탈출은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는데 거기다 자신이 살해한 미술 치료사의 집에서 실종 아동의 기록들을 검색한 뒤 그중 생김새가 가장 유사한 '에스더'로 위장하여 미국으로 넘어가게 되는 등 지략적인 면모도 충분히 발휘하여 과연 에스더의 폭주가 어디까지 갈지 기대되게 만드는 구석이 있더라고요.

에스더는 마치 자신이 러시아로 납치되어 기억을 잃어버린 것처럼 위장하여 화가인 앨런과 트리샤의 가정에 들어가게 됩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에스더가 딸을 잃어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부유하고 이상적인 미국의 가정으로 들어가 전편처럼 그들의 집안에 피바람을 일으키는 내용을 예상하게 되며, 실제 사라진 에스더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 행동에서 거짓이 조금씩 드러나게 되고 언제 그 가족들에게 정체를 들키게 되는지 과연 누가 먼저 에스더의 희생자가 될 지 조마조마하는 심정으로 보게 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초중반부터 구석구석 뭔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장면들을 삽입해 놓았는데, 시청자로 하여금 위화감이 드는 장면들은 알고 보니 영화의 중반부에 드러나는 반전과 크게 관련이 있더라고요. 보다 보면 에스더의 아버지인 앨런은 딸의 실종으로 상심하여 그림 작업도 손을 놓았던 반면 그 부인인 트리샤는 어머니면서 딸의 행방에 남편보다 먼저 체념한 모습을 보이거나 오빠인 거너는 돌아온 동생에게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등 미묘한 장면이 연출되니까요.

영화 중반 에스더가 가짜라는 걸 알아채는 인물은 가족이 아닌, 진짜 에스더의 실종을 담당했던 형사로써 그는 경찰 특유의 촉이었는지 에스더의 정체에 의문을 품고 그의 지문을 구해 실제 에스더의 지문과 조회해보기까지 합니다. 어떤 의미로 그는 사건의 본질에 가장 먼저 다가갔으면서 그 덕택에 사망 플래그를 가장 먼저 꽂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형사의 죽음과 함께 앨런과 트리샤 가족에게 숨겨졌던 비밀이 무엇인지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안겨다 주더라고요. 다름 아니라 진짜 에스더의 실종은 실종이 아닌 오빠인 거너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게 진실이며, 어머니인 트리샤는 자신의 '화목한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딸의 죽음을 묻고 실종으로 위장했다는 반전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오빠 거너가 친구들과 마약을 하면서 동생인 에스더를 조롱하고 친구들에게 험담을 하여 에스더의 분노를 사는 장면이나 트리샤가 딸의 실종에 남편보다 덜 연연하는 태도가 비로소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고 할까요?

에스더의 진짜 정체를 알아챈 트리샤와 거너 모자는 에스더를 협박하여 통제하려 하고 끝내 그가 말을 듣지 않자 자살 혹은 사고로 위장하여 살인을 시도하게 되는데요. 분명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는 에스더로 인해 애꿎은 집안이 피를 보겠다며 안타까워했지만, 실제로는 두 모자는 에스더 못지 않은 사이코패스에 가까워서 영화가 진행될수록 빌런이어야 할 에스더를 응원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다고 할까요? 후반부 두 모자와 에스더의 몸싸움 끝에 집안에 화재가 일어나며 에스더의 살인 행적은 사고로 묻혀버리게 되는 것이 영화의 결말. 그런데 사건의 또 다른 원흉인 트리샤가 에스더의 손이 아닌 추락사로 사망하는 건 좀 허망하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저 집안에선 정상인이라고는 오로지 아버지인 앨런뿐이었다는 점인데, 앨런은 딸이 가짜라는 걸 눈치채지 못한 채 오히려 에스더가 그림에 재능이 있다고 믿어 미술대학에 추천까지 하려는 등 진짜 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처음 그가 화가라는 사실이 언급되었을 때 예술가 특유의 성격으로 사회성이 없어서 어리석게 군다거나 어딘가 구린 구석이 있을 거라는 예측과 전혀 달랐다고 할까요? 그는 줄곧 자신의 부인과 아들에 의해 농락당했을 뿐만 아니라 막판에 에스더가 가짜라는 걸 알아차리긴 했지만 끝까지 아내와 아들의 비밀은 눈치채지 못하고 사망하는 등 순수하게 피해자에 가까운 인물이었어요. 참고로 전편 『오펀 : 천사의 비밀』에서 에스더가 그림을 그리면서 야광 물감을 이용하는 연출은 바로 앨런을 통해 습득한 거라는 게 나와 전편과의 연결성을 살려주기도 하는데요. 또한 작중에서 거너가 석궁을 사용하는 장면이나 앨런의 입으로 화재가 날 뻔했다는 언급 등 후반부 장면의 떡밥을 회수한 장면도 눈에 띄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번 속편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전편과 비슷한 구도를 가는 듯하면서도 변화를 주어 반전을 성공적으로 안겨주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야말로 전편못지않은 훌륭한 속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28x90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극권』 리뷰  (1) 2025.04.08
『논스톱』 리뷰  (0) 2025.04.07
『로보캅(2014)』 리뷰  (0) 2025.04.06
『겨울왕국 2』 리뷰  (1) 2025.04.05
『겨울왕국』 더빙판 리뷰  (0) 2025.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