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예전에 넷플릭스에 들어갔을 때 영화 목록 중에서 우연히 발견한 영화였습니다. 본디 드라마를 많이 보는 편이긴 하지만, 『잠』 같은 경우는 찾아보니 호평이 좀 많이 보이는지라 좀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개봉 당시에는 영화를 보러 갈 생각을 하지 않았고, 보통 넷플릭스에서도 자주 찾아보는 건 드라마지 영화가 아니라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이번에 재생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 찾아본 평들에는 줄거리는 얼마 없고, 공포영화로써 완성도가 괜찮다는 평이 많아서 대강 어떤 내용인지 짐작은 하지 못한 채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요. 일단 제목이 『잠』이니까 잠을 자면서 겪는 악몽이 공포 요소라거나 잠들면 나타나는 증상이 문제라거나 예상을 했었습니다. 몽유병 같은 건 은근 괴담에 많이 나오는 소재이기도 하고요.
일단 영화는 사이좋아 보이는 부부가 등장하며, 출산을 앞두고 있고 부인인 수진(배우 정유미 분) 쪽에선 아직 무명이지만 배우 일을 하는 남편 현수(배우 이선균 분)을 응원하는 등 굉장히 살갑고 사이좋아 보이는 모습을 보여줘서 과연 저기에 공포스러운 무언가가 낄 수나 있을까 싶었습니다. 초반부터 아파트 어두운 곳에서 이상한 소음이 들린다거나 남편이 이상한 잠꼬대를 한다거나 키우는 강아지(이름 후추)가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등 어딘가 섬뜩한 요소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초반부에는 시선을 확 끌만한 공포스러운 장면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조금 기다리면 섬뜩하다 싶은 장면이 등장하는데 바로 남편 쪽에서 자다가 갑자기 볼을 피가 날 정도로 긁으면서 부인인 수진을 기겁하게 만들더군요.
거기다 현수는 자는 와중에 돌아다니며 생고기를 먹어치우는 등 사람이 놀랄만한 짓을 저지르는데, 여기까지는 극단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스트레스 때문에 일어난 몽유병 증상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래층에 이사 온 여성이 수진과 현수 부부가 소란을 일으킨 것도 아닌데 층간 소음이 심하다고 조심해달라고 한다거나 반려견이 공포에 질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어딘가 주변에 미묘한 일이 일어난다는 분위기가 감돌긴 하지만요. 문제는 현수의 몽유병 증상이 심해져 반려견 후추가 죽기까지 하고, 수진은 딸을 출산한 이후로 딸이 위험에 빠지는 악몽에 시달리는 등 덩달아 불안한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수진과 현수는 수면 클리닉을 찾아가 치료를 꾸준히 받기도 하지만 큰 차도가 없는 상황이 이어지게 돼요.
여기에 수진의 친모가 무당에게 부적을 얻어 와 괜히 어수선한 심리를 만드는 건 덤. 그런데 영화 중반까지는 수진을 죄어오는 공포의 실체가 무엇인지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몽유병에 시달리는 현수와 더불어 수진까지 불안한 악몽을 꾸면서 점점 폐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래서 중반까지는 엉뚱하게도 이 모든 것이 수진의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두려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정작 무엇 때문에 두려운지는 나오지 않고, 귀신의 소행이라고 하기엔 불확실한 장면이 많아 출산 이후 스트레스가 심해진 수진이 망상장애를 앓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고요. 여기서 수진의 친모가 무당을 데리고 오면서 부부의 아파트에 귀신이 들어왔다는 말까지 남기지만 신뢰가 가는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무당이 남긴 말이 수진에게 심리적으로 영향을 준 건지, 후반부의 수진은 이 모든 사태가 귀신의 소행이라고 믿게 된 것 같았습니다. 수진은 자신들을 괴롭히려 남편의 몸에 들어온 귀신이 아래층에서 살다가 죽은 노인 - 현재 이사 온 여성의 아버지라고 생각하여 그 귀신을 내쫓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데,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남편 현수를 설득하기 위해 피피티 자료까지 마련하고 모든 준비를 마친 장면은 귀신을 넘어서 사람이 더 무섭다는 걸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갈 데까지 간 사람은 귀신도 무섭지 않고 오히려 귀신을 겁박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할까요? 어쩌다 보니 이 사태에 말려든 아랫집 여성과 반려견 앤드류는 무슨 죄인가 싶었는데 영화를 유심히 보다 보면 초반에 나왔던 작은 요소들이 후반부 장면을 위해 촘촘하게 준비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겠더라고요.
영화 중반부에 몽유병 증상으로 불안해진 남편 현수를 위로하면서 수진이 읊던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할 문제는 없다"라는 말은 영화의 후반부를 요약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수진의 노력(?)으로 결국 현수의 몸에 빙의된 귀신은 물러나게 되는데요.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귀신의 출현은 뚜렷하게 등장한 적이 없고, 다만 기묘한 소음과 반려견의 예민한 모습만으로 암시해 주었기 때문에 진짜 귀신이 있던 건지 아니면 수진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현수가 자기 특기를 이용해 수진이 원하는 모습을 연기한 것인지는 모호하더라고요. 어쨌든 주인공 부부는 위기를 극복하고 평온을 얻게 되며 바로 자신들이 읊은 말대로 결말을 쟁취한 것이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이후 현실적인 문제는 상상으로 넘어가야 할 부분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만약 귀신이라면 주인공이 완력과 협박으로 귀신을 물리친 내용인지라 참신하단 생각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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