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시디어스』 시리즈는 같은 감독의 『컨저링』을 보고 나서 흥미가 생겨 챙겨보게 된 작품입니다. 영화는 『컨저링』과 비슷하게 주인공인 조쉬와 르네 부부가 자식들을 데리고 이사 온 집에서 이상한 일을 겪는 것으로 시작하는데요. 다만 『컨저링』 때완 다르게 인시디어스의 배경은 현재이며 애플 로고가 박힌 노트북을 이번 1편에서도 발견하는 등 재미난 부분도 눈에 들어왔고요.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꽤 공포영화의 정석대로 흘러갔다 싶은 『컨저링』과는 달리 『인시디어스』는 여러모로 변화를 준 게 보이는데 일단 주인공 부부와 자식들이 겪는 유령 소동은 집이 원인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르네는 아이들의 방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소리와 인기척에 놀라고 심지어 장남인 달튼마저 넘어진 뒤 혼수상태에 빠지는 일이 발생하자 모든 일이 집이 문제라 생각하여 남편에게 부탁해 이사를 감행합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복선이랄지 남편 조쉬의 사진이 별로 없다는 것이 언급이 되는데요. 하지만 이사를 오고 나서도 이상한 인기척, 갑작스럽게 벽장에서 나타난 아이의 모습이나 집안을 돌아다니는 기괴한 남자의 모습 등 무서운 일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공포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기괴한 비주얼이나 시각효과도 효과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운드였습니다.
결국 조쉬의 어머니의 도움으로 진 주인공인 앨리스(자막에서는 일리스)와 그 조수 미스터리 헌터인 스펙스와 터커의 도움을 받기로 합니다. 후에 나온 『인시디어스』 3편과 비교하면 좀 너드 분위기에 어딘가 어설펐던 스펙스와 터커는 여기선 단정한 정장 차림에 자신들의 일을 조쉬 부부에게 잘 설명하는 등 좀 더 능숙하고 전문가적인 모습을 보여 차이점을 줍니다. 그리고 집을 조사하면서 진짜 유령의 흔적을 발견하여 크게 당황하지 않고 바로 앨리스에게 연락을 하는데요.
여기서 도움을 청하던 르네와 달리 조쉬의 냉담한 반응은 답답하지만 어찌 보면 현실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반응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신뢰를 보이지 않던 조쉬도 아들의 그림을 단서로 자신의 집에 일어난 일이 보통 일이 아님을 깨닫고 앨리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하지요.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조쉬의 어머니가 앨리스와 알고 있고 도움을 청할 수 있던 배경에는 바로 조쉬의 과거 능력이 문제였단 게 드러납니다.
즉, 아들인 달튼이 유체 이탈 능력을 깨닫고 영혼과 육신이 멀어진 것처럼 어릴 적 조쉬 역시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조쉬의 어머니가 그의 사진을 찍을 때마다 검은 옷을 입은 노파의 모습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알고 불길함을 느껴 앨리스에게 도움을 요청한 뒤 그 능력을 봉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것을 통해 어째서 3편에서 검은 옷을 입은 악령이 앨리스를 증오하여 그녀를 죽이려 했는지가 어렴풋이 드러나는데 이 인시디어스 세계관을 살펴본다면 ‘저세상’에서 건너온 살아있는 육체를 빼앗아 삶을 되찾으려는 영혼들이 있다는 것.
또한 붉은 얼굴을 한 기괴한 악령 혹은 악마는 인간의 고통을 즐기기 위해 나타난다고 하는데 검은 옷의 악령은 조쉬의 몸을 빼앗으려다 과거 앨리스에게 저지되면서 그것으로 그녀에게 원한을 가졌고 과거 이야기를 다루는 3편 내내 앨리스를 괴롭혔으며 1편의 막판에 분풀이를 한 셈입니다. 반면 붉은 악령은 인간의 고통을 즐기는 존재로 굳이 인간의 몸을 빼앗을 목적이 아니라 앨리스나 조쉬, 달튼 부자 같이 영매의 능력을 가진 존재들 주위를 맴돈다는 게 드러나며 인시디어스 3편 마지막 장면에서 불길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 납득이 간다고 할까요.
이 『인시디어스』는 꽤 재미있었지만 불길하게 여운을 남기는 데다 속편까지 나온 셈이라 이러다 보니 속편의 이야기도 궁금해진 셈입니다. 이것저것 스포일러를 찾아보니 앨리스를 위협하고 조쉬의 몸을 차지한 검은 옷의 악령은 실은 생전에 사람들을 살해한 여성 복장을 한 남성 살인마라는 이야기가 있군요. 일단 2편의 이야기는 조쉬 가족 이야기가 무사히 완결 나는 모양이지만요. 같은 감독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검은 악령의 생김새를 보면 『컨저링』에 나왔던 악령 ‘베스쉬바’와도 많이 비슷한 것도 같고요.
그리고 영화에서 꽤 익숙한 장면이 나오는데 중간에 달튼의 몸이 악령에게 휘둘려 달튼의 영혼과 접촉하려던 일행들을 위협하는 장면은 『인시디어스』 3편에서 주인공 소녀였던 퀸이 아파트의 악령에게 영혼을 반쯤 빼앗기고 자신을 구하러 온 앨리스 일행과 아버지를 위협하던 씬과 많이 유사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1편이나 3편이나 뭔가 불길한 여운을 남기며 끝나는 것도 비슷한데 이런 게 어떤 면에서 정말 공포영화답기도 하고 각 시리즈의 연결점을 느끼게 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시디어스 3』 리뷰 (0) | 2024.11.23 |
---|---|
『인시디어스 : 두번째 집』 리뷰 (0) | 2024.11.22 |
『잠』 리뷰 (0) | 2024.11.20 |
『서울의 봄』 리뷰 (0) | 2024.11.18 |
『노량 : 죽음의 바다』 리뷰 (0) | 2024.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