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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산 : 용의 출현』 리뷰

by 0I사금 2024.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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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산 : 용의 출현』은 개봉 당시 빠르게 보기 위해 가까운 CGV 극장에서 오전 시간대를 예매해 두기까지 한 영화였습니다. 일단 영화 시사회 평을 찾아보았고, 전작인 『명량』보다 완성도 면에서 좋다는 것을 익히 알고 갔지만 기대치를 너무 높이면 실망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너무 방방 뜨지 않도록 자제하면서 극장을 찾아갔던 기억이 있어요. 일단 시사회의 평대로 앞부분은 지루함을 느꼈지만 후반부 한 시간이 몰아치는 느낌이라 만족스러웠습니다. 초반부는 후반부 전술의 빌드업,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 빌드업, 그리고 거북선 - 모종의 이유로 개조된 거북선 활약 - 빌드업이 다 들어가 있어서 이야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약간만 쳐냈더라면 좀 더 이야기가 탄력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오프닝에서 패전한 왜군들이 거대한 거북선이 적선을 박살 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 일본어로 '복카이센(해저괴물)'이라고 부르다가 두려움을 줄이겠다는 심보로 눈먼 배라는 뜻의 '메쿠라부네'라고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적군 장수인 와키자카가 첩자들을 들여보내 그 설계도를 빼내려는데 혈안을 올리는 이유가 성립되기까지 하고요. 초중반부 스토리는 몰입도는 적지만 거북선 떡밥이나, 인물과 스토리 빌드업이 확실하기 때문에 스토리 면에서는 전작인 『명량』보다 더 조밀하고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뭐랄까 전작인 『명량』은 칠천량 해전의 패배를 죽은 장수들의 환영으로 설명하고, 바로 명량해전으로 돌입하는 느낌이었는데 신파가 많은 게 단점으로 지적되었긴 합니다만 그 처절한 분위기는 놀라웠다는 생각.

같은 감독 전작인 『명량』이 칠천량 해전과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으로 인해 멘탈이 거의 붕괴된 것 같은 모습, 누누이 신파라며 단점으로 지적되곤 합니다만 수군들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진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운다는 필사적임,  그 싸움을 지켜보는 백성들의 불안감까지 적어도 처절함이 부각되었다면 이 『한산 : 용의 출현』 은 작중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다'라는 게 어떤 건지를 제대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지만, 작중 조선 수군의 피해는 적고 - 아예 없는 건 아님 - 반면 왜군은 하나도 남김없이 몰살당한다는 것. 같은 단어를 계속 반복하며 쓰게 되지만 정말 '압도적으로 이긴 전투' 이거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적장인 와키자카는 학인진은 내륙에서도 파훼하는 방법이 있었다면서 해상의 학익진을 좀 얕잡아보는  기색이 있었는데, 단거리에서 포격을 맞았으니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겠다 싶었어요. 진짜 먼지가 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박살이 났는데 저기서 활만 맞고 바다로 떨어진 걸 보면 역사대로 죽지는 않았겠다 싶더라고요. 그리고 중반에 거북선의 설계도를 일본군 첩자들에게 빼앗긴 것 때문에 장군이 거북선 제작을 총괄하는 나대용에게 거북선(작중 한국어로는 '구선'이라고 칭하는데 예전에 책에서 거북선을 당시에는 한자 아니면 한글로 통일해서 불렀을 거라는 글을 본 기억이 있음)은 다음 전쟁에서 쓸 수 없다고 언급하던데요. 

이것 때문에 설마 이순신 장군 영화에서 거북선이 안 나오냐며 실망할 뻔했다가 후반부 개조된 거북선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엄청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 덕택에 맨 처음 나대용이 자라를 받는 장면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거라는 걸 알게 된달까요. 참고로 나대용은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장이수 역을 맡은 배우인데 비중 자체는 적어도 거북선과 함께 존재감은 확실하다고 해야 할까. 오래전에 본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나대용은 배 덕후 같은 캐릭터로 나온 기억이 있는데 여기에서도 좀 비슷한 유형인 것 같더라고요. 

배우들의 연기는 다 훌륭했습니다. 다만 일본인 장수 역을 맡은 배우들의 일본어 연기가 진짜 일본어 같다기보단 한국인이 말하는 일본어 같다는 느낌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이 부분이 초중반부 빌드업과 함께 단점으로 꼽힐 예감이지만, 일본군 역시 그냥 주인공에게 속수무책으로 발린다고 해서 대장까지 단순한 캐릭터는 아니라 생각되더군요. 비중 만으로 따지면 오히려 다른 캐릭터들보다 더 많았다는 느낌도. 또 특이하게 혼자 일본식 변발 같은 게 아니라서 비주얼이 눈에 남은 것도 있었고요. 첩자들을 통해 해상의 학익진을 충분히 예상하고,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자신한테 반대하는 다른 장수들까지 제압하여 수군을 총출동시키는 등 이기려고 애를 쓰긴 합니다만... 그냥 이순신 장군이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이중 스파이라는 반전을 보여주는 항왜인 준사나 진중하게 이순신 장군을 보좌하며 유인책 역할을 맡는 어영담(배우 안성기 분) 등 인상적인 캐릭터도 많았고요.  이 어영담 장군이 죽을까 봐 엄청 걱정했는데 다행히 생존하시더라고요. 자기 제자와 함께 한 사람을 보좌하는 역할이라는 관계성도 인상적. 심지어 어그로를 담당하는 역할마저도 유명한 배우가 맡았다는 사실. 한산도 대첩을 핵심적으로 짚은 '바다 위의 성'이라는 말이 바로 이 인물의 입에서 나오더군요.

그리고 아무래도 전쟁 영화다 보니 여성 캐릭터의 비중은 적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데요. 하지만 여기서 조선군의 첩자 역할을 맡은 기녀의 반전은 놀라웠습니다. 계속 얼굴을 비추는 것이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지만요. 영화가 한번 화면에 중요하게 비춘 것은 그냥 넘어가지 않더라고요. 저 기녀는 중반 와키자카 일당에게 첩자인 걸 들킨 상황에서 와키자카에게 죽으라고 덤벼 그를 칼로 찌른 데다,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혀를 깨물어서 위태로운 상황이 되기까지 하는데요. 

처음엔 저 기녀가 잔인하게 고문당하고 죽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했는데, 어디까지 정보가 새나가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와키자카가 살려뒀을 뿐만 아니라 마침 항왜인 준사가 같이 탈출을 시키면서 생존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기녀가 혀를 깨물어서 말을 못 하게 되었다는 점 때문에 전작인 『명량』에서 배우 이정현이 맡은 캐릭터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배우 옥택연이 맡은 저 세작(첩자) 캐릭터의 엔딩은 비극이 될 듯... 칠천량 해전을 생각하면 조선 수군 상당수가 비극은 피할 수 없겠지만요. 생각해보면 작중에서 비중 1도 없이 대사로만 언급되는 선조가 제일 빌런 같았다는 생각이 들던 영화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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