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종종 리뷰했던 책들 중에서 음식이나 건축물로 역사를 살펴보는 부류의 책이 더러 있었는데요. 이 책 『식탁 위의 세계사』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흔히 먹는 음식물을 통해 역사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살펴보는 책입니다. 어떤 독특한 특색을 지닌 특정지방의 지역요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음식들로, 책에서 언급되는 음식물들 중에는 직접적으로 어떤 역사적인 사건에 관련이 있는 것들이 있고, 간접적으로만 관계가 있거나 역사적인 사건 속에 놓인 인물들이 즐겨 먹었기 때문에 다루어진 음식도 있는데요.
책에서 다뤄지는 음식물 중 소금이나 후추, 감자와 같은 한 특정 사건과 관계가 깊은 재료들이 있는 반면, 빵이나 돼지고기, 닭고기처럼 사람들이 흔히 먹기 때문에 그와 관련되어 다뤄지는 이야기도 있고, 옥수수나 바나나, 포도처럼 특정사건을 유발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삶과 역사적인 흐름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 먹거리들도 있습니다. 내용은 제법 알찬 편인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마리 앙투와네트와 얽힌 루머(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어라)를 다루거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남미쪽 기업들의 착취행위를 바나나와 포도를 통해 고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흔히 오해하는 프랑스인들이 관광객에게 불친절한 것은 정말 국민성이 그모양인 게 아니라 원래 관광지인지라 그 지리를 잘 모르거나 영어를 잘 못하는 외국인들이 오고 가기 때문에 다른 관광객이 물어봤자 모를 수밖에 없는 해프닝 같은 사건들이라는 것도 곁다리로 다뤄지고 있고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위인'으로 받아들여지는 콜럼버스가 실은 원주민들을 학살한 장본인이라는 사실도 다루며 아일랜드와 영국 간의 갈등을 더 깊게 만든 아일랜드 대기근, 영국의 제국주의 행각이 가지고 온 사건들, 모택동의 평가를 가르게 하는 문화 대혁명, 경제공황 당시의 미국의 모습, 청나라의 몰락을 가지고 온 신호탄이 된 아편전쟁과 같은 사건들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고요.
다만 처음에 읽었을 때, 문체의 문제라고 할지 저는 모르고 빌려온 셈인데 알고 봤더니 이 책이 청소년 대상으로 한 문고본인지라 책의 문체가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이야기하는 투인 '-라고 해'이기 때문에 조금 몰입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읽다보면 이 부분도 거슬리지 않고 술술 읽게 되긴 하지만요. 책의 두께도 얇은 셈이라 꽤나 어두운 역사적 일면들을 다루면서도 부담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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