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돈의 인문학』은 '돈'의 의미를 경제학이나 경영학과는 다른 인문학적 관점으로 다루겠다고 저자의 말에서부터 설명합니다. 책에서 설명해 주는 내용은 역사 속에서 돈이 어떻게 출현했으며, 돈이 널리 쓰이기까지의 변천사, 돈으로 일어나는 각종 사건이나 상황, 진화심리학이나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에서의 돈의 쓰임, 서브프라임사태나 부동산 투기 같은 돈에 얽힌 사건들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좀 더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돈을 살피기 때문에 공감이 갈만한 사례들도 제법 등장하며 인터넷상에서 유명했던 돈에 얽힌 에피소드 예를 들자면 구한말 외국 기자가 우리나라에서 적은 액수를 환전을 했더니 엽전이 산더미라거나, 영화와 같은 매체에서 돈이 어떤 소재로 쓰이는지, 혹은 사람들의 생활이나 계층문제 등등을 다루기도 합니다.
재미있게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정보는 '돈'의 어원은 '돈다'라는 동사에서 비롯되었으며, 한자로 쓰는 통화의 通의 쓰임도 그와 같다는 것. 즉 돈이란 것은 사회에 필요한 것이지만, 사회가 있어야만 반드시 그 효용성을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구한말 환전사건과 관련하여 우리말 중 '땡전 한 푼 없다'란 이야기도 언급되는 당백전이나 당오전이 당대에 대량 생산되어 은전보다 가치가 떨어진 상황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설명이 되더군요. 책에서는 돈을 둘러싼 다양한 사태를 그려내면서 일종의 주객전도가 일어나, 도리어 인간의 가치가 떨어지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돈이 나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후반 부분에서는 절대적 빈곤에 처한 사람들에게 돈은 무조건 필요하며 돈에 대한 잠언이나 성찰을 그들 앞에 함부로 늘어놓지 말라고 충고까지 해주고 있고요. 이와 관련해서 재미난 이야기가 떠오르는데, 예전에 읽은 서적 중 『자기 계발의 덫』이라는 책에서는 자본가 계층이 하위 노동자계층에게 가난하더라도 예술가나 신선과 같이 사는 게 행복하다고 강조하며 적은 액수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현상을 언급한다고 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조만간 읽어봐야 할 책 중 하나인데, 돈에 대해 제대로 성찰해야 할 사람들이 도리어 돈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이 원하는 걸 가져다주지 않는다면서 훈계하는 꼴이랄까요. 마지막으로 책의 마지막 장에 쓰인 글을 인용하면서 마무리짓습니다.
「부의 원천은 무엇인가. 하나는 자연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다. 자연을 가치의 근원으로 보지 않고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시킬 때 파멸과 고갈을 피할 수 없다. 사람을 노동의 도구 또는 마케팅의 대상으로만 취급할 때 사회는 난폭하고 경박해진다. 결국에 경제도 쇠퇴하기 마련이다. 부의 원천이 경색되기 때문이다. 마음의 힘과 창조성 그리고 사람 사이의 협동에서 가치가 생성된다. 그 가치를 인식할 때 우리는 돈과 새롭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돈은 사회적 유대를 북돋우는 방향에서 새롭게 자리매김될 수 있다. 이제 화폐는 불특정 다수의 욕망을 끝없이 증폭시키는 장치가 아니라, 나의 필요와 타인의 능력을 이어주는 가교가 되어야 한다. 그때 비롯 우리는 돈의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다. 철학자 베이컨은 말했다. "돈은 최상의 종(하인)이고, 최악의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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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예나 지금이나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도구이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던 거 같다는 내 생각. 현대 사회라서 그 병폐가 더 뚜렷이 드러날 뿐이고요. 이런 책을 읽으면서도 그래도 역시 돈이 많은 게 좋다는 생각 드는 것도 별 수 없었습니다. 왜냐면 원하는 책을 사려고 해도 돈이 들어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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