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영화 『논스톱』의 예고편을 봤을 때 생각하기를, 비행기 테러라는 어찌 보면 흔한 것 같은 소재를 취하더라도 내용물을 꽉꽉 제대로 채워놓는다면 몰입감이 상당하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개봉 당시 들리는 평에 의하면 재밌다는 이야기도 있었던 거 같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갔는데 으레 기대치를 높이면 실망할 법도 하련마는, 영화는 매우 재밌게 보고 왔습니다. 나중에 집에 와서야 영화의 정보를 찾아보니 러닝 타임도 106분 정도로 적당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최근 영화가 할 말이 많아졌다고 해도 러닝타임이 두 시간을 넘어서는 것은 부정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더군요. 암만 재미난 영화라도 사람이 버틸 수 있는 정도란 게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선 『논스톱』은 적당한 시간대에 적정한 재미를 준 영화라고 할까요.
비행기 테러 소재라는 것이 왠지 익숙하다 싶더니만 생각해보니 비슷한 영화를 언젠가 본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조디 포스터 주연의 『플라이트 플랜』으로 여기의 주인공도 『논스톱』의 주인공 빌 막스처럼 허공의 비행기 상에서 이해는 가지만 극단적인 행동 몇몇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테러범으로 몰리는 등의 상황이 연출되는데요. 꽤나 흥미진진하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다만 『플라이트 플랜』의 주인공은 평범한 비행기 승객이었으나 정말 애꿎은 희생자로 선택되어 누명을 써서 비행기 내부의 사람들과 적대하게 되지만 끝까지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더 강하게 비친다면 이번 『논스톱』의 주인공은 항공 보안요원으로 아버지인 건 맞으나 이미 어린 딸을 잃어 삶의 기력을 잃어버린 상황이며 그가 놓인 상황은 보안요원의 의무로 범인을 찾아내야 하는 일종의 추리적인 성격이 더 강해요. 그런데 플라이트 플랜에서도 아랍계 인물들이 의심받았던 것처럼 논스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잠시 연출되더군요.
논스톱을 보면서 흥미진진한 것은 과연 범인이 누구냐 주위의 협력자도 적대자도 전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진범을 찾아내는 것도 있지만 일단 고립 상태의 인간이 얼마나 극한 상황인지를 보여준다고 할까요. 비행기의 승객들이 위협받고, 자신 역시 위태로운 상황에서 누명을 쓰게 되는 바람에 범인을 찾기 위한 행동마저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사람들 사이에서 철저하게 고립당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비행기가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물리적인 공포보다 더 공포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열쇠는 결국 인간들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줄리안 무어가 맡은 '젠'이 바로 그런 것을 보여주는 역할이더군요. 보면 젠의 행동은 굉장히 대인배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며 그 역시 사정이 있어 주인공인 빌과 같이 어딘가 불안해보이는 외적 요인을 가진 인물이지만 그 상황에선 정말 의지가 되던 캐릭터였습니다. 그런 젠의 모습을 보면 예전 문학 관련 서적에서 본 문학의 힘은 현실적으로 비호감이 되는 인물조차 개성적으로 그려내는 힘이라고 하는데 딱 거기에 드러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인공 빌도 배우의 힘으로 말할 것도 없고요. 그리고 영화의 스포일러를 약간 찾아본 바람에 범인들 중에 한명은 진작에 맞히긴 했지만 나머지 범인은 누구인가는 영 빗나가고 말았는데, 그렇게 엉뚱한 추리를 해댄 덕에 이 범인의 행동은 정말 반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치게 스포일러가 될까봐 적지는 않겠지만 범인의 목적도 약간 특이한데 단순 돈을 노린 것도 아니요, 사람들의 혼란과 공포를 노리는 사이코패스 범인도 아니고 일종의 비뚤어진 정의심이 극단적으로 치달았을 때를 연상시킵니다. 또 영화의 특이점 중 하나로는 바로 자막 처리입니다. 평론가 리뷰에서 이 자막을 정말 기발하고 독특하게 처리했다는 글을 봤었는데 아마 영상으로 보시면 납득이 가실 듯... 주로 범인과 주인공 빌의 대화가 문자 메시지 형태로 오고 가기 때문에 그런 방식을 쓴 거 같은데 아마 원본에서도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그런 처리를 한 것 아니냐고 극장에 같이 간 동생이 말하더군요. 하여간 굉장히 참신했달까요. 여러모로 흥미진진했던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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