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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극권』 리뷰

by 0I사금 2025.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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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수퍼액션 채널에서 방영을 해주는 영화를 보다가 왠지 낯이 익은 영화를 발견했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제가 어린 시절 TV 방영으로 봤던 영화 『태극권』이더군요. 당시 본 영화 『태극권』은 지금은 찾기 힘든 더빙의 추억이 되었는데 그때는 우연인지 시간이 맞아서 처음부터 제대로 보기까지 했습니다. 얼마나 감명 깊게 봤는지 그때는 일기장에다 감상문을 써서 내기까지 했을 정도였고요. 그런데 정작 제목은 잊어버리고 대충 소림사 비슷한 거였거니 하면서 생각하다가 후에 수퍼액션 채널에서 해 주는 것을 보고 영화의 제목이 『태극권』이며 원제는 정확하게 『太極張三豐』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다시 보게 된 건 우연이었지만, 옛날 추억도 되새길 겸 TV 앞에 자리를 잡았는데 영화가 제작된 시기가 1993년이다보니 주인공들의 액션씬에서 와이어가 수정되지 않고 보이는 등 어딘가 어설픈 면모가 없지 않지만 내용은 참 깔끔하게 주인공의 성장과 영웅담을 깔끔하게 이끌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면서 영화의 시대배경이 과연 언제인가 의문이었어요. 류환관이 권력을 쥐고 휘두르며 사람들을 수탈하는 것을 보고 혹시 명대 말의 암흑기가 배경인가 했는데 영화 관련 정보를 검색해 보니 원조 말이라는 설명이 나오더군요. 영화 주인공의 모델이 된 인물 장삼풍에 대해서 검색을 해보니 명초대의 인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봐서 원말이 배경이 확실한 듯한데 원말이나 명말이나 환관들이 설쳐댄 것은 공통점이니까요.


보면서 영화가 맘에 든 것은 이런 의로운 주인공 타입도 정말 간만에 보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너무 자극적인 작품들이 요새 많다 보니 사이코패스 못지않는 악랄한 인간들을 미화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는 거 같은데 여기 나오는 주인공은 군보는 소림사 출신 무술가로 당할 사람이 없는 실력자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소리 못하는 착한 성격이고 남을 잘 믿기도 해서 친구인 천보에게 쓰라린 배신을 당하기도 하고 미쳐버리는 등 (미쳤을 때의 상황 묘사는 어딘가 웃기면서 슬프지만) 착한 사람이 남들보다 배로 고생하는 것이 참 드물게 사람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인상이 깊게 남았습니다. 

이런 주인공도 정말 최근에 보기 드물어졌다는 생각. 말로는 불살을 외치면서 작가의 역량 부족으로 이중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하거나 사이코패스형 캐릭터들을 대놓고 미화하는 작품들이 생각나서 갑자기 군보형 캐릭터들이 그리워졌고 할까요. 내용 전개에서도 놀랄 만한 점이 많은데 예를 들어 처음에 등장했던 히로인들 중 하나는 천보에게 맘을 품었다가 그에게 살해당했는데 어린 시절엔 그녀가 여주인공인 줄 알고 천보에게 살해당하는 씬을 깜짝 놀란 적 있었어요. 끝까지 살아남은 여자주인공 캐릭터는 양자경이 맡은 무예가 여인이었는데 이런 게 알고 보면 반전이었다고 할지... 근데 여기서 웃기는 대사가 모든 일의 흑막인 환관이 천보에게 여자를 죽이는 것을 종용하면서 자기는 여자를 멀리해서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하던데 솔직히 환관이 여자를 가까이할 일이 있기나 한 가 해서 이 부분에서 좀 보면서 웃겼습니다.

 

근데 상관이 죽이라고 해서 좋아하는 여자를 죽이는 천보도 인간말종인데 보면 이런 녀석이 어떻게 절에 들어갔는지 의문. 뭐 혼란기다 보니 절 같은 곳에 아이들을 맡기고 도망가는 부모들도 많았겠다 싶긴 하지만요. 그리고 천보의 캐릭터성을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데, 천보와 군보가 절에서 쫓겨난 이유는 천보가 무술 대회에서 잘못을 저질렀고 그것을 스승이 감싸다 결국 퇴출을 당한 거였는데 여기서 스승님은 선생의 역할이면서 동시에 부모의 역할을 하거든요. 즉 부모로서 자식을 지키고 동시에 자신이 제자들을 잘 이끌지 못한 책임을 받아들이면서, 부모로서 교사로서 귀감인 인물인데 군보는 이런 스승의 좋은 점을 잘 받아들여 결국 태극권을 창시하는데 영감을 받기까지 했지만 천보는 부귀영화와 권력을 탐해 친구와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까지 배신하고 끝내는 류환관도 살해하는데요.

 

이것을 보면서 진짜 나쁜놈은 의인이 아니라 악인 손에 죽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천보도 결국 스스로 자멸하는 결과를 초래했는데 좋은 사람이 주위에 있어도 비뚤어지는 놈은 결국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해 준달까요.영화를 보면서 가장 맘에 드는 캐릭터는 도사였는데 역시 개그캐릭터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은게 이 시대부터의 진리였나 싶더군요. 바보취급받으면서도 의외로 약삭빠르고 혼자 살아남지만 그래도 동료들에게 원망받는 군보의 편에서 서서 여주인공과 함께 미친 그를 보호하고 보살펴주는 등 웬만해선 못할 희생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처음엔 의원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도사라고 영화에서 언급되더군요. 이런 인간적으로 정감 가는 캐릭터가 그래도 끝까지 살아남아서 좋았다고 할까요. 좋은 개그 캐릭터 유형을 잘 연출했다는 느낌입니다.


결말에서 주인공인 군보는 장삼풍으로 이름을 바꾸고 천보를 처단한 뒤 스승을 찾으러 가겠다면서 헤어지고 어딘가에서 삼정관을 열어 태극권 수련자들을 양성하는 것으로 영화가 끝나는데 이 장면은 제가 어릴 적에 못보던 장면 같습니다. 여주인공과 헤어지는 것까지 본 기억만 나는데 혹시 TV 방영에서 시간문제로 편집한 것인지 너무 어린 시절이라 제가 잊어버린 건지는 의문. 그렇다면 혹시 『소림축구』의 여주인공과 『쿵푸허슬』의 돼지촌 바깥주인은 이 태극권을 수련한 수련생들인 걸까요? 보면서 이 두 영화의 해당장면이 떠오르는 장면도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오마쥬를 했던 게 아니었을까 추측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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