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세 얼간이』 리뷰

by 0I사금 2025. 4. 9.
반응형

 

답이 안 나온다 / 그래서 겨우 답을 찾았는데 / 이젠 문제가 뭐였더라.


이 영화 『세 얼간이』의 명대사를 꼽는다면 사람들은 보통 '알 이즈 웰'을 꼽을 거 같지만, 저는 왠지 영화 중간에 노래로 언급된 저 말을  더 명대사로 꼽고 싶은 느낌이었습니다. 수퍼액션 채널에서 번역해 준 대사를 정확하게 옮긴 것은 아니지만 일단 의미는 같을 거예요. 영화 『세 얼간이』는 우리들이 많이 접하진 못했을 인도 영화인데 인터넷상에서 영화의 의미나 주제 덕분에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어 명대사가 많이 인용되거나 내용의 일부를 언급하는 것을 많이 본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에 담긴 인도의 현실 일부가 우리나라의 현실과 놀랍게도 많이 겹쳐져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었을 거라는 생각. 이 영화를 감상하게 된 건 수퍼액션 채널에서 방영을 해주었던 덕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으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주제의식은 '남의 이목에 맞추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야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어찌 보면 무수한 작품에서 되풀이한 주제 같지만 이런 이야기가 진부하지 않고 새롭게 와닿을 수 있는 것은 제작자들의 역량에 딸린 문제 같습니다. 영화는 인도의 공대생들의 현실과 애환을 다루면서도 어떨 때는 폭소를 안겨주다가 어떨 때는 눈물을 안겨주면서 너무 병맛 같지도 너무 신파적이지도 않게 균형을 잡아가며 이야기를 전개해 가더군요. 이 완급을 잘 조절해야 명작이 나오는 듯. 영화에서 '너의 재능을 따라가면 성공이 알아서 따라온다'라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성공이란 말보다 본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나 행복도가 상승한다고 봐야 할 거 같은데 영화에 담긴 인도 대학생들의 현실은 누군가를 바닥으로 잔인하게 떨어뜨리면 자신은 그나마 빈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경쟁과잉의 한국사회를 떠올리게 합니다. 영화에서 주요 인물인 란초가 인도의 자살률을 언급하는 것도 묘하게 한국의 병폐를 떠올리게도 하고요. 


그리고 또 다른 주요인물은 파르한과 라주의 집안 역시 한국의 많은 가정들을 닮았는데 그들의 사정은 보통 자식들이 자신처럼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떻게든 명문대를 보내려는 교육열에 불타는 부모라던가, 집안이 가난하기 때문에 자식 하나라도 좋은 대학을 보내면 어떻게 집안이 필 것이라는 어림없는 희망 때문에 자식의 교육에 빚을 내면서도 투자를 하는 많은 한국의 집안이 겹쳐져 보였습니다. 딱히 부모의 문제라기보단 사회가 그들을 그렇게 압박하는 것으로 오로지 그들만의 책임이라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가끔은 '포기하는 용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 영화에선 남의 이목을 위해 맞지 않는 길을 가지 말라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외부에서 주입된 욕망을 포기하는 것도 본질적으로 같은 말이니까요. 영화는 일종의 판타지를 해소하려는 것처럼도 보이는데, 영화 속 주요 인물인 란초는 그야말로 저런 사람이 실제로 있을까 싶을 정도로 머리와 멘탈을 동시에 갖춘 인물입니다. 보통 하나가 있으면 하나가 부족한 게 일반적인데 만약 란초와 같은 인물이 실제로 있다면 누구라도 힘을 낼 거 같다는 생각. 


란초를 보자 하니 예전에 인상깊게 본 우리나라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주인공을 도와주는 건달 동철이 떠올랐는데 동철과 란초의 캐릭터는 성향이 정반대에 가깝지만 조건 없이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 누군가의 일생에서 해결책을 제시하여 그 사람의 행복을 도와주는 등 현실에서 있기 어려운 판타지적 존재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느껴지더군요. 취업과 학점으로 자살의 고통까지 가는 인도 공대생의 현실이나 지방대출신으로 번번이 취업전선에서 고배를 마시는 여주인공이나 어느 정도 공통점이 존재하는 것도 있고요. 영화가 굉장히 발랄해서 그렇지 주인공들의 사정이나 영화가 그리는 현실은 꽤나 팍팍하기 그지없어요. 그리고 란초와 같은 인물이라고 해도 늘 환영받는 것은 아니며 주인공 일행을 적대하는 존재들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바이러스라는 별명을 가진 비루 교수나 속물적인 같은 과의 차투르가 그러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구제못할 악당은 아니며 영화는 이들에게도 유머코드나 캐릭터성을 부여하여 영화를 활발하게 이끌어가는 역할을 부여합니다.

 

인도 영화가 으레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일단 뮤지컬처럼 영화에서 노래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며 영화의 상황과 상황을 이어주는 매개 노릇을 합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극장상영 당시에 노래 부분이 편집되어 영화팬들이 불만을 가졌다는 이야기를 본 적 있는 거 같은데, 영화의 메시지가 지금 노래에 담겼는데 그걸 편집하는 것은 큰 실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알 이즈 웰'보다 먼저 꼽는 명대사가 그 노래에 담겨있는데 말이죠. 게다가 뮤지컬에 익숙하다면 영화 중간중간 삽입되는 노래는 충분히 감상할 수 있을 거라 보거든요. 또다른 영화의 강점으로는 영화에서 인도의 풍경을 풍부하게 담았다는 점인데 일단 외국영화다 보니 이국적이기도 하겠지만 보면 놀라울 정도로 강렬한 자연의 색채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특히 란초와 드디어 만나게 된 친구들이 만나는 마지막 엔딩씬의 강가 배경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어요.

728x90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리뷰  (0) 2025.04.11
『그린마일』 리뷰  (0) 2025.04.10
『호호형제(호로형제)』 리뷰  (0) 2025.04.08
『태극권』 리뷰  (1) 2025.04.08
『논스톱』 리뷰  (0) 2025.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