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쪽은 실은 그다지 큰 흥미가 없어서 처음엔 영화 『프로메테우스』에 큰 흥미를 갖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본 것도 TV에서 해 주는 걸 우연히 보게 되었는지라,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봤었는데 영화 분량은 123분으로 두 시간가량 제법 긴 편이었음에도 굉장히 몰입하면서 보게 됐습니다. 뜻밖의 수확이었다고 할까요? 영화의 첫 시작은 어떤 인간을 닮은 외계인이 지구로 보이는 폭포(혹은 아닐 수도 있는 것이 후에 주인공들이 도착하는 별의 모습과도 유사하지 않나 싶음)에서 어떤 물질을 흡입하고 산산조각 나면서 폭포수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다음엔 두 주인공 할로웨이와 엘리자베스 쇼가 고대 유적의 그림을 발견하는데 그 그림은 어떤 별의 방향을 가리키는 거인의 모습이며 그들을 한 거대 그룹이 고용, 그들은 '프로메테우스'란 우주선을 타고 그 유적들이 알려주는 별로 향해 탐사를 떠납니다. 그리고 거기서 거대한 우주 건물을 발견하여 그곳을 탐사하는데 거기서 인간을 창조했을지 모를 조물주 외계인-영화상에서 지칭하기를 엔지니어-들의 비밀을 밝혀낼지 모른다는 기대에 사로잡힙니다.
그리고 거기서 외계인의 영상물과 외계인의 시체를 비롯, 수수께끼의 검은 물질을 발견하여 프로메테우스호로 돌아와 조사를 한끝에 외계인의 유전자가 인간의 유전자와 일치함을 알아냅니다. 아무래도 영화 정보에 나온 대로 이것이 영화 『에일리언』 시리즈와 관련된 작품이기 때문인지 영화는 굉장히 암울하게 전개되는데 건물 내에 남겨진 영상기록 속에서 도망치는 외계인들의 모습,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회사의 인조인간 로봇인 데이빗의 의문스러운 행동이나 행성의 벌레들을 괴물로 변화시키는 검은 유기체와 그에 접촉한 인간이 괴물화하는 등의 사건이 연달아 일어납니다.
데이비드가 검은 유기체를 할로웨이가 마신 술에 타면서 그는 감염되어 결국 우주선 내의 고용주인 여성 비커스에 의해 살해되고, 엘리자베스는 그와 관계를 맺은 지 얼마 안 되어 자신의 뱃속에 삼 개월 정도의 외계인 태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것을 보관하려는 데이비드와 그룹 내의 인간들에 반발하여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배를 직접 갈라 외계 생물을 꺼내는데 영화의 전반적인 미스터리한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제일 섬뜩했던 장면은 바로 이때의 장면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리고 후반에 들어서면서 비밀이 밝혀지는데 그들을 고용한 그룹의 회장은 실은 살아있었고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킬 방법을 위해 주인공 일행을 고용했으며, 우주선을 지휘하는 선장 자넥은 그간의 영상 기록물을 통해 이 별이 외계인이 사는 곳이 아니라 그들의 군사기지였고, 그들의 검은 액체가 만든 살상 병기에 의해 그들이 절멸했음을 엘리자베스에게 알려줍니다. 그 와중에 데이비드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외계인을 발견하여 회장을 데리고 그를 깨우고, 아직 풀어야 할 의문-무엇이 외계인들을 습격하였는지-이 남았던 엘리자베스는 그들과 동행하는데 깨어난 외계인은 오히려 분노하여 데이비드 일행을 공격하고 엘리자베스는 도망칩니다.
외계인은 우주선을 가동하고 그들이 지구를 공격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엘리자베스는 프로메테우스 호에 우주선을 저지해야 함을 알리고 자넥 선장과 살아남은 선원들은 스스로 자폭하여 우주선을 저지시킵니다. 회장의 딸인 비커스는 자폭 전에 탈출하지만 결국 우주선의 잔해에 깔려 사망하고 살아남은 엘리자베스는 외계인에 의해 손상되어 머리만 남은 데이비드의 연락을 받고 그를 데리고 남은 외계인의 우주선을 타고 떠나는데 인간을 공격하려 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그 목적지를 지구가 아닌 바로 외계인들의 별로 정하고 떠나면서 영화의 막이 내립니다.
우주선이 파괴되어 엘리자베스를 죽이기 위해 그를 쫓아온 외계인은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배에서 적출한 외계 생물의 습격을 받고 죽습니다. 영화가 다 끝나기 직전 그 외계인의 시신에서 또 다른 외계인이 탄생하는데 그 모습이 익숙한 게 전작인 『에일리언』 시리즈에 등장하는 놈들의 모습과 많이 유사하게 생겼고 만약 영화가 정확하게 에일리언 시리즈와 연결된다면, 괴물들은 결국 인간을 만든 외계인들이 살상 병기로 만든 물질로 인해 탄생한 것이고 정작 만든 이들이 제어를 못했다는 이야기가 될 듯싶습니다.
영화에선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남아있는데 그들이 인간의 창조주 내지 먼 조상이라면 어째서 인간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자신들이 단서를 남겨놓고서 자신들을 찾아온 인간들을 습격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영화상에서도 의문으로 남긴 채 풀어놓지 않습니다. 그런고로 보는 이들이 상상을 하게 마련인데, 일단 영화의 제목이 『프로메테우스』인 것을 보면 그리스 신화와 연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도 싶습니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창조한 외계인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 이름을 달고 나온 것은 주인공들이 타고 온 우주선이라 의외였는데, 동시에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인간을 창조한 외계인 역시 프로메테우스였고 후에 그리스신화에서 신의 불을 훔쳐 징벌을 받는 이야기대로라면 인류 창조의 비밀을 알려하다가 몰살당하는 우주선 내의 사람들 역시 프로메테우스의 역할을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신의 불을 사용한 대가로 인간들은 당시만 해도 인간들을 미워하던 제우스를 비롯한 신들의 징벌을 받아 대홍수를 겪게 되는데요. 그리스 신화 속에서 받들어지는 올림푸스 신들은 인간을 창조한 신은 아니며 오히려 초기에는 인간을 적대시하였다는 것을 본다면 영화상에서 외계인이 인간을 공격한 것처럼 인간을 창조한 외계인과 그렇지 않은 외계인들 사이에 대립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이.
혹은 어떤 이유로든 인간을 만들긴 했지만 검은 물질의 위험성 때문에 결국 인간 창조를 부정적으로 여겼거나... 그렇다면 인간을 창조한 외계인이 프로메테우스고 영화상에서 인간을 공격한 외계인들은 제우스 측에 해당하는 외계인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봅니다만 이 부분은 앞으로 영화가 풀어낼 숙제 같군요. 그 외에도 영화상의 등장인물들에게 흥미로운 부분이 많은데 일단 강하고 능동적인 여성상이 대거 등장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냉혹해 보일지 몰라도 인간의 한계를 잘 파악하며 아버지의 욕망을 경계하는 비커스나 연인의 죽음과 적출 수술이라는 정신적 물리적인 끔찍한 사고를 겪으면서도 자신의 의문을 풀기 위해 이야기의 중심에 다가가는 엘리자베스 쇼는 그 능동성 때문에 굉장히 인상적인 여주인공들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프로메테우스호의 선장으로 가장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면서 지구의 안전을 위해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자넥이나, 그 휘하의 선원들은 물론 사건의 흑막 역할을 하며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내뿜는 인조인간인 데이비드 등 인상 깊은 캐릭터가 많은 영화이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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