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랜스포머』시리즈는 2편 이후로 왠지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4편을 극장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시리즈의 1편을 극장에서, 2편은 OCN에서 방영해 주는 것을 보고 왠지 2편은 꽤나 충격적이고 참신하게 다가왔던 1편에 비해 좀 못 미치지만 그래도 범블비는 귀여웠고 옵티머스는 여전히 멋있다는 게 만족스럽기도 했어요. 그런데 왠지 전편만 못한 속편들은 많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처럼 3편이 개봉했을 땐 분명 흥행이 굉장했다는 소식과 다르게 찾아본 평들은 영 전편에 미치지 못하거나 실망스럽다는 평들이 우세했고 한참 나중에 TV 채널에서 방영했을 때 사람들의 평이 맞았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영화 시리즈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개봉한 4편도 왠지 초기의 시리즈에 비하면 아쉽다는 평들이 대다수인지라 이번에 보러 가게 되면서 기대치를 낮추고 갔습니다.
솔직히 『트랜스포머』는 경이적인 영상이나 멋진 로봇들의 활약을 보러 가는 것이니 스토리는 기본 뼈대만 갖춰준다면 고만이니 일단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이번 4편에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것은 주인공 캐릭터가 교체되었다는 사실인데 일단 여주인공인 미카엘라는 그렇다 쳐도 남주인공인 샘 윗위키는 개인적으로 맘에 안 들던 캐릭터였던지라 주인공 교체를 반기는 마음도 있었어요. 이번에 딸을 가진 어른 캐릭터가 주인공이니 전작의 주인공들만큼 답답하거나 바보 같은 꼴은 안 보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결론적으로는 그게 아니었지만요. 거기다 영화의 상영시간은 상당히 길어서 거의 두시쯤의 상영을 예약하고 갔더니 나왔을 때는 거의 다섯시에 가까워져서 세 시간가량을 영화관에서 버틴 것 같았는데 정말 체감시간이 길긴 했습니다. 영화의 정확한 정보를 찾아보니 영화 상영시간 164분. 세 시간에서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긴 하건만 한 편의 영화치곤 굉장히 긴 분량인 건 변함없었어요.
그리고 4편을 극장에서 보았을 당시에는 3편을 미처 찾아보지 못하고 2편까지만 본 상태에서 4편으로 이어서 보게 된 셈인지라 영화에서 몇몇 부분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뭐, 1편에선 트랜스포머들의 근원인 올스파크가 지구로 보내져서 그것을 찾는 게 목적이었다가 2편에선 그보다 더 큰 에너지인 매트릭스가 실은 지구에 숨겨져 있었다는 둥 설정이 뒤바뀐 건 어느 정도 넘어갈만한 데 3편은 모르는 내용이니 언급을 못한다 쳐도 이번엔 시드라고 하는 창조주가 만든 물질까지 언급되면서 기존의 설정이 철회되는 것은 당황스럽긴 하지만 이것은 따로 또 추가 보완하여 설명한다면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긴 해요. 일단 내용은 전편의 싸움으로 시카고가 초토화되고 인간들의 오토봇에 대한 반응이 싸해져서 그들을 추격하여 쫓기 시작합니다.
인간들이 주인공 오토봇 일행을 외면하면서 새로운 갈등구조를 건네주는 것은 참신하다는 생각. 다만 생각지도 못했던 것은 전작에서 비중이 있던 군의관 라쳇이 인간들 손에 끔살이 난다는 건데 맘에 든 캐릭터가 이런 식으로 초반에 죽어버리니 보통 충격이 아니더군요. 거기다 오토봇을 비롯 디셉티콘을 도륙 낸 데에는 인간들의 탐욕-트랜스포머들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파악하여 기술 팔아먹기에 이용-이 관여된 부분도 설득력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전작 히어로들인 라쳇의 허무한 죽음이나 그동안 비중이 크고 인기 많았던 범블비의 활약이 대폭 줄어들고 좀 다혈질 어린애 캐릭터에 가까워진 것이 아쉽고 (보면 범블비가 옵티머스 아들인 줄 착각할 듯) 이번에 새로 등장한 것으로 보이는 오토봇 캐릭터들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더라고요. 한 오토봇은 대놓고 일본을 의식한 듯한 캐릭터라 같이 보러 갔던 동생도 맘에 안 든다고 툴툴거리던 기억이.
대신 옵티머스 프라임의 활약이나 거대한 다이노봇들의 활약은 굉장히 인상적이긴 했습니다. 다이노봇들은 그 덩치에 비해 귀여워서 하나라도 죽었다면 좋은 소리가 안 나왔을 듯해요. 그나마 다른 인상적인 로봇들은 우주선에서 락다운이 데리고 있던 하이에나 유사하게 생긴 로봇들이었어요. 그리고 전작에서 퇴장했음직한 메가트론이 인간들의 실수로 갈바트론으로 다시 부활한 것도 반가웠고요. 그렇다곤 해도 메가트론은 이번 편의 빌런인 락다운에 가려져 파워 인플레에 마치 밀린 것 같은 느낌도 주는데, 영화에선 락다운이 어떻게 인간들과 접촉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어서 이것이 3편과 연관되는 것인지 아니면 속편에서 풀어나가야 할 이야기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옵티머스 프라임에게 왜 원한을 가진 것 같은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어 보였고요. 영화에선 락다운에 대한 설명이 좀 더 들어갔어야 하는 생각이.
그래도 오래간만에 로봇들의 대활약을 봐서 그런가요. 그들의 모습은 눈이 즐거운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아마 영화가 중국자본이 들어갔다는 얘기답게 막판에 가차 없이 때려 부서지는 것은 대부분이 홍콩이었어요. 거기다 PPL이 많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서 어느 부분이 그건가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자동차들을 제외한다면 우유라던가 맥주라던가 포니라던가 일단 제가 찾은 것은 이 정도. 일단 로봇들이 주 메인인 영화이니 영화상에서 그들이 주인공 말대로 영혼을 가진 지성체이니만큼 부각을 시켜주고 사람들의 눈요기를 제공하는 것은 트랜스포머들인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다름 아닌 거추장스러운 인간 캐릭터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주인공인 아버지 캐릭터는 그래도 트랜스포머들이 같은 영혼을 가진 생명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교감대상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수 있으나 그 외 점에서는 무능+민폐+무례를 합친 것에 가족주의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서 그다지 감동으로 와닿지 않는 캐릭터였어요.
그리고 특히 맘에 안 든 것은 그 딸과 딸의 남자 친구 캐릭터인데 이번 영화에서 그려지는 여성 캐릭터는 90년대 액션영화에 나올 법한 무능하고 민폐만 끼치고 몸매만 보여주는 여자캐릭터를 보는 느낌이 나서 짜증이 일었습니다. 그 남자 친구조차 쓸데없는 개그에 품위 없긴 마찬가지. 마지막에 좀 활약한다고 해서 그 민폐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얘네들이 과연 범블비나 옵티머스와 끈끈한 우정 같은 것을 갖고 있을 새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반면 전작 시리즈의 미카엘라나 샘은 범블비를 만나 호의를 쌓을 시간도 있었고 전투에서 충분히 교감을 했기에 이들의 우정은 설득력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편에 등장하는 얘들은 과연 그런 게 있기나 싶었습니다. 애초에 옵티머스를 처음보고 신고부터 하자고 하는 딸내미인 데다가 아버지 빼곤 캐릭터들 중 오토봇들과 깊은 대화를 나눈 인물은 거의 없거든요.
영화를 볼 때마다 저 주인공 셋은 어디 치워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 전작 주인공들이 훨씬 낫고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확실히 와닿더군요. 오히려 개그나 개성, 활약면으로 보면 KSI 쪽 캐릭터들이 더 뚜렷한 편이었습니다. 만약 영화상에서 이 인간 주인공들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스피디하게 진행했더라면 영화가 훨씬 집중되고 재미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랜스포머』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들 대다수가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멋있는 모습을 보러 가지 인간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보러 갔겠어요? 『트랜스포머』의 주인공은 트랜스포머지 인간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느낀 4편이었습니다. 내용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다음 속편이 예고되던데 메가트론도 돌아왔겠다 떡밥도 나왔겠다 그래도 다음 편은 더 기대를 걸어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이번 편이 3편과 연관성이 깊은 작품이라면 샘이라던가 시몬스요원이라던가 레녹스 대위라던가 하는 인물들도 저 난리를 알고 있을 텐데 이들 이야기는 잠깐이라도 다뤄줄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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