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 코드』는 OCN에서 방영해 주길래 호기심이 생겨서 보게 된 영화였습니다. 실은 이 영화의 상세한 리뷰를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있기에 내용의 스포일러는 이미 아는 상황에서 보게 된 셈인데요. 그런데 이것이 실수인 것이 영화는 의외로 반전 코드라던가 결말을 보고 놀랄 만한 상황이 많기 때문에 내용을 미리 알고 본 것이 아쉬울 정도였어요. 아마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봤더라도 더 흥미진진하게 봤을 영화 같더군요. 영화의 정보를 잘 몰랐을 때에는 막연하게 제이크 질렌할이 주연으로 나오고 SF물이다라고만 알고 있었어요. 당시만 해도 제이크 질렌할 하면 극장에서 본 『페르시아의 왕자』도 있고,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본 『옥자』도 생각나지만 보통 『브로크백 마운틴』이 먼저 떠오르는 경향이 있는 거 같더라고요.
처음 주인공은 기차에서 깨어나는 알 수 없는 상황과 자신의 모습이 거울에 비친 모습과 다른 것을 알고 당황합니다. 사건의 실상은 폭탄 테러가 기차에서 일어났고 아프간 전쟁에 파병을 나갔다 거의 반죽음(후반에 드러나는 주인공의 상태는 매우 끔찍한 상태)에 빠진 주인공의 의식이 기차 테러로 죽은 사람 중 션이라는 교사의 죽기 전 8분의 기억을 되살린 '소스 코드'에 접속하여, 테러를 일으킨 범인의 단서를 찾는다는 작전으로 처음 영화의 내용을 접했을 때나 이번에 영상으로 봤을 때 느낀 건 왠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이었어요. 아마 인간의 의식구조에 모습을 가장하여 들어간다는 소재가 유사성을 느끼게 한 건지도 모르겠는데 실제로 다루는 내용은 인셉션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소스 코드』는 죽은 이의 기억을 되살려 한정적인 시간 속에서 현실의 범죄자를 찾는 일종의 스릴러를 연상케 하는 구도에 중반부터는 평행우주라는 설정까지 도입되면서 스케일이 커지더군요. 처음엔 사람의 의식을 되살린 것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타임슬립과도 유사하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처음엔 타임슬립이 아닌 이미 죽은 자의 기억을 재구성한 것에 불과했지만 주인공이 소스 코드에 여러 번 접속하여 변화를 일으켰고 어떤 가능성을 믿으면서 결국 주인공은 기차 테러를 일으킨 범인도 잡고 연인- 그러니까 주인공의 연인이 아닌 션의 연인이 된 여성-을 비롯하여 기차 속 사람들까지 구해냅니다. 생각해 보면 8분 사이에 저것이 가능하긴 하겠는가 싶긴 하겠지만 일단 영화적 상상력에 따른 일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고요.
마지막에 원래 8분의 기억이 다하고 현실의 주인공의 생명도 다하게 될 때 영상이 멈춤에 따라 딱 거기서 끝나는가 싶더니만 소스 코드 내에서 주인공의 운명은 새롭게 갈라집니다. 비록 자신은 죽었고 몸은 다른 이이긴 하지만 원래 자신의 갈등-파병으로 죽기 전에 있었던 아버지와의 다툼도 션의 전화를 통해 주인공의 친구라고 위장하여 속내를 밝히면서 아버지와 화해하지요-까지 사건의 해결과 함께 떨쳐버리면서 그가 새로운 운명을 부여받은 것은 마치 환생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지막 주인공이 연인과 함께 어떤 공원의 구체 조형물을 보면서 그 모습들이 여러 갈래로 비추는데 딱 영화의 후반부의 핵심을 표현해 주더군요. 죽은 이의 기억을 되살려 현실의 사건을 해결하는 SF적 소재가 가미된 범죄 스릴러로 시작하여 독특한 결말을 맞이한 영화라고 할까요.
러닝 타임도 그다지 길지 않고 흥미진진한 전개를 가는지라 오래간만에 즐겁게 본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영화 『논스톱』 때에도 느꼈지만 테러리스트의 양상이 옛날 영화들과는 많이 변했다는 느낌. 『논스톱』의 테러리스트도 현재 미국의 상황에 어떤 식으로든 실망하고 환멸을 느껴 충격요법을 주겠다고 테러를 감행했던 것처럼 여기 『소스 코드』의 테러리스트도 모든 게 글러먹었으니 아예 폐허로 만들어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더군요. 옛날 영화들은 적국의 강경파나 돈을 노린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테러리스트가 되는 경우에서 변화하여 내부의 위태로운 구조와 그에 수반되는 문제를 보여주려는 의도인 걸까요? 하는 짓들은 어째 묻지 마 살인범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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