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캐리어스』는 수퍼액션 채널에서 방영한 덕에 보게 된 영화인데 실은 어떤 영화인지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궁금증에 영화를 보기 전 검색을 해 보았는데 영화는 왠지 제가 좋아할 법한 소재를 다룬 영화더라고요. 바로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멸망과 인간의 갈등과 같은 것들을 다룬 내용으로 포스터엔 젊은 남녀들이 서있었는데 왠지 소재와 포스터를 보니 스티븐 킹의 단편소설 중 바이러스로 인류가 멸망하여 살아남은 젊은이들이 절망한 채 방탕한 허송세월을 보내는 소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네명의 남녀 주인공 브라이언과 대니 형제 그리고 형제들의 여자 친구인 바비와 케이트가 훔친 차를 타고 질주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들은 길을 가는 도중 기름을 구하는 어떤 부녀를 만나는데 그중 딸이 바이러스 감염자인 것을 알고 그 자리를 벗어납니다. 하지만 차의 고장으로 대신할 차량이 필요하자 기름을 가지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 그 부녀를 나름 협박-타협하면서 일단 바이러스가 통하지 않게 부녀의 자리를 밀봉한 채로 백신이 있을지 모른다는 병원으로 향합니다.
그 와중에 브라이언의 여친인 바비와 동생인 대니는 바이러스 감염자임에도 아랑곳없이 그들과 친해지는데 여기서 정 많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그 둘이라는 것이 드러나요. 하지만 바비의 이런 여린 성격은 결국 나중에 파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영화의 아이러니라죠. 그런데 여기서 부녀 중 아버지 역할로 등장하는 배우가 바로 미국드라마 『로 앤 오더』 시리즈와 영화 『맨 오브 스틸』에서 주요 인물로 등장했던 배우 크리스토퍼 멜로니라 괜스레 반가웠는데 처음엔 이 아버지가 으레 할리웃 영화가 그러하듯 주인공 중 하나고 백신과 딸의 목숨 때문에 주인공 일행과 한바탕 결투를 벌이게 되는 역할인가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진부한 제 예상을 벗어나는데 백신이 있다고 믿었던 병원에선 담당의는 이미 바이러스로 죽고 남은 의사는 백신의 무용함과 절망 속에 어린 환자들과 자살 시도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지요. 차에 남아있던 바비는 그의 딸이 발작 일으키는 것을 막다가 피가 튀는데 이때의 일로 바비는 감염되고 맙니다. 결국 바이러스로부터 살아날 방법이 없단 것을 안 부녀는 차에서 내리게 되고, 주인공 일행은 그들을 놔두고 도시를 벗어나고 맙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부녀의 이야기가 어떻게 되었는지 영화상에선 더 언급이 없으나 충분히 비극을 예상하게 만들지요.
또다시 길을 떠난 주인공 일행은 형제가 어릴 적에 놀던 해변으로 향하다가 어떤 빈 호텔에 머물게 됩니다. 거기서 긴장도 풀겸 휴식도 취하던 그들은 호텔에서 터를 잡던 완전무장한 이들에게 붙잡힙니다. 영화는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자극적이지 않게 덤덤하면서도 잔인하게 보여주는데 바이러스가 신의 징벌이라고 주장하는 광신도는 라디오 방송을 하다가 피를 토하며 죽거나, 일행이 처음 길을 떠날 때 바이러스를 퍼뜨린 게 중국인 때문이라 믿는 이들에 의해 인간사냥이 벌어지는 장면이 나와 충격을 안겨줍니다.
거기다 호텔에서 완전무장한 이들도 주인공 일행을 위협하면서 여자들은 성노리개로 쓰려고 남겨두고 그것에 반대하여 모두 내보내려는 이와 대립하는데, 이때 바비가 감염된 게 드러나 모두 쫓겨나고 그나마 이성을 차리고 여자들까지 같이 내보내려던 호텔 측 인물은 그에게 반발하던 다른 이들에게 총으로 위협을 당하는 장면이 호텔씬 마지막. 역시 드러나지 않아도 그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는지 상상이 가지요. 바비가 감염된 게 드러나자 주인공 일행은 자신들의 '규칙'을 강조하면서 애원하는 바비를 길가에 버려두고 갑니다.
브라이언은 이 일로 감정이 격해져 나중에 기름을 얻기 위해 마주친 지나가던 비감염자 여성들을 공격하려 하고 더 온순한 편인 대니가 싸움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서 도움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그들을 외면하려 하고 분노한 브라이언은 총으로 여성들을 사살하는데 그때 여성측에서도 총을 쏴서 브라이언의 다리를 저격하지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니는 형인 브라이언이 부모님이 아직 살아있는 상황에서 대니에게 거짓말을 하고 집을 빠져나온 것을 알게 되어서 두 형제는 감정싸움을 벌입니다.
하여간 브라이언의 상처를 돌보기 위해 들린 민가에서는 이미 집주인들이 바이러스로 사망한 상태였고, 왠 들개가 그들의 시신을 뜯어먹는 참상을 목격하는데 이렇게 개가 식인을 하는 케이스는 전쟁 시에도 많아 문제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도 들은 거 같아요. 형의 상처를 치료하려던 대니는 그마저 감염된 것을 알고 역시 '규칙'대로 그를 버려두고 가려 합니다. 브라이언은 그것을 알고 몰래 차키를 빼돌리고, 대니는 결국 자신의 형을 쏘아 죽이고 맙니다. 영화상에서 가장 이성적이었고, 어디까지나 인도를 놓지 않으려 했던 인물인 대니의 변화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다고 할까요.
반면 브라이언은 죽기 전에 자신이 일당을 받고 감염자들의 시체를 치우면서 실은 살아있는 자들도 같이 묻었다는 고백을 하는데 극상에서 브라이언의 행동이 이기적이고 문제를 일으켰던 것은 사실이나 그 역시 그 무너져가는 세상 속에서 나름 자책감을 가지고 있고 끝까지 추억 속의 장소를 가고 싶어 했던 것으로 인간적인 감정을 잃지는 않았던 인물이란 게 드러납니다. 물론 그의 행동은 어느 정도 자업자득인 측면도 없진 않았지만, 이성이 무너지고 공포가 지배하는 세상의 일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그가 아닐까 싶었어요. 끝까지 살아남은 케이트와 대니는 약속의 그 해변으로 오게되고 대니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합니다.
그리고 그의 독백이 흘러나오는데 자신이 살아갈 날 역시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나 그들이 오던 중 목격하게 된 희생자들의 묘비를 보며 그들과 같이 되고 싶어하는 것 아니냐는 케이트의 물음과 해변가의 벌레떼를 보면 대니는 물론이거니와 극상 인간들의 세상엔 이제 희망이 없음을 증명하고 있지요. 형제가 결국 파국으로 끝나면서 인간적인 질서가 무너졌다는 반증일까요? 영화를 보면서 바이러스를 다뤘다는 데서 예전에 본 『컨테이젼』이 떠올랐는데 두 영화 다 바이러스 창궐로 인한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건 비슷하지만 『컨테이젼』이 그나마 좀 더 희망적인 결말을 이끌어냈다면 이 『캐리어스』는 그야말로 희망이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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