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레 공포영화가 재밌어 보이는 게 한다는 예고편이 눈에 띄면 시간을 맞춘다거나 우연히 발견해도 TV앞을 지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은근히 OCN이나 수퍼액션 채널(현 OCN Movies 2)에서 흥미로운 공포영화를 방영해 준 적이 여럿 있는데 이 『이블 데드』 역시 그 덕에 보게 된 영화였어요. 영화가 시작하기 전 궁금한 나머지 이것저것 검색을 하면서 정보를 찾아봤는데 이번에 보게 된 『이블 데드』는 기존 『이블 데드』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리부트라고 하더군요. 기존 『이블 데드』 시리즈는 잘 모르는 관계로 다만 알만한 건 『이블 데드』 시리즈 감독이 바로 구 『스파이더맨』 영화를 만든 샘 레이미라는 것 정도뿐이었어요. (이번 리부트를 맡은 감독은 다른 감독) 어쨌든 영화의 예고편만으로도 소름이 끼쳤기에 좀 기대감이 컸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숲을 헤매는 한 여자, 그리고 여자를 쫓아온 두 남자가 그를 사로잡아 어떤 별장에서 여자를 기둥에 묶는것으로 시작하는데요. 묶인 여자를 보면서 여자의 아버지가 ‘엄마를 네가 죽였다’는 말을 합니다. 즉 여자는 악령에 사로잡혀 어머니를 살해하고 도주하다가 그 악마를 퇴치하려는 영매들에게 붙잡힌 것인데 대개 현대 사회에서 이런 쪽에 대한 인식을 말해주듯 이 스쳐 지나가듯 나오는 영매들의 모습은 다른 공포영화에 나올 법도 할 만한 기이한 모습입니다. 그들은 악마의 책을 살펴 악마를 내쫓기 위해선 여자를 불태우라고 하고 결국 여자는 아버지의 손에 화형 당하는데 죽기 전 여자의 입에서 악마의 음성이 튀어나오면서 앞의 불길한 사건을 예고하지요. 그런데 이 가족이 어쩌다 이 악마의 책에 접하여 저런 꼴을 겪게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더불어 생기더군요. 이건 왠지 속편으로 풀어도 될법한 떡밭 같았어요.
재미나게도 그 별장의 주인은 따로 있었는데 바로 본편의 주인공들인 데이비드와 미아 남매가 지냈던 곳으로 앞의 영매와 악령의 피해자들은 남의 별장에서 악령을 물리치는 의식을 치뤘고, 악마를 불러내는 서적을 꼼꼼하게 지하에 봉한 채 사라진 셈. 영화 자료를 찾아보니 이 악마의 책은 러브크래프트 소설에서 많이 나오는 ‘네크로노미콘’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라 하네요. 그렇다면 이 영화도 어느 정도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차용했다는 사실일까요. 다만 여기서 묘사되는 악마의 의식과 묘사는 러브크래프트의 우주적 괴물들보다는 기존 엑소시스트 형 영화에 나오는 악마에 더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다만 악마의 묘사에 있어서 각오한 만큼 오싹한 구석이 많은데, 일단 영화가 굉장히 고어도가 높은 편입니다. 그나마 OCN에서 자체 모자이크를 해 준 덕에 끔찍함은 덜했으나 흐릿하게라도 그들이 어떤 꼴을 당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 무서운 건 마찬가지라고 할까요? 시각적 충격이 좀 완화되었을 뿐이지.
사건의 발단은 엄마가 정신병원에서 죽은 뒤 틀어진 데이비드와 미아 남매, 그리고 데이비드의 애인 나탈리, 그들의 친구인 에릭과 올리비아가 별장으로 찾아오면서 시작되는데요. 미아는 엄마의 죽음 이후 마약을 복용한 것인지 금단증상을 보입니다. 주인공 일행은 미아가 마약을 끊게 하기 위해 이 별장을 찾아온 것이라 하는데, 영화에선 종종 공포영화의 클리셰들이 많이 눈에 띄는 편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클리셰들을 교묘하게 틀어버린 영화 『캐빈 인 더 우즈』에서 나오듯, 외딴 별장에서 고립되는 이들이 주인공이며, 사건의 배경을 형성하는 우중충한 날씨가 지속되고 누군가가 실수로 혹은 장난으로 깨고 마는 금기가 등장하며 무언가 변화를 알아챈 인물과 그의 충고를 무시하는 주위 사람들, 그리고 하나 둘 변해가는 인간들과 친한 사람을 죽여야 하는 극단적이지만 끔찍한 설정이 이어져요.
친한 사람들의 내부에 무언가가 이질적인 것이 침입하여 괴롭지만 살기 위해 친한 이들을 죽여야 한다는 것은 예전에 본 영화 『더 씽』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됩니다. 다만 거기에 등장하는 존재는 외계에서 온 에일리언이었다는 차이점이 있지만요. 공포영화의 클리셰들이 많이 적용되어 있지만 오히려 영화는 그것을 훌륭하게 활용했단 생각이 드는데요. 일단 신체 훼손을 통한 시각적인 충격과 긴장감이 넘치는 연출도 크게 작용하지만 역시 영화를 재밌게 만드는 것은 만드는 사람의 재량이지 클리셰가 문제는 아니란 것을 느끼게 해 준다고 할까요. 즉 이 클리셰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작품의 맹점. 이번 영화 『이블 데드』는 그런 점에 있어서 이 클리셰들을 잘 활용한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영화에 참신한 면모도 없지 않은데 대개 금기를 깨버린 자들이 민폐만 끼치고 죽어버리는 데 반해 여기선 금기를 깨뜨리는 역할을 한 에릭은 오히려 사건을 해결할 열쇠도 같이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다만 영화상에서 사건을 일으킨 역할로써 죽음은 피해갈 수 없었어요. 그리고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데이비드의 죽음도 놀랍거니와 결국 살아남는 것은 악마에 씐 나머지 공포 분위기를 내내 연출하고 끔찍한 사건을 일으킨 미아인지라 이 엔딩 또한 좀 반전이라 느껴지더군요. 영화의 마지막은 오빠의 희생으로 소생한 미아가 악령과 사투를 벌여 자신의 손을 잘라낸 뒤 겨우 살아남아 홀로 숲을 빠져나가는 어찌 보면 굉장히 깔끔한 결말. 이 장면 뒤에 뭔가가 더 있을까 싶지만 영화는 깔끔하게 미아가 홀로 쓸쓸하게 빠져나가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다만 극상에서 불에도 타지 않아 제거할 수 없었던 악마의 책인 네크로노미콘이 휘날리는 모습을 비춰주며 혹여나 있을지 모를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여러모로 재미있는 영화였어요.
'영화와 애니메이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션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리뷰 (0) | 2025.05.06 |
---|---|
『드래곤볼 에볼루션』 리뷰 (0) | 2025.05.05 |
『라이프 오브 파이』 리뷰 (0) | 2025.05.03 |
『포제션 : 악령의 상자』 리뷰 (0) | 2025.05.02 |
『호빗 : 다섯 군대 전투』 리뷰 (0) | 2025.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