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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소설 기타

『여자아이는 정말 핑크를 좋아할까』 리뷰

by 0I사금 2024.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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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장난감에서부터 여자아이들 것은 분홍색 위주로 도배가 되었다던가, 혹은 특정 상품이 여성 고객을 노려서 나올 때 너무 대놓고 노린 것 마냥 분홍색으로 만들어 위화감이 느껴지거나 어색하다 느껴진 경우가 많았는데요. 어째서 핑크는 여자의 색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었는가 대강 그 이유를 알 것 같으면서도 알지 못하는 부분을 파헤친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책에서도 첫 장에서부터 설명이 나오지만, 핑크색이 단연 여자의 색이라는 고정관념은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남자색과 여자 색에 대한 편견은 희미한 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성별로 구분하는 색이라 한다면 파란색은 남자의 색, 빨간색은 여자의 색이라고 규정짓는 것이 더 전통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도 따지고 보면 편견에 가까울 수 있어서 특정 문화권에서는 파란색이 여성의 색, 빨간색이 남성의 색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없지는 않고요.

"여자아이는 정말 핑크를 좋아할까?"라는 질문을 누가 한다면 적어도 나는 안 좋아한다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핑크색은 어린아이 같아 보여서, 핑크색이 잘 맞지 않고 살쪄 보여서, 어린 시절부터 본 핑크색 캐릭터들이 맘에 안 들어서 괜히 편견이 생겼다거나 하는 여러 가지 사소한 이유를 댈 수 있겠네요. 어쨌거나 주변 사람들만 살펴본다 하더라도 여자니까 핑크색을 좋아한다는 고정관념에 들어맞는 유형은 별로 없고, 설령 핑크색을 선호하는 여성(제 엄마만 하시더라도 선호하는 핑크색은 일반적인 핑크가 아닌 붉은 기가 강한 원색)이 있다 하더라도 그 취향이 각양각색이라 딱 한 가지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 여성의 색상 선호와 관련하여 이런 부분을 지적하고 있는데 책에서 비판하는 '여자아이는 핑크색을 좋아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핑크색에 대한 특정 성별의 선호가 아니에요. 사회적으로 핑크색이 상징하는 것들인 '유아스러운 성격/미성숙함/보호를 반드시 필요로 함/감정적으로 미숙함'은 바로 '어린아이'의 특성이며 '여성=핑크색'이라고 압박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여성을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대나 사회를 막론하고 핑크색을 포함한 파스텔톤이 일단 어린아이들의 색상으로 쓰였다는 것은 공통점으로 여겨지는데요. '여자력' 운운하며 매체에서도 핑크색을 여자의 색으로 자주 활용하는 일본에서조차 핑크색은 여성의 색상으로 고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본에선 특이하게 핑크색이 성적인 의미도 포함하기 때문에 처음 이것을 여성의 상징색으로 쓸 때도 망설인 경우가 있었다고요. 하지만 유명 애니메이션에서 여성의 색을 핑크로 쓰고 성공을 한 것을 시작으로 여성의 상징색이 핑크로 고정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 나오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성적인 의미는 줄어들었지만 핑크색이 '어린아이'의 색상이라는 관념은 많이 남아있는 것으로 해석되더군요. 그렇기 때문에 여아들이 성장하면서 핑크색에 대한 선호는 줄어드는 경향이 보이는데 유전적으로 여성이 핑크에 대한 선호가 강하다는 과학적인 설명도 첨부되고는 있지만 오히려 색상에 대한 선호는 개인 성별과 상관없이 다양하다고 생각되더군요.

즉, 핑크색이 어린아이가 선호하는 색상은 맞으며 핑크색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든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든 어린아이 같음을 느끼는 것은 대개 비슷한 듯. 그러나 핑크색이 반드시 여성/여아가 선호하는 색상이라고 규정짓기는 어려움에도 이것이 여성의 색상이라고 규정되는 사회 현상, 더 나아가서는 여성은 핑크색을 좋아해야 한다는 압박에 가까운 분위기는 좀 더 파고들면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이미지와 위치가 자립이 불가능하며 반드시 타인(남성)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어린아이의 이미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에 대한 반동으로 일어난 움직임을 '안티 핑크'나 '올드 핑크'와 같은 단어로 지칭하는 것은 핑크색이 단순 핑크색이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를 갖기 때문. 또한 재미있는 사실은 이 여성을 대상으로 핑크색을 강요하는 현상은 반대로 남성이 핑크색으로 상징되는 것, 소위 여성적인 문화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면서 남성이 누릴 수 있는 문화적인 여건 또한 박탈하는 흐름으로 갔다는 점입니다.

또한 책에서는 이런 핑크색 강요에 대한 사회적인 움직임, 대개 어린아이들에게 성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장난감이나 만화 매체의 변화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대개 핑크색 선호를 강요하는 것이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기 때문에 그 변화 역시 어린아이들이 접하는 매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유아용 장난감이나 인형에 다양한 색상을 도입하거나 장난감에 좀 더 다양한 시도를 도입하는 것이 있고, 어린아이들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에서도 변화하는 양상을 예시로 들고 있는데 여기서 언급되는 것은 『요괴 워치』와 『겨울 왕국』입니다. 『요괴 워치』는 요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주인공들의 성격이 성별 고정관념을 벗어나며 배틀 형식이 아닌 사건 해결이라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짜여 있기 때문에 남아와 여아 모두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던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디즈니 프린세스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또한 디즈니 『겨울 왕국』의 성공 요인으로 저자는 주인공 엘사가 주위에서 요구하는 착한 소녀의 모습을 벗어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공감대를 많이 불러일으켰으며, 그 갈등 또한 왕위 쟁탈전이나 사랑을 둘러싼 대립 구조가 아닌 자매의 연대를 다루는 점, 남자 주인공인 크리스토퍼의 성격도 자기감정에 솔직하며 공주를 구해주는 왕자님이 아닌 안나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수평적인, 상당히 전형을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캐릭터라는 해석이 있었습니다.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그 유명한 디즈니 프린세스들 중에 꼭 집어서 핑크색이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는 얼마 없고, (옷을 핑크색으로 입은 캐릭터는 있겠지만) 심지어 그 인기 많은 엘사의 색상조차 엘사의 능력(얼음과 눈)을 연상케 하는 푸른 계통이거나 인기가 많은 공주 캐릭터들 상당수가 그 자체의 서사와 매력으로 완성된 캐릭터들이 더 많더군요. 핑크색이 반드시 소녀가 선호하는 색상이라는 편견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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