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했을 때 내용을 대충 훑어보니 어딘가 낯익은 감이 들었는데 제가 예전에 읽은 『탐정이 된 과학자들』이란 책에서 언급된 인물의 이야기라는 걸 알았습니다. '페이션트 제로'라고 질병의 최초 감염자에 대한 설명 부분에서 요리사였지만 장티푸스 보균자였던 여성 메리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요. 그 책에서 짤막하게나마 이 메리라는 여성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전염병이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두려움 때문에 페이션트 제로에 대한 공격성을 드러낸 케이스가 있었고 그것을 앞으로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가 있었는데 이 책 『위험한 요리사 메리』가 바로 그 페이션트 제로였던 요리사 메리의 일생을 추적한 이야기더라고요.
또 우연히 알게 된 것이지만 저자인 수잔 캠벨은 제가 예전에 읽고 리뷰한 책 아일랜드의 대기근과 그 참상을 다룬 『검은 감자』의 저자이기도 했고요. 이것은 책을 빌려오고 나서 저자 설명을 읽어보고 나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책의 전개 방식이 『검은 감자』와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고요. 이 책 『위험한 요리사 메리』에서 메리 역시 아일랜드 출신이고, 미국으로 건너온 계기도 당시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생긴 실향민들이 고향을 등지고 먹고살 길을 찾기 위해 미국으로 이민을 왔으며 메리 역시 그런 부류 중에 한 사람이라 하는 것을 봐서 저자가 개인적으로 아일랜드 대기근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저자인 수전 캠벨은 건강한 상태이지만 장티푸스 균을 가지고 있는 '건강 보균자'인 메리의 일생을 세세하게 추적합니다. 페이션트 제로에 대한 섣부른 판단과 공격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탐정이 된 과학자들』의 주장은 아마 이 장티푸스 메리의 일생에서 비롯된 경고가 아닐까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사회가 지금처럼 인권 의식이 사람들에게 깔려있던 것도 아니고 인종과 성별에 대한 편견이 강했던 시절이라 당시 미국 사회에서 그다지 좋은 대접을 받았다고 하기 어려운 아일랜드 출신 이민자인 독신 여성인 메리는 간헐적 보균자라는 사실이 드러나자마자 마치 현대의 '밈' 문화처럼 그 이름이 소비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메리의 인생이 어떻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는지를 잘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요.
책에 따르면 메리가 지나치게 의사들을 불신하여 치료를 거부한 것-이는 메리 혼자만의 독선이 아니라 어찌 보면 당시 미국 사회의 만연한 분위기였을 수 있고-에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당시 보건당국이 메리에게 행한 강제적인 격리나 처우는 굳이 현대적인 시점으로 보지 않아도 비판점이 존재하며, 사회의 질병 감염을 줄이는 데 공헌한 위생공학자 조지 소퍼와 같은 부류는 그 업적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공명심 때문에 메리를 소위 그 시대의 '밈'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다 시피 한 인간이라 한 사람의 사생활을 망가뜨렸다는 데 분명 공조한 구석이 있습니다. (소퍼 스스로는 죽을 때까지 장티푸스 메리의 사례를 업적으로 생각한 것 같지만.)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자극적인 기사를 위주로, 만만한 대상을 '밈'으로 삼는 황색 언론에 대한 비판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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