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에 앞서 책의 부제가 「대량 해고, 불황, 빈곤은 세상을 어떻게 움직였을까?」라고 적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의 제목만 보면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고민하고 힘들어했던 것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과 현재의 실업과 과거의 실업은 어떻게 달랐는가 궁금해지기도 했는데 책의 주제가 주제다 보니 내용이 좀 암울할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도 책에 실린 시대적 상황들이 암울한 것도 사실) 그래서 그런 건지 모르지만 도서관에서 호기심으로 책을 빌려왔다가 여러 사정으로 정신이 없어 책을 읽을 생각을 못 하고 차일피일 미뤄두다가 반납일이 슬슬 다가오니 왠지 아쉬운 마음에 뒤늦게나마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제가 암울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 다르게 책의 분위기 자체는 마냥 어둡지 않은데, 물론 책에 등장하는 사건이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지금 기준으로도 충분히 찜찜한 것은 맞지만 책 자체가 당시 역사를 잘 모르는 독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을 해 준 덕택에 이해가 어렵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독자들로 어느 정도 공감이 가게 당시 상황이나 지도층에 대한 비판이 간간이 섞여 있어 몰입을 더 이끌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고요.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중국 양나라의 상황을 비판하며 지도자는 성향이 선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가 행한 정치적인 행위의 결과물이 선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 판단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어요. 요컨대 선하지만 무능한 인간은 결국 지도자로써 백성들에게 독이란 이야기.
옛 시대가 시대다 보니 이 대량 실업과 같은 사태에 대한 해결 방도는 거슬러 올라갈수록 전쟁이나 반란, 대량 이민과 같은 극단적인 방식을 취하는 케이스가 많다는 점이 특이점인데 당시에는 인권 개념 같은 것도 없었던 시절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할 듯싶고요. 아마도 현재 자신이 처한 막막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전쟁과 같은 상황에 뛰어들었다가 피를 보는 경우가 한 둘이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처럼 대량 실업이나 빈곤 사태를 나라에서 어떻게든 손을 쓰려고 하는 경우는 낫지만 이도 저도 아닌 경우, 양나라의 상황처럼 황제가 혼자만 검소한 척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거나 대량 실직자들의 불만을 그냥 놔두고 손을 쓰지 않다가 결국 국가 멸망 사태를 초래한 케이스가 한 둘이 아니라는 것.
책에 실린 사례 중 고려 삼별초의 난이 결국 고려의 멸망으로 이어진 것이나 중국 역사 속에서 양나라의 멸망, 명나라의 멸망 그리고 청나라의 멸망이 이런 케이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 이런 대량 실직 사태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그것을 해결할 노력을 지도층에서 하지 않을 경우 그 결과물이 매우 참혹하다는 사실. 어째 동양권에서 비슷한 케이스가 여럿 발견된 것도 좀 신기하긴 합니다만... 현대 사회는 옛날보다 좀 더 복잡하며 이것이 반드시 국가 멸망 사태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2차 세계대전의 원인 중에 경제 불황의 그림자가 있다는 점이나 현재 치안이 불안정한 나라의 근본적인 문제도 이런 대량 실직 사태에 있다는 점을 본다면 근본적으로 옛날 사회와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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