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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소설 기타

『바이러스 도시』 리뷰

by 0I사금 2025.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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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바이러스 도시』는 도서관에서 처음 보았을 때 왠지 제목이 영화를 연상하게 하는 구석이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빌려오게 되었습니다. 소설 코너에 있던 책은 아니므로 어떤 이야기책은 아닌 것이 분명하고 표지에 바이러스 이름들이 여럿 나오는 것으로 보아 실존하는 바이러스를 가지고 어떤 서사구조를 만든 것인가 했는데 뒤표지의 '논픽션' 드라마란 글을 보고 원래 있던 사실을 기록한 거라는 걸 알았습니다. 책에서 그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1854년의 런던 브로드가로 그곳에서 일어나던 사건은 대량의 사망자를 낸 콜레라의 창궐이었죠. 책에서 당시가 어떤 시대였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는데, 이 부분은 제가 예전에 읽었던 건축 서적에 대한 설명과 비슷합니다. 영국의 아파트가 어떻게 생성되었느냐를 이야기해 준 책이었는데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시골의 농민들이 직업을 찾아 대거 도시로 몰려왔고 가공할 만한 주택난이 발생하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초기의 아파트였다는 것. 


하지만 당시의 아파트는 현재의 편의에 치중한 아파트 건물과 달리 많은 사람을 최대한 한곳에 수용하기 위한 공간으로 굉장히 비위생적이었다고 합니다. 『바이러스 도시』에서 그리는 영국은 빅토리아 왕조 시대로 한 곳에서는 문화적 황금기를 이루었지만 다른 곳에서는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불결하고 가난한 환경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상하수도 시설이나 수세식 화장실이 갖추어지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였지만 하수처리 시설이나 정화시설은 미비했으며 이것은 노동자들의 비위생적인 공간과 더불어 질병을 퍼뜨리기 좋은 조건이 되었습니다. 초반 콜레라를 앓다 죽은 아기 이야기가 나오면서 다량의 사망자를 낸 콜레라가 엄청난 속도로 사회에 부각되는데, 콜레라는 수인성 전염병임에도 당시의 사람들은 '균'이란 존재에 대해 몰랐으므로 질병은 악취와 공기가 옮기는 것이며 오염된 물이 병을 옮긴다는 사실을 모른 상태에서 죽음을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책에 의하면 당시 시대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균보다 바로 존재를 파악할 수 있는 냄새를 병의 원인으로 규정했으며 이런 당시의 사고방식은 앞으로 나올 존 스노 박사의 장애물이 됩니다. 


마취전문 의사이자 탐정이고 발명가였던 존 스노는 공기감염이라면 한 구역의 주민들이 왜 같은 병에 걸리지 않고 어떤 집안 사람들만 병에 걸리는 것에 의문을 품고 조사에 조사를 거듭한 결과 이 병이 공기전염이 아닌 오염된 물, 브로드가의 오염된 펌프의 물에 의해 퍼진 전염병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됩니다. 다른 곳에서 병자들을 돌보던 목사 헨리 화이트헤드 역시 어느 정도 질병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되는데 교구 이사회에 존 스노가 펌프 손잡이 제거를 청원하자 그에 반박하기 위해 나름의 자료를 모으며 조사하던 화이트헤드 목사는 결국 존 스노의 추론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를 지지하게 됩니다. 그들의 주장이 어느 정도 먹혀들고, 우물을 조사하여 물이 오염된 것을 확인하였으나 당시 악취에 의한 전염을 신봉하던 독기론자들의 반발에 의해 그들의 주장은 10여 년이 지나서야 인정받게 됩니다. 『바이러스 도시』는 콜레라가 영국의 역사에 끼친 영향을 확인함과 동시에 존 스노와 헨리 화이트헤드라는 역사적 인물들을 고찰합니다. 


영화와 같은 픽션들과 다르게 현실의 그들은 시대상황에 비하면 획기적인 주장을 내었음에도 그것이 바로 받아들여진다거나 충격은 안겨준다거나 하는 것이 아닌, 영국 정부가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였음을 보여줍니다. 책에 따르면 존 스노는 그가 죽은 뒤에서야 비로소 인정받았으며 헨리 화이트헤드는 존 스노보다 40년을 더 살았는데 죽는 날까지 그의 서재에는 존 스노의 초상화가 걸려있었다고 합니다. 화이트헤드 목사의 말에 따르면 "어느 직종에서든 뛰어난 업적은 '뭐라도 해야지'라며 요란한 대책을 요구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불변의 법칙을 참을성 있게 연구함으로써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 말은 굉장히 의미 있는 말인 거 같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당시의 영국보다 더 복잡해진 현실의 상황을 제법 많은 분량으로 지적하면서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영국의 콜레라와 같은 위험상황을 가정하며 그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을 충고하면서 이야기의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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