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10화 리뷰입니다. 개인적인 느낌인데 파트 2가 시작된 이후 자꾸 레전드 회차가 갱신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처음 유영철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구영춘 사건이 종결되고 그를 면담하는 회차도 - 의도적인 발암 몇 장면을 뺀다면 - 연출이나 메시지, 배우들의 연기 어느 것도 빠질 것이 없어서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남기태 살인사건 역시 시청자들 뇌리에 진짜 깊은 인상을 남길 것 같다는 느낌. 보면서 주인공인 송하영의 멘탈이 붕괴되는 시점을 시청자가 같이 느끼게 되는 회차였다고 할까요? 남기태 살인 사건은 정남규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잡은 것이고, 처음엔 범죄분석팀이 이 사건을 계기로 그 활약이 인정받는다고 좋아했었는데, 그 생각조차 턱없이 얕았다는 걸 느끼게 한 10화였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구영춘이나 남기태나 똑같은 사이코패스고, 둘 다 현실에 있지 않는 편이 더 좋을 부류이긴 한데 정남규를 모티브로 한 남기태 쪽이 더 얽혀선 안된다는 이미지를 많이 받았습니다. 둘 다 공감 능력이 없다시피하고 피해자를 자신의 비뚤어진 만족을 위한 도구로 희생시킨 것은 똑같은데, 왜인지 남기태 쪽의 정신 상태가 진짜 위험한 타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더라고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이나 다른 이들에게 분노를 가진 건 두 살인범이 똑같았지만 그 열등감을 풀기 위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자신을 심판자로 합리화했던 구영춘은 정신이 덜 자란 중2병이 칼을 들었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반면, 남기태는 순수하게 피해자의 고통을 즐기려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요.
웃긴 건 남기태가 구영춘에게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며 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이며 심지어 송하영은 구속된 남기태의 살인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일부러 구영춘을 언급하며 도발하기까지 합니다. 과시적이고 허세에 절어있던 구영춘과 달리 대인 기피 성향이 강한 남기태는 송하영이 면담을 시도하면서 이해해 주는 척을 하자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자기가 어떤 식으로 살인을 저질렀고, 피해자들을 어떻게 살해했는지 아주 해맑게 설명을 하는데요. 자신의 고통에는 민감하게 반응해도 타인의 고통에는 둔감하며, 남들에게 이해받지 못할 가학적인 성향을 즐겁다는 듯 풀어내는 행동, 결코 과시나 허세가 아니라 마치 평범한 사람이 덕질을 하는 것처럼 살인 방법을 터득하고 즐겼다는 묘사는 그동안 나온 범죄자들보다 훨씬 더 맛이 가 있었다는 느낌이었어요.
오죽하면 현장 검증 사진을 찍으려고 온 우주의 기자 친구조차 남기태의 태도에 현타를 받았을 정도였을까요. 거기다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남기태의 행동들이 정남규의 그것을 많이 고증한 거라고 하니 더 충격적일 수밖에요. 이번 10화에선 특별하게 수위가 높거나 잔인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음에도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고 할까. 살인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일부러 맞춰주는 척하면서 그것을 다 들어야 하는 송하영의 멘탈이 망가지는 것도 이해가 갈 정도. 하다못해 그냥 중간에 송하영이 구영춘에게 했던 것처럼 팩폭이라도 해 줬으면 했는데, 그런 뉘앙스의 말 - 짐승 같은 놈이라고 면전에다 했음에도 남기태는 그거에 발끈하거나 상처받기는커녕 수긍을 하면서 자기 할 말만 나불거리니 타격은 없었단 것도 화가 나더라고요. 진짜 이번 10화는 주인공 송하영의 멘탈이 나락 가는 회차였다는 생각.
그래서 마지막에 조금 산뜻한 장면이나 힐링 장면을 넣어서 송하영의 정신이 회복되었으면 했는데요. 하지만 그런 장면 없이 오히려 이 남기태와 면담으로 그간 만나온 범죄자들의 뻔뻔한 행태가 오버랩되면서 심신이 흐트러진 송하영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모습까지 나오더라고요. 다행히 목숨은 건진 것 같지만... 진짜 드라마 전개가 냉정하다고 생각된 게, 주인공이 멘탈 회복할 수 있는 여지는 생략된 채 바로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버리더라고요. 그나마 속 시원했던 게 김봉식 계장이 사라지고 다시 복병짓을 하는 기레기 임무식의 얼굴을 갈겨줬다는 점 정도였달까요. 근데 임무식 이놈은 암만 생각해도 더 얻어터져야 했어요. 그리고 10화 엔딩에서 새로 등장한 사건은 바로 강호순 사건이 모티브인데, 이제 이 드라마도 다음 주면 마지막이겠네요. 아쉽지만 좋은 결말을 기대해야죠.
* 참고 : 드라마 OST - 김소연 「홀로 피고 진 꽃」
https://youtu.be/08ByKgLhwKM?si=gj1022gdCcxef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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