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12화 드디어 최종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드라마의 전개가 탄탄했던 고로 결말이 나쁘지 않을 거라고 예상을 했는데, 마지막 살인범인 우호성도 잡아냈겠다 경찰들끼리 좋은 시간도 보내면서 회복을 했겠다, 새로운 프로파일러 후배들도 생겨나는 등 생각보다 더 훈훈하게 끝났다는 생각. 그리고 어쩌다 보니 예전 4화 리뷰에서 썼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이 모티브인 대성 연쇄 살인 사건이 범죄분석팀의 과제로 남을 것이란 예상이 맞아떨어져서 조금 놀랐달까요. 마지막에 이춘재로 추정되는 인물이 교도소에서 송하영의 인터뷰를 보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것은 시즌 2 떡밥 비슷하면서도 범죄분석팀의 임무가 계속된다는 열린 결말일 수도 있어서 여러 가지 해석이 들었어요.
강호순 살인 사건이 모티브인 우호성 사건은 긴박한 시간 내에 증거를 확보해야 하고, 또 범인에게서 자백을 받아내야 하는지라 남기태 때와는 다른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는데요. 재미있게도 여기서 그려지는 연쇄살인범들의 행태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점이 확연하고 드라마가 그것을 잘 살려냈다는 생각입니다. 일단 연쇄살인범들이 피해자를 자기 욕망을 풀기 위한 도구로 보고 약한 자들을 희생시킨 것은 공통적이에요. 이 드라마는 범죄자들이 철저하게 강약약강 비열한 성격이라는 것을 과감 없이 그려내면서 그들을 미화하거나 동정할 건덕지를 1도 주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맘에 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의미로 나오는 범죄자들이 현실적으로 시청자들에게 각각의 분노를 선사하기도 했고요.
일단 드라마에서 그려내는 범죄자들의 차이점을 열거한다면 유영철이 모티브였던 구영춘은 자기 분노와 열등감을 풀기 위해 손쉬운 희생자들을 골라 죽였고, 범죄분석팀을 만났을 때에도 자기 내면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과시적이고 허세에 찬 행동을 한 경향이 있다고 언급돼요. 그래서 송하영이 넌 찌질한 놈이라고 팩폭을 했을 때 매우 분노하는 경향을 보였고요. 반면 정남규 모티브였던 남기태는 순수하게 피해자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즐긴 쾌락 살인마라고 확인되는데, 대인 기피 성향에 사람과 소통할 줄 모르는 성향까지 더해져 송하영이 자신을 역겨워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기 할 말만 늘어놓아 송하영이 큰 마상을 입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요.
반면 이번에 나온 우호성은 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자신은 죄가 없고 증거를 가지고 오라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는데, 우호성의 이런 성격은 자기애(나르시시즘) 성향이 짙은 데다 주변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혀져요. 심지어 피해자들을 물색할 때 하는 행동도 차이가 있는데 구영춘이나 남기태가 무차별적으로 대상을 골랐다면 우호성은 피해자에게 직접 다가가 과하게 친절을 베풀면서 그 친절을 거북하게 여기는 피해자에게 죄책감을 심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유인했다는 게 묘사됩니다. 일종의 가스라이팅인데, 피해자를 습격하는 방향이 아니라 직접 접근하여 경계심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앞서의 살인범들과 큰 차이가 있었고요.
다만 우호성의 저 자기애적 성향이 그가 자기 범죄를 숨기는데 걸림돌이 되는데요. 우호성은 자기가 경찰들보다 똑똑하다고 여겨 이미 방화 사기 혐의가 있음에도 증거물인 차량에 일부러 불을 지른 뒤 자기가 나서서 신고를 하여 확증을 준 데다가, 취조를 받을 때 과거 사건은 못 밝혀낼 거라는 둥, 피해자 사진을 보고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둥 덜미를 잡힐 말을 늘어놓습니다. 이때문에 결국 범죄가 드러났다는 점이 우스웠고요. 그 범행을 밝혀낸 결정적인 증거는 국과수에서 밝혀낸 혈흔 분석도 컸지만, 자신을 과하게 믿어서 자기도 모르는 새 증거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남겼다는 점에서요. 아마 드라마 고증이 훌륭한 걸 보면 이 묘사들도 실제의 그것과 많이 유사했을 거라고 추정되더라고요.
드라마에서 우호성이 자백하고 범행이 인정된 뒤, 송하영이 여유 있게 '난 너 같은 놈에 대해 잘 알고, 이제 너와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라는 뉘앙스의 말에 타격을 입은 것처럼 보인 것도 아마 저런 성격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성싶었는데 이 장면이 은근 사이다였어요. 이렇게 우호성 사건까지 해결하고 드라마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우호성 에피소드는 제한된 시간 안에 범행을 밝혀내야 했던지라 긴박감은 있었지만 범죄자와의 면담만으로 긴장감을 유발했던 건 남기태가 최고였고, 중반 몰입감으로 몰아쳤던 건 구영춘 사건이었다는 생각. 실제 사건이 모티브라는 점에서 암울한 감상이 많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드라마의 메시지와 연출이 좋았고 결말까지 나쁘지 않아서 3주 결방을 충분히 기다리고도 남는 드라마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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