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11화 감상문입니다. 여러모로 보는 사람 맘 졸이게 했던 이 드라마도 다음 화에 종영이겠네요. 결말은 좋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재미있게 보던 드라마가 이제 끝이라 하니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듯... 이 드라마 덕택에 프로파일링의 세계가 어떤 건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고, 관련 책도 읽을 수 있어서 여러모로 좋았다고 할까요. 삼주 결방은 정말 아깝긴 했지만 그다음 돌아온 파트 2가 잘 빠져서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던 드라마라는 생각입니다. 심지어 시청자들 상대로 밀고 당기기도 잘하는 거 같은 게 지난주 남기태 사건으로 작중 송하영만이 아니라 보는 시청자들도 내상을 입을 정도였는데 이번 11화는 새로운 사건이 등장하면서 동시에 분위기를 전환시켜 주인공들만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멘탈도 같이 회복시켜주더라고요.
드라마 전개는 원작에 나온 순서대로 연쇄살인범 강호순 모티브 살인사건이 등장하는데, 이 살인범 이름은 예고편에서 우호성(우호순?) 이런 이름으로 나왔던 걸로 기억해요. 처음 이 살인범이 피해자들을 유인하여 살인을 저질렀을 시기에 송하영의 교통사고가 겹쳐서 꽤 암울하게 진행되려니 싶었고, 병원에서 회복한 송하영이 범죄분석팀을 그만두겠다고 국영수 팀장에게 넌지시 비추었을 때도 - 전개상 그러지 않을 걸 알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심정이었습니다. 국영수 팀장도 송하영이 저렇게까지 된 데 자신의 책임이 있는 건 아닌지 괴로워하는 모습이 비쳐서 더욱 서글퍼졌고요. 그런데 이렇게 암울할 때에 과거의 인연, 그것도 송하영에게 도움을 받은 피해자의 유족이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송하영이 원래의 자리로 복귀하도록 도움을 주는 건 꽤 클리셰 같으면서도 좋은 연출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 송하영이 병원에서 재활 훈련을 할 때 마주친 자원봉사자가 누구였는지 가물가물했는데, 그녀가 1화에 나온 사건 피해자의 어머니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보는 사람이 '아!'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딸을 잃고 죽고 싶었던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준 건 결국 송하영처럼 범인을 잡아내려 노력한 사람들이었고, 이 말이 송하영에게 다시 힘을 불어넣었다는 연출은 송하영에게 복귀할 수 있는 기운과 보람을 불어넣으면서 동시에 피해자 역시 과거의 아픔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해도 그래도 반드시 절망하며 살 필요는 없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도 같았어요. 또 드라마가 현재 일어났던 사건들을 면밀하게 고증하며 범죄자들의 악랄함을 조명하는 것만이 아니라 소품이라던가 연결성 측면에서도 꽤 신경을 쓴 것 같았단 생각도 들었고요.
전편 10화에서 남기태가 썼다는 이유로 송하영이 자기 손수건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 장면은 단순 남기태 같은 살인범에 대한 역겨움을 표현한 것만이 아니더라고요. 이번 11화에서 송하영이 다른 손수건을 피해자의 유족에게 돌려받으면서 원래 가진 손수건이 전편에서 버려진 전개에 좀 더 개연성까지 갖추게 된 셈이라고 할까요. 거기다 기수대장이 승진하여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난 전개 역시 이번 사건과 얽혀서 범죄분석팀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전개로 향했고요. 또 새로 등장한 사건을 맡은 경찰관은 1화 사건에서 송하영과 대립각을 세우던 박 반장이었는데 이 박 반장도 과거의 사건에서 배움을 얻었는지 더 반성적인 모습으로 돌아와서 놀라웠다고 할까. 2화 리뷰에서 "오래 나왔다면 의외로 동료로써 한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드는 캐릭터"라는 제 예상이 맞아떨어진 게 신기하고 반갑더라고요.
거기다 캐릭터가 저렇게 호의적으로 변하니까 과거의 묵은 앙금은 생각이 나지도 않을 정도로 호감형이 되고 말더라고요. 이런 게 어떤 의미에서 성장형 캐릭터에게 끌리는 이유 같달까. 어쨌든 박 반장과 기존 동료들과 함께 송하영은 살인범의 패턴을 파악하고 그를 쫓게 되는데요. 복귀하자마자 자료를 살피며 피해자를 특정 장소에서 고른 것이나, 어떤 식으로 피해자를 유인했는지 알아채는 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할까요. 그런데 역시 범인을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 300대에 가까운 CCTV를 뒤져본다는 발상은 보는 사람이 아득해질 정도였어요. 중간에 범인이 피해자의 카드로 돈을 인출하는 일이 아니었다면 잡기도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저 때 당시 카드 사용이 보편화된 지 얼마 안 되어서인가 그 시절에 카드 도용 사건도 많이 일어나지 않았으려나 하는 뻘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이번 11화에서는 저번 주 10화에서 생략되었던 에필로그 영상이 다시 첨부되었습니다. 송하영을 받쳐주는 게 국영수 팀장이라면 이 국영수 팀장을 받쳐주는 사람은 허길표 기수대장(지금은 과장?)인데 허길표는 백준식 과장과 함께 주인공들보다 직급은 높아도 작중 프로파일러들과 비교하면 평범한 인물에 가깝게 묘사되지만 주인공들에게 무한 신뢰를 보여주면서 힘이 되어준다는 점, 믿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게 어떤 건지를 보여준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캐릭터들이라 인상에 남아요. 평범함이나 무난함이 묻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런 캐릭터 성격이 작중에 힘을 불어넣는 타입들이라 특이. 처음엔 기수대장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다길래 아예 등장이 없으려나 아쉬웠는데 이 강호순 사건을 주인공들과 엮을 수 있게 된다는 것도 영리한 전개였단 생각이 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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