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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애니메이션

『라자루스』 리뷰

by 0I사금 2025.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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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자루스』는 별생각 없이 TV를 틀었다가 OCN 채널을 통해 발견하게 된 영화였습니다. 실은 언제인지 정확하게 몰라도 시간은 그리 오래된 것 같진 않고 비슷한 제목의 공포영화 예고편을 본 기억이 좀 났는데 제가 그 영화의 이름과 장르를 기억한 이유는 좀 오래전에 도서관에서 빌려본 기담 소설집에서 같은 제목의 공포단편 소설을 읽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 제목을 봤을 때 그 단편소설의 이야기를 영화로 옮겼나 싶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본 소설은 『클라리몽드 : 아홉 개의 환상기담』이란 책으로 거기에 실려 있는 소설 중에 영화와 같은 제목의 좀 고전적인 느낌의 공포소설이 있었는데 여기 소설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라자루스란 사내가 죽음에서 살아난 다음 살아있는 인간들에게 불행과 공포를 전파하고 다닌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OCN에서 방영한 영화가 같은 제목이라 궁금한 나머지 검색을 해 보니 내용은 제가 아는 소설과는 좀 딴판으로 현대의 의학 연구팀이 소생 실험을 통해 죽은 자를 살리려다 악마를 불러들인다는 어찌 보면 러브크래프트의 단편 「시체를 되살리는 허버트 웨스트」와 유사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이 여러 공포소설의 영향을 주고 받았기 때문에 유사한 내용이 나온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이나 제가 읽은 단편 소설이나 이 영화 『라자루스』나 공통적으로 죽은 자의 소생이라는 공포 장르의 클리셰를 건드렸다는 것은 똑같다는 점입니다. 시간을 좀 놓치는 바람에 앞부분 10분 정도는 못 보게 되었지만 대강 검색을 통해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신경치료를 전문으로 연구하던 대학 연구팀이 어쩌다 개를 실험으로 죽은 시체를 되살리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내용이에요.

하지만 이 치료법은 연구팀의 결과물을 노리는 것으로 추측되는 제약 회사의 술수와 종교적인 문제로 그 연구물을 비난하는 학교 측에 의해 빼앗기게 되었고 박사와 그 밑의 연구원들은 결과물을 되찾기 위해 연구실에서 몰래 잠입합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감전사고가 일어나 박사의 연인이 죽음을 맞고 그 상황에서 연인을 살리기 위해 개에게만 행했던 혈청 실험을 인간에게 시도하게 되지요. 그리고 그 결과는 보란 듯이 파국으로 이어집니다. 연인을 살리기 위한 실험이 오히려 주인공들의 목숨을 위협하게 되었으므로. 영화는 15세 관람가라 잔인한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고 좀 영리하게 모든 사태가 폐쇄적인 연구실 내에서만 일어나게 되는데요. 한정된 공간을 이용한 공포 연출은 여전히 요긴하게 쓰인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제작비를 줄임과 동시에 도망칠 곳이 없는 인간의 공포를 자극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다만 여기서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존재, 연인의 몸을 빌어 나타난 존재가 과연 무엇인지는 영화가 좀 두리뭉술하게 넘어가는 느낌입니다. 과거 박사의 연인이 아파트에 불을 질러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는 언급을 봤을 때 소생 실험으로 얻은 초능력과 박사의 죄책감이 결합하여 그것이 괴물이 된 건지, 아니면 뭔가 인간이 판단할 수 없는 초자연적 존재 예를 들면 그때 아파트에서 죽은 망령들이 복수를 위해 돌아온 건지 아니면 단순 그 사태를 노린 악마인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은데요. 원래 공포영화가 일종의 미스터리와 궁금증을 남기는 것과는 별개로 결말은 좀 아쉽습니다. 영혼이 통과하는 문이 있다는 언급도 나왔거니와 마지막으로 생존한 여성 연구원이 과거의 사건을 파악하고 어린 박사의 영혼을 불타는 아파트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해 주었음에도 결국 남은 연구원까지 파국을 맞았으니... 공포영화라는 특성을 감안해도 쫓기던 피해자가 막판에 힘들게 이기는 것은 나름 괜찮은 결말 같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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