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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3부작 리뷰

by 0I사금 2025.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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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TV에서 방영해 주는 『토이 스토리』 3편을 보고 전작을 보지 않았음에도 그 작품성에 반해 DVD를 구매한 적도 있습니다. 전 순전히 『토이 스토리』 3편의 완성도에 놀랐던 거지만 『토이스토리』 삼부작이 완성되었을 때 1편부터 꾸준히 시청을 한 팬들 같은 경우 삼부작의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의 감회가 남달랐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저는 3편만을 본 고로 그 정도의 감상에 미치진 못했는데 그래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전작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유플러스 모바일 TV에서 무료 서비스 영화 중 토이 스토리 전편 그것도 심지어 원어 자막 버전과 더빙 버전이 둘 다 있었는데 이렇게 된 거 기왕 1편과 2편을 한번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1편은 원어로 2편은 더빙으로 3편은 원어와 더빙 둘 다 봤으니 그냥 원어로) 3편의 내용은 이미 알고 있는 거 앞의 1편과 2편 만을 봐야겠단 생각을 했는데 어째 보다 보니까 3편까지 보지 않을 수 없는 흡입력이 있더라고요. 삼부작의 완성도가 최근 본 『혹성탈출』 삼부작의 완성도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할까요? 진심 이 애니메이션을 왜 내가 일찍 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아마 만약 좀 더 일찍 토이 스토리를 1편부터 봐왔고 후속작이 나올 때마다 봤더라면 확실히 그 감동이 다른 팬들과 다르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충분히 들었고요. 장난감들이 제각기 자아가 있고 사람 눈에는 일반적인 장난감 행세를 하지만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며 사회를 이루고 자기들 딴에 고민을 하는 내용들은 왠지 보다 보면 전설 속 집요정 이야기를 장난감으로 대체한 것 같기도 하고 혹은 옛날 사람들이 사람의 손을 많이 탄 것은 생명을 가지게 된다는 믿음이 생각나는 구석이 있었어요. 어린아이용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유쾌한 것이지만 장르를 바꿔서 생각한다면 어쩌면 좀 오싹한 소재로 재활용될 수 있는 것이 이 장난감들이 살아움직인다는 점인데 장르에 따라 비슷한 소재가 다르게 활용되는 것은 역시 재미난 비교점이란 생각. 예를 들어 공포영화 『사탄의 인형』이나 『애나벨』 같은 것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이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오는 것이고 토이 스토리는 그야말로 동심을 지켜주려 애쓰는 장난감들의 이야기로 할까요? 근데 이 동심도 작중 앤디 한정이고 은근 교통사고와 기계고장을 자주 일으키는 장난감들이라 공포는 공포라고 해야 할지...

『토이 스토리』삼부작을 보다 보면 어린아이들 시선에 맞추긴 했어도 종종 드러나는 개그 코드는 성인용인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 폭소할 만한 구석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1편에서 버즈를 해코지하다가 들킨 우디를 다른 장난감들이 린치 하려는 장면-교수형에 처하라는 것-도 그렇지만 자신이 우주 전사가 아니라 그저 양산형으로 제작된 장난감이란 것을 안 버즈가 정신줄을 놓는 것은 마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든 생각도. 특히 1편에서 씨드란 악질 꼬맹이가 장난감과 인형들을 가지고 기괴하게 개조하는 것은 마치 공포 SF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광기 어린 인체 개조 실험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고요. 전체적으로 1편에서 씨드의 집에 감금당하는 우디와 버즈 이야기는 식인 괴물이 판치는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옛 영화들이 생각났고 우디가 탈출을 위해 개조당한 장난감들을 설득하여 씨드를 혼내주는 것은 마치 혁명에 성공하는 혁명군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1편을 보면서 좀 놀란 것은 우디의 성격이 은근 소인배스러운 데가 있어 앤디의 애정을 버즈에게 빼앗기자 약간 음흉한 계획을 세워 제거하려던 면모도 있었다는 점입니다. 후반에는 우디가 성장을 하기 때문에 보기 어려워지는 성격의 일부이긴 하지만요. 또 재미있는 점은 영화 곳곳에 다른 영화의 패러디들을 삽입하여 영화를 아는 사람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하는데 2편에서 알의 장난감 공장이라는 가게 사장이 훔쳐 간 우디를 구하기 위해 숨어든 버즈 일행의 장면에서 장난감 차를 따라가는 렉스는 그야말로 『쥬라기 공원』의 유명한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고 버즈 라이트이어의 숙적으로 설정된 제트 대왕이 버즈(주인공 버즈 말고 양산형 버즈)에게 '내가 네 아버지'라고 말하는 대사는 『스타워즈』의 유명한 대사 패러디. 3편에선 그동안 우디의 히로인이었던 보 핍이 다른 곳에 팔려갔다는 충격적인 설정이나 도박판을 벌이는 장난감들 모습이라거나 은근 블랙 코미디 같은 장면들이 작품 내 많이 삽입되어 있어 단순 어린아이만 보라고 만든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 삼부작을 보면서 특히 눈에 들어왔던 것은 주인공인 우디와 버즈의 관계입니다. 처음에는 버즈가 새로 나온 유행하는 장난감(1편과 2편 한정이고 3편에선 앤디가 성장을 하므로 아마 그런 유행도 지났으리라 추정)이나 앤디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바람에 우디가 밀려나 열폭한다거나 버즈가 장난감 세부 설정이 잘 되어 있는 탓인지 자신을 우주 전사라 굳게 믿고 우디가 그것을 비웃는다거나 하는 등 둘의 사이는 좀 삐걱거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의 사이는 극상에서 같이 고난을 겪고 또 그 고난이 협력을 이끌어내면서 상당히 끈끈한 우정으로 바뀌어가는데 1편에선 우디가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버즈를 붙잡는다면 2편에선 반대로 흔들리는 우디를 버즈가 정신 차리게 하는 등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면서 성장하는 면모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엔간한 영화들 못지않게 둘의 브로맨스적 관계 묘사가 훌륭하다고 할까요. 동시에 이 둘의 유대를 부각하면서 다른 장난감들의 비중과 개성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작품의 균형감각이 상당히 대단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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