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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애니메이션

『애나벨』 리뷰

by 0I사금 2025.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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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애나벨』은 극장에서 직접 보지는 못하고 나중에 OCN 채널에서 방영해 준 덕에 감상할 수 있던 영화였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다른 공포영화 『컨저링』의 스핀오프이기도 한 지라, 처음부터 기대를 하면서 보게 되었는데요. 『컨저링』 시리즈에서 여러모로 떡밥을 남겼던 악마의 인형 '애나벨'이 중점으로 나오는 이야기인지라 흥미를 안 가질 수가 없었거든요. 분명 연관성이 있는 것은 확실한 거 같으니 제작진도 같으려나 싶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제임스 완 감독은 이번엔 감독이 아니라 제작만 맡았다고 하는 거 같더군요. 아무래도 영화 상의 모티브는 찰스 맨슨 패거리가 저지른 살인 사건으로 추정되었고요.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라고 할까요? 


이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인 애나벨의 과거 편인데 『컨저링』시리즈와 『인시디어스』 시리즈의 완성도가 좋아서 그것들과 기대를 해 본다면 좀 밋밋한 공포영화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컨저링』 시리즈의 외전 격이니 본편들보다 스케일이 작아지는 것은 이해할 법도 하지만 영화가 이렇게 전개되는 이유 중에 하나로는 일단 주인공들을 노리는 악마의 정체가 『컨저링』 1편과 2편에 비하면 상당히 모호하게 등장하여 공포의 여지가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사이비 종교 '숫양의 제자들'이 흑막이라는 언급이 나오지만 주인공인 미아와 아기 레아의 영혼을 노리는 것 말고는 이 악마가 어디에서 유래된 존재들인지는 의문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등장씬조차 많지 않거든요.


악마의 존재가 모호하게 처리된 것은 『인시디어스』 시리즈도 마찬가지였지만 거기선 이름이 나오지 않더라도 붉고 검은 모습을 한 악마의 모습은 1편에서부터 존재감이 확실했으니까요. 아마 이 악마의 존재감이 약한 것이 공포감을 낮춘 것도 있고, 일단 등장하는 공포씬 자체도 『인시디어스』나 『컨저링』 시리즈에 비하면 좀 수위가 약한 느낌도 나는 게 있었어요. 희생자도 초반의 옆집 히긴스 부부와 중반에 등장하는 고서점 주인인 에블린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것도 있고요. 참고로 애나벨은 인형 자체의 이름이 아니라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자기 부모를 살해한 주인공 미아 부부 옆집의 딸로, 목격자인 그들을 남자 친구와 함께 살해하려다 오히려 역공당한 뒤 그 피가 인형에게 튀면서 영혼이 스며들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형의 이름이 애나벨이 아니라 인형에 깃든 악마의 하수인의 영혼의 이름이 '애나벨'이라는 것인데요. 그런데 영화를 전체적으로 본다면 애나벨의 비중 자체도 그리 큰 편은 아닙니다. 다만 인형의 생김새가 생김새인지라 뭐 저렇게 기괴하게 생긴 인형을 사람들이 귀하다고 좋아하는지 좀 의문이 번번히 들긴 했어요. 서양인들이라 취향이 우리랑은 좀 다른 건가 싶은데 정작 실화 사진에 나온 애나벨은 귀엽단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영화 초반에는 『컨저링』 1편에서 애나벨 떡밥으로 나왔던 영상과 유사한 장면들이 나오는데 애나벨 사건을 직접 해결하는 것이 워렌 부부가 아니며 워렌 부부는 후반 페레스 신부의 입으로 이 분야에 전문가가 있다는 대사 정도로 언급됩니다. 


만약 워렌 부부가 등장했더라면 악마의 목적에서부터 정체, 그리고 악마의 행동 패턴까지 파악하는 등 여러 조사가 이루어졌겠지만 여기선 그들이 등장하지 않으므로 평범한 사람들끼리 악마의 존재에 대해 파악하는데 다만 에블린의 고서점에서 발견한 책으로 사이비 종교의 정체와 악마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이나 막판 에블린의 희생으로 악마에게서 벗어나는 장면들은 좀 작위적이다 싶을 정도. 미아 부부나 신부 같은 경우는 악마의 존재를 눈치챌 뿐 뭘 적극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에블린이란 캐릭터는 악마에 맞서는 상징이 아니라 거의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존재, 즉 대리 희생양이지만 동시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요.


중요하게 등장할 법한 캐릭터가 이런 식으로 소모되는 것은 영 좋게 보는 편이 아닌지라 영화 보면서 못내 찝찝한 부분이었습니다. 영화 내에서 해소되지 못한 떡밥 중 하나로 미아 부부가 이사온 아파트에서 그들에게 일어난 일을 예고하는 그림을 그려준 남매는 과연 무엇인지 의문. 이 남매 떡밥도 그냥 넘어갈 게 아니라 그의 유모차가 차에 치일 상황을 예견해 주는 것을 보아 수호령과 비슷한 존재로 경고를 위해 미아 앞에 나타났다는 설정을 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보면 『인시디어스』 시리즈나 『컨저링』 시리즈에서도 비슷한 존재들이 한 번쯤은 등장했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그냥 제작진이 『인시디어스』 시리즈와 『컨저링』 시리즈에 영혼을 기울였나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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