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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22년~2023년)

『슈룹』 10화 리뷰 (2022. 11. 13. 작성)

by 0I사금 2025.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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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슈룹』 10화 리뷰입니다. 왠지 이번 10화는 평소보다 일찍 시작한 것 같아서 앞의 3분가량은 놓친 느낌. 하지만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는데, 중전 화령과 황귀인의 모습을 먼저 보여주면서 이번 회차에서는 두 사람의 대립이 주가 되겠다는 걸 암시하더라고요. 10화의 내용을 요약하면 황귀인의 계략과 실패, 그리고 수모라고 해도 좋았을 정도. 최종 빌런일 대비도 자잘한 계획부터 대군 암살까지 다양하게 악행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황귀인 역시 대비의 루트를 비슷하게 밟아가고 있는데 다만 중전이 그보다 한수 위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드라마의 상황들이 시대적인 고증과는 멀 수는 있겠지만 어떤 의미에서 속 시원한 장면이 많아서 사람들이 사이다물을 왜 그렇게 좋아하나 이해가 갔을 정도였습니다.


대비가 성남대군 암살이라는 위험한 계획을 세운 것도 모자라 태소용을 이용해 성남대군이 임금의 친자가 아니라는 비방서를 민간에 뿌린 것처럼 10화에서 황귀인은 서함덕의 역모를 알리려고 궁으로 다급하게 달려오는 계성대군을 납치, 자살로 위장하여 암살하려는 시도를 세우면서 동시에 계성대군의 비밀을 공개하여 그와 중전을 같이 매장시키려 들더군요.  아버지인 영의정은 권력에 집착하는 데다가 원래 빌런인지라 그동안 중전을 위협하기도 하고 경합을 방해하려고 하는 등 역시 자잘한 계획을 세우기는 했지만 대군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노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여기서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어찌 보면 딸이 아버지보다 더 막 나가는 성향이 있다고 해야 하나요.


황귀인 일가가 성으로 급하게 돌아오는 계성대군을 죽이려고 계획을 세운 이유는 서함덕이 역모 계획을 들킬까 봐 의성군에게 그를 없애달라고 한 것이고, 의성군은 경합에서 이기기 위해 일부러 그것을 들어준 셈인데 서함덕을 데려오려고 엉뚱한 인간을 죽인 걸 자기 외할아버지(영의정)한테 스스럼없이 털어놓는 걸 보면 확실히 애가 보통 인간이랑은 모럴이 다른 타입 같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계성대군의 비밀이 드러나 자살로 위장당해 죽는 계획은 중간에 고귀인이 중전한테 먼저 위험을 알리지 않았다면 성공할 수도 있던 일이었어요. 전편에서 심소군 일로 고귀인이 마음을 바꾼 덕택에 계성대군의 비밀은 지켜지고 그의 목숨도 구할 수 있었고, 왕에게 계성대군의 비밀을 밝히려 한 황귀인은 애꿎게 대군을 모함하려 한 인물이 되어버렸단 결말.


그래서 황귀인은 내명부에서 처벌을 받아 귀인에서 숙원(후궁 중 가장 낮은 품계라고 설명이 나옴)으로 강등당하는데 계성대군을 위협하려고 했다가 자기만 손해를 보게 되는 이 결말이 속 시원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황귀인과의 암투에서 중전이 이긴 이 부분이 중간 과거 회상 신에서 양반에게 겁탈당해 린치 당하는 여종을 구해주는 장면과 함께 사이다였어요. 개인적으로 '타고난 신분으로 정의 구현' 이런 건 좋아하지 않는 전개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이런 클리셰를 좋아하는 이유는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할까요. 사건과 크게 관련은 없었지만  왕비인 화령이 무안대군과 초월의 일로 민가로 나왔을 때 찾아온 혜월각이라는 장소는 중전이 만든 여성 복지센터와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시대에 저렇게 여성들을 구제할 수 있는 곳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겁탈당하고 임신하여 쫓겨난 여종을 받아준 곳도 중전이고, 갈데없는 초월이를 받아준 것도 중전인데 중전이 다른 여성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여성에게 적대적이거나 보수적인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놀라울 정도. 현재 국모고 가문이 미약해도 양반가 출신인데다 아들을 다섯이나 낳은, 말하자면 권력자로 분류할 수 있는 여성이지만 조선시대 여성 하면  보일 수 있는 남성 중심적인 사고 때문에 본의 아니게 같은 여성을 낮게 보는 그런 태도는 일절 보이지 않거든요. 수시로 자신을 위협하는 대비나 황귀인 일파에게만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낼 뿐 약자인 여성들에겐 한없이 관대한 게 화령의 특징이에요.


대비와 황귀인을 공격할 때도 그들이 여성으로써 뭘 잘못했다 이런 유교적인 관점으로 공격하는 경향이 아니라 계속 자신의 자식들을 건들면 나도 가만있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요. 심지어 무안대군이 초월이를 대하는 태도(초월이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부인이 아닌 '첩'으로 들이게 해달라고 함)를 보면서 못 믿을 놈이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아들을 사랑하면서도 그 인성을 평하는 데는 상당히 객관적인 면모가 강하다는 게 신기하다고 할까. 아들을 너무 사랑하면 아들의 연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법한데도 중전은 그런 면모가 보이지 않고 초월에게 무안대군을 단념하라며 설득하는 것도 무안대군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는 성격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방식이었다는 게 특이했어요.


그런데 보면서 초월이는 저렇게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무안대군의 어디에 반했나 싶었습니다. 똑같은 사랑꾼이라도 만월도에서 성남대군 보조하는 청하는 눈치도 빨라서 일도 싹싹 돕고 분위기도 풀어주고 있어서 대비가 된다고 해야 하나요. 볼수록 청하는 성남대군한테 이득이 되면 될 것 같은데 무안대군은 과연 초월이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의문. 뭐 보다 보면 무안대군의 일은 궁과 만월도에서 벌어지는 다른 사건에 묻혀서 깊게 기억되지는 않긴 합니다만. 어쨌든 무안대군은 알아서 경합에서 떨어져 나가고 최종 심사까지  성남대군, 보검군, 의성군이 남게 되는데요. 의성군은 궁으로 서함덕을 데리고오자마자 그가 역모를 꾸민다는 걸 밝혀 서함덕은 바로 퇴장하는 루트를 타게 됩니다. 


의성군은 경합에도 이기려고 살인까지 저지른데다 역모를 알아챈 계성대군의 공도 가로챈 셈인데, 이 행적이 보는 시청자만이 아니라 왕에게도 마이너스를 쌓은 것 같아서 그건 좀 고소하긴 했습니다만. 궁으로 돌아오자마자 목격한 게 친모가 숙원으로 강등되어 분노로 울부짖는 모습이기도 했고요. 또 이번 10화에서 자세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토지선생이랑 권의관도 역모 계획과 연루되어 있어 처음 선한 인간일 거라고 생각한 토지선생도 반전이 있을 거 같더라고요. 권의관 - 토지선생 - 서함덕 - 의성군이 연결된 건 앞으로 황귀인과 영의정 일파를 날리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가는 떡밥이려나요.  반면 박경우는 서함덕과 달리 선인이 맞았고 왕인 이호와도 미리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반전이 드러났습니다.

 

성남대군과 보검군은 조사를 통해 박경우가 만월도에서  수수료를 많이 취하면서 폭리를 취한 게 사적인 이득 때문이 아니라 자기가 거주하는 섬 주민들이 흉년에 진 빚을 갚고 그들이 비수기에도 살 수 있게끔 대비를 했던 거라는 걸 알아내고 결국 박경우는 왕의 뜻을 존중하여 궁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만월도 이야기는 다른 의미에서 성남대군과 보검군이 대립 관계가 아니라 협력자로 성장할 거라는 전개를 암시하는 것 같았는데요. 대군들 제외한 왕자들 중에서 매력적인 게 보검군이고 안쓰러워서 마음 가는 건 심소군인 모양. 다만 보검군의 엄마인 태소용이 문제라고 해야 하나, 대비의 명을 받았다고 하지만 성남대군 비방서를 퍼뜨린 장본인이라 이 그 행적이 드러나면 황귀인이 숙원으로 강등된 걸 꼬시다고 좋아할 형편은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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