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슈룹』 9화 리뷰입니다. 왠지 이 드라마는 다음엔 어떻게 전개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 여지없이 통수를 치는 전개가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등장인물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생각. 영의정과 계속 협력할 거라고 생각한 대비는 성남대군 암살 건을 두고 영의정 부녀와 틀어질 암시를 보이고, 보검군의 어머니 태소용은 대비에게 완전히 넘어가 휘둘리면서 중전의 발목을 잡을 것 같은데 정작 섬에서 박경우를 데려가겠다고 성남대군이랑 버티는 보검군은 라이벌보다는 오히려 그와 형제 내지 동료 케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검군의 저런 면모 때문에 성남대군의 라이벌이 되어 축출된다면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생각보다 중전한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왕 이호는 이번 9화에선 무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또 발목을 잡을 것 같은 암울한 예감이...
성남대군 암살의 배후가 대비인 걸 알고 그를 추궁했던 중전 화령은 경고의 의미로 천남성을 올리고, 대비는 오히려 그걸 이용해 아픈 척하면서 중전이 자신에게 사약 재료까지 올리면서 손자를 죽이려는 누명을 씌웠다며 감성팔이를 시도하는데요. 물론 이호는 중전에게 미리 전말을 듣고 있었고 그동안 대비가 어떤 짓을 해왔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감성팔이에 넘어가지는 않지만 역시 대비와는 모자 관계라는 점이 어쩔 수 없이 족쇄로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솔직히 가상 사극이긴 하지만 유교를 중심으로 살았던 조선 사회에서 왕이 자기 어머니와 척지는 일은 불가능할 것 같으니... 하지만 궁궐 내에서 중전과 대비의 싸움은 치열해서 한쪽이 죽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예감이거든요. 이야기의 주인공이 중전인 화령이니 주인공의 승리를 점칠 수 있지만 과연 그 과정에서 왕과 틀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어서 그냥 이 둘 사이는 답답한 예감만 들었고요.
드라마에서 대비의 성격은 자신의 악행을 교묘하게 숨기고, 다른 사람을 이용하여 계획을 진행하는 측면이 있는데 중간 중전이 영의정에게 대비가 그에게 성남대군 암살 누명을 씌우려 했다며 말한 건 단순 이간질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더라고요. 성남대군 암살 사주를 이미 영의정이 도적들에게 훼방 놓으란 사주를 한 뒤 했다는 점을 보면 거의 확실. 그런데 궁궐에서 한번 적이 끝까지 적이 된다는 법은 없고 어제의 적이 친구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대비가 다시 황귀인과 손을 잡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을 듯. 반면 고귀인은 이번 9화에서 변화의 여지를 보여주면서 인상을 남겼는데요. 경합에서 탈락한 그의 아들 심소군은 일반 백성 마차를 얻어 타고 처량한 모습으로 겨우 궁 앞까지 돌아오고 고귀인은 아들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자신의 노리개 하나를 주고 그를 궁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합니다.
어머니한테 외면당한 채 궁밖에 널브러진 심소군을 마침 신상궁이 발견하여 중궁전에서 밥을 먹이게 되는데요. 그리고 이 모습을 보게 된 고귀인이 그동안 중전에게 느꼈던 열등감과 분노를 터뜨리는데, 아무리 어머니라고 하지만 왕자인 아들에게 쓸모없는 놈이라며 화를 내고 중전의 앞에서 밥상을 엎어버리는 행동은 과연 저 시대에 가능한 걸까 싶지만. (이 드라마에서 고증 문제는 하나 둘이 아니니 뭐...) 아무래도 고귀인이 계성대군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나 그가 숨겨놓은 그림(3화에 나온 그것)을 훔쳐내 황귀인에게 보여주면서 중전의 눈에 피눈물이 나게 해달라고 하는 행동을 보면 자기 억하심정을 엉뚱하게 중전에게 덮어씌운다는 생각이 들어 황당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그런 행동을 저지른 날, 놀랍게도 심소군이 자살을 시도하고 중전이 이를 발견하여 목숨을 구하는 일이 발생하게 돼요.
결국 중전의 빠른 조치로 심소군은 살아나고, 중전은 의기소침해진 심소군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멘탈 회복을 도와주게 됩니다. 그런데 이 장면은 중전이 고귀인 대신 어머니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멘토'로써 심소군의 의지를 다잡아주는 느낌이었고, 아들에게 분노를 터뜨렸다고 하지만 고귀인은 이번 화에서 어머니로서의 절절한 심정을 제대로 토해낸 느낌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어찌 보면 이 두 모자의 모습은 현대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관계인지라 더 공감이 많이 갔는지도 몰라요. 이번 일을 계기로 중전에 대한 악감정을 씻고 고귀인의 태도가 변했으면 좋겠는데 문제는 이미 황귀인에게 계성대군 일을 털어놓은 상황이라 참 곤란하게 되었다는 거. 그런데 문제의 그림은 원래대로 돌려놓았으려나요? 실은 보면서 이게 제일 궁금했습니다.
하여간 궁궐에서 그런 소동이 벌어지고 있을 무렵, 성남대군과 보검군은 섬에서 박경우를 쫓아다니며 박경우의 행적을 눈여겨보게 되는데요. 왕이 직접 고른 신하라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 - 백합(조개 종류)을 파는 섬 주민들 상대로 수수료를 필요 이상으로 떼는 등 폭리를 취하는 것 같아도 그 행동에 뭔가 이유가 있긴 있는 거겠죠? 박경우 같은 경우는 그래도 믿을만할 것 같지만 계성대군과 의성군이 찾아야 할 서함덕이란 인물 쪽은 어딘가 쎄한 구석이 많더라고요. 계성대군이 그가 거처하는 절에서 수상한 지도와 훈련하는 승병 무리를 목격하거나 근방 동굴에 숨겨진 무기를 찾아내는 등 저건 역모를 꾸민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 의성군이 시장가에서 서함덕이 자기 부인을 빼앗았다고 덤비는 남자를 목격한 것도 그렇고요. 서함덕은 섬마을의 애들을 가르치며 섬주민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박경우와 달리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편이에요.
그런데 서함덕은 토지선생이랑 권의관하고는 또 무슨 관계인 건지...? 그리고 의성군은 서함덕과 싸움이 붙었던 남자를 살해하여 그에게 누명을 씌우고 그걸 풀어주는 조건으로 자신이 궁으로 데려가려고 시도까지 하는데 왠지 등장할 때마다 크건 작건 악행을 저지르고 있어서 영 안될 놈이라는 인상만 심어주고 있습니다. 서함덕의 이미지를 쇄신하려면 의성군의 제안을 단박에 거절하고 계성대군에게 자기 결백을 증명하던가 해야 할 듯싶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9화에서 의외였던 건 고귀인의 변화도 있었지만 성남대군을 쫓아다니는 청하의 존재도 그랬는데요. 성남대군의 관심 끌고 싶어 하는 개그캐 같은 면모에 그가 섬의 여자아이(박경우의 제자)한테 줄 선물을 자기 댕기를 팔아서 사 오는 등 말을 잘 들어서 은근히 귀엽더라고요. 좀 강아지 같은 느낌인 게 청하는 왠지 교육만 잘 시키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 캐릭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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