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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22년~2023년)

『슈룹』 8화 리뷰 (2022. 11. 6. 작성)

by 0I사금 2025.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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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슈룹』 8화 리뷰입니다. 이 드라마는 역사 알못인 제 눈으로 봐도 고증적인 문제는 많은데, 볼 때는 또 재미가 있기 때문에 결국 찾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중전이 낳은 대군 왕자들이 버젓이 있음에도 가장 현명한 후계자를 선출한다는 '택현'이라는 방식을 택한 설정부터가 무리수겠다 싶긴 하지만, 덕택에 궁 내부에서 여성들 간의 긴장감 있는 대립이 그려져서 흥미진진하거든요.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게 왕의 후계자라는 중요한 입지와 그에서 비롯되는 권력이지, 흔히 궁중암투하면 생각나는 왕의 사랑 구하기 같은 내용은 아닌지라 참신한 것도 있었어요. 어떤 의미에서 어느 정도 장성한 자식들을 내세워 경쟁을 유발한 것도 이런 측면이 있지 않나 싶고요.


물론 경합 방식이 중요한 후계자인 왕자들을 궁 밖으로 내보내 위험을 감수한다거나 하는 등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번에 왕이 택한 택현 방식은 왕자들을 어사로 위장시켜 특정 인물을 지정, 그를 자력으로 찾아가 교지를 내린 뒤 데려오는 방식이었는데 저 시대라면 도적 떼도 있고 호랑이 같은 짐승도 많을 텐데 괜찮은가 싶었지만 알고 보니 내금위 군사들을 호위로 몰래 따라다니게 하긴 하더라고요. 여기서 왕이 지정한 인물들은 다름 아닌 자신의 편이 되어 줄 신하들인 것으로 추정되었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라 심소군 같은 경우는 도적떼한테 말을 빼앗기는 봉변을 당하기도 하는데 엄격해 보이는 엄마인 고귀인과 달리 이름처럼 소심해 보이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그냥 심소군은 왕세자 자리 같은 것보다 왕족의 일원으로 조용히 사는 것이 일신에 더 좋지 않을까 싶었을 정도. 반면 다른 왕자인 무안대군은 경합 와중에 관상가 만나지 않나 연인 초월이를 찾아가지 않나 하여간 가벼운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일영대군과 호동군은 군것질이나 임무랑 상관없이 다른 일에 정신 팔려서 경합에 손 놓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은근 왕자들의 이름이 성격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싶던데 말이죠. 그런데 이 드라마도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쉽게 예측이 안 되므로 지금 왕과 중전의 관계가 좋아 보인다고 해도 안심할 것은 못 되는데, 초반 왕이 진심으로 의지할 수 있었던 '박경우'란 인물이 언급되었고 공교롭게도 성남대군과 보검군이 섬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고 있는 그를 만나러 가게 됩니다.


보통 이 드라마는 성남대군이 부각되면 주인공인 화령의 비중이 줄어들까 걱정했는데 궁 내에서 화령도 가만있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다른 후궁들이 자기 아들을 돕기 위해 경합에 끼어드는 것을 방지하려고 그들을 불러 모아 자수를 놓자고 하지 않나 일부러 시간을 뺏기도 하는데요. 화령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건 박경우를 만나러 가던 성남대군이 도적떼에게 걸려 죽을 위기에 놓이면서부터예요. 몰래 호위하던 내금위 군사들의 도움으로 성남대군은 그 자리를 무사히 벗어나긴 합니다만. 궁에서 그 소식을 들은 화령은 성남대군 암살 시도를 한 자를 찾기 위해 일부러 증거물인 화살을 가지고 와 다른 후궁들을 추궁하고 도적 떼가 누구의 사주를 받았는지 조사를 지시하는데요.


종종 왕인 이호가  성격을 드러내는 장면이 많아 예상과 달리 병풍 같은 인물은 아니구나 싶지만, 실질적으로 자식의 사건을 해결하려 나서는 건 결국 화령이라는 걸 이번 8화가 보여준 셈이네요. 화령이 사람의 심리를 파악할 줄 안다는 건 전 회차에서도 그려진 편이긴 한데 이번에도 증거를 잡으려고 일부러 화살을 보여주거나 도망친 도적 떼의 부두령을 찾을 때 영의정의 움직임을 보며 판단, 먼저 그를 잡아내 심문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보인 고문도구 사용하는 장면은 매우 섬뜩했을 정도. 그렇게 화령은 부두령을 통해 얻어낸 약간의 단서 - 개구리 모양 첩지와 작약향- 로 성남대군 암살을 의뢰한 자가 대비의 상궁이라는 것을 알아냅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대비는 어지간히 며느리를 미워하는 인물인 듯싶더라고요.


이번 8화를 보았을 때 왕자들의 경합이 위주가 되었고 오히려 황귀인이 중전인 화령과 은근히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처음엔 황귀인이 아버지랑 상의도 없이 일을 벌였나 했지만, 또 이번 사건에 배후는 대비라는 것을 보여줘 진짜 악역은 그임을 과시하는데요. 보통 며느리가 증오스럽다고 하더라도 그 자식은 어차피 아들의 피가 섞인 지라 유해질 법도 한데도 그들이 죽길 바란다는 건 대비의 증오심도 참 병적인 구석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지경이었어요. 그런데 그런 대비를 상대로 갑자기 정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천남성(사약의 재료)을 선물로 갖다 바치는 화령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고 솔직히 대비와 중전의 신경전이 작중 제일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암만 생각해도 다른 궁 내의 여인들은 이 둘의 포스를 따라가기 힘들겠다 싶은 수준. 황귀인은 작중에서 '악역'으로 성장할 수 있겠다 싶지만, 태소용은 성남대군의 라이벌이 될 법한 보검군에 비하면 현실 인식이 한참 모자라는 어머니이고, 고귀인은 자식 교육에 사활을 거는 현대의 어머니랑 비슷한 모습인지라... 그리고 이번에 성남대군 따라 섬까지 쫓아온 병조판서 딸 청하는 성남대군의 팬이라도 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급박한 분위기를 깨는데, 암만 생각해도 저 시대에 양반가 여식이 저게 가능한가 싶은 수준이기도 하고 하는 짓이 딱 어린 태소용 같아서 과연 화령과 성남대군에게 도움은 되긴 될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저런 철없는 상태로 궁에 들어와 봤자 그저 화령이 보호해야 할 인간이 느는 정도에 불과하니까요.



태소용 곁에서 은근 팩폭을 잘하며 인상을 남기는 후궁이 누군지 궁금했는데 이번에 인터넷을 뒤지면서 '후궁 박씨'라는 걸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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