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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22년~2023년)

『소년심판』 2화 리뷰 (2022. 3. 7. 작성)

by 0I사금 2024.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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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2화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소년심판』 2화는 1화보다 흡입력이 남달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넷플릭스에선 전 회차(10부작)가 ㅁ다 올라와 있어서 한꺼번에 다 달리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리뷰도 한 회차씩 쓰기로 결심한 고로 차근차근 감상하기로 했습니다. 전편인 1화에서 심은석은 자신이 담당한 초등학생 납치 살인 사건의 전말을 밝히고 이번 2화에서 두 명의 소년범을 재판에 세우는 데는 성공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예상하지 못한 복병이 등장하는데 편모슬하에서 자란 백성우와는 달리 한예은은 매우 부유한 집안의 자식이라, 대형 로펌의 유명한 변호사를 붙여주며 재판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을 암시하게 돼요.

여기까지만 봐도 알 수 있듯, 이 사건의 모티브는 한때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실화와 다르게 각색된 건 아이들의 성별과 연령대가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는 점이라고 할까요. 어쨌든, 이 사건을 재조사하고 공범을 법정에 세우려는 와중에 강압적인 연행이 있었다는 뉴스가 터져 부장판사인 강원중은 심은석과 차태주에게 분노하여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심은석은 이 뉴스를 터뜨린 것이 공범 한예은의 변호사이자 심은석과는 연수원 동기였던 허찬미라는 걸 눈치채는데요. 이 사단으로 결국 재판은 차태주가 맡고, 심은석은 보조를 하기로 결정이 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강원중의 분노에 심은석이 정론으로 반박하는 장면이 인상 깊더라고요.

심은석은 강원중 부장판사에게  지금 법원과 경찰이 국제 사기범도 연쇄살인범도 아닌 겨우 '소년범' 둘에게 기만당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법관으로써의 자존심을 긁고, 또한 이 소년범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법의 무서움과 엄중함을 모른 채 같은 일을 되풀이할 것이라는 지적을 하면서 분노한 그의 마음을 돌려놓습니다. 2화에선 여러모로 인상 깊은 장면이 많았지만, 특히 이 장면이 심은석이란 인물의 냉철함과 그리고 거기에 못지않은 말빨을 자랑하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의외로 부장판사인 강원중이 생각보다 주인공들을 막아서는 복병 역할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캐릭터 클리셰를 교묘하게 비튼 느낌을 다시 받았달까요.

온정적이라고 생각한 차태주 판사도 감정 때문에 결코 발목을 잡는 캐릭터가 아니요, 강원중 역시 자기 명예나 이익 때문에 판사로서의 의무를 저버리는 인물은 아니라는 점에서요. 그렇게 세 명의 판사는 재판을 진행하면서  법정에 선 소년범들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을 하고 그것을 돌파할 방법을 미리 강구해놓습니다. 살인의 주범은 한예은이며 그것을 도운 것이 백성우임을 그들이 남긴 SNS 기록으로 밝혀내자, 한예은 측 변호인은 정신병력을 핑계로 우발적 살인이라 주장하고 백성우 측은 살인 협조가 아닌 방조라는 식으로 빠져나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미리 간파한 판사들은 사건의 정황을 자세하게 묻는 식으로 그들의 죄를 자백하게 만들면서 두 소년범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도록 교묘하게 유도합니다.

소년범들의 얕은수를 꿰어버리고 그것을 논파하는 장면은 속 시원하긴 했지만, 그다음 장면이 상당히 비극적이었는데요. 그 법정에서 피해자의 가족들도 같이 있었고 소년범들이 사체를 누가 훼손했는지 증언하는 장면에서 피해자의 부모가 견디지 못하고 법정을 뛰쳐나가 오열하는 장면은 진심 슬픈 연출이었다는 느낌. 법정 싸움도 몰입력이 있었지만 이렇게 피해자의 고통을 상기시키는 장면을 드라마가 잊지 않더라고요. 결국 소년범 중 한예은은 소년법 최고형인 20년 형을, 백성우는 보호처분 중 최고형인 10호(소년원 2년 송치로 처음 판결과 같음)를 받게 됩니다. 한 짓에 비하면 여전히 약한 처벌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법정에서 줄 수 있는 최고형을 내릴 수 있었단 것은 다행이었다고 할까요.

하지만 공범인 한예은은 자기 잘못을 반성하긴커녕 변호사를 욕하고 법정에서 난동을 부리며 퇴장하고, 백성우는 후반에 반성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호하게 그려져서... 특히 한예은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정신 상태를 가진 녀석이라 미래가 암담하더라고요. 그리고 백성우의 모친도 살인을 방조하고 사체 훼손/유기에 가담한 자기 아들이 풀려나지 않느냐고 차태주 판사에게 따질 때도 참으로 뻔뻔하며 전형적인 가해자 가족의 모습이구나 혀를 찼는데요. 여기서 심은석이 백성우가 저지른 짓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당신은 아들이 9살일 때 무엇을 했는지, 죽은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9살이 되었을 때 자식을 잃었음을 이야기하며 그녀의 태도를 통렬하게 비판합니다.

나중에 백성우의 모친은 심은석의 말과 자기 집에서 뒤늦게 발견한 혈흔에 기겁하여 아들 대신 반성의 빛을 보이는데, 이 장면이  여러모로 보는 사람의 기분을 복잡하게 만들더라고요. 또 현실에서 저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가해자 측에서 반성하는 모습은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렇게 재판이 끝난 후 피해자 가족은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판사들은 또 다른 직무로 돌아가면서  여운이 남는 엔딩을 맞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장면에서 또 다른 사건이 터지는 걸 암시하며 불길함을 안겨주는데요. 한겨울 밤에 여자애가 불안한 얼굴로 이미 닫힌 법원의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이 바로 2화의 엔딩으로, 아무래도 드라마의 소재가 소재다 보니 다음 에피소드도 굉장히 독한 맛이라는 예감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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