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심판』 1화 리뷰 (2022. 3. 6. 작성)

그동안 넷플릭스의 『소년심판』은 퀄리티가 좋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주변 추천도 있어서 궁금했는데 가입을 해 놓고 조금 미뤄두다가 비로소 1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이 드라마의 주제가 촉법소년과 소년범 재판을 다루는 내용이기 때문에 다른 드라마보다 많이 답답하고 현실의 한계를 보여주는 작품이 될 거라고 예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판사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재판 과정에 좀 더 중심을 두어 묘사를 할 거라는 예상을 했고요. 그래서 사람이 보기에 따라 조금 지루하거나 상당한 고구마 장면들이 나오지 않으려나 걱정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초장부터 등장한 여덟 살 초등학생을 살해한 소년범은 만 13세라서 촉법소년에 해당하기 때문에 애초에 강한 처벌은 할 수 없다는 게 아예 처음부터 설명되어 나오거든요. 

 

이미 법의 한계가 드라마에서 지적되는 데다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범인이 자신의 나이가 어리다는 점, 그리고 조현병 치료를 받았다는 것 때문에 어차피 강한 처벌을 못 받을 거라고 여기고 심은석 판사(배우 김혜수 분)를 비웃는 것처럼 낄낄거리는 태도를 보여주기 등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굉장히 열받는 묘사가 많이 들어가거든요. 왜인지 지금 보는 다른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범죄자가 연상되기도 해서 저런 애들이 커서 그 드라마의 범죄자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이런 소재를 과연 어떻게 그려나가려나 조금 걱정을 하면서 봤는데 드라마 중반부터 그런 기우를 날려버리듯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초등학생을 토막 살해하여 유기한 죄로 재판에 선 소년범은 조현병 치료를 받았다는 과거 진료기록을 내세워 처벌을 모면하려고 하는데, 여기서 심은석은 조현병은 완치가 어렵다는 점과 조현병 환자들은 수시로 망상과 환청에 시달리기 때문에 살인을 저질러도 그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살인 사건이 온전히 재판에 선 소년범(이름이 성우)의 소행이 아니란 것을 밝혀냅니다. 알고 보니 경찰 측에서 소년범이 자수를 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더 진행하지 않아 공범의 존재가 묻히고 만 것이었죠. 공범은 현 소년범과 통화를 많이 한 녀석이었고요. 처음 1화의 사건이 등장했을 때 중학생이 초등학생을 살해했다는 내용 때문에 혹시 일본의 사카키바라 사건을 참고로 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진행되는 내용을 본다면 아무래도 외국의 사건을 각색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하여튼 심은석은 이미 경찰이 조사를 끝낸 사건,  시민들로 하여금 촉법소년을 폐지하라는 시위까지 이끌어냈을 정도로 시선이 쏠린 사건에 공범이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부장판사(배우 이성민 분)에게 잘못 판단한 것이라면 책임을 어떻게 지겠냐는 비난까지 받게 됩니다. 결국 심은석은 비난을 감수하면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데 그녀를 이해해 주는 동료 판사의 도움으로 공범으로 추정되는 다른 녀석의 거취를 찾는데 성공하여 그를 추적하게 됩니다. 이렇게 드라마는 1화부터 내용을 반전시켜 몰입을 더하는데,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것은 기존 주인공이나 조연 클리셰를 비틀었다는 점도 있습니다.

 

일단 주인공인 심은석의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정의감이 넘치는 열혈이 아니며, 대놓고 소년범을 혐오한다는 대사를 말할 정도로 소년범들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냉정한 캐릭터라는 게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그렇다고 소년범들의 재활을 도와주는 동료 판사인 차태주 판사도 온정 때문에 심은석의 발목을 잡거나 대립을 일삼는 캐릭터는 아니며, 오히려 심은석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등 캐릭터 설정 면에서 기존 클리셰를 비튼 경향이 보여서 신선하더라고요. 오히려 복병 역할은 부장 판사가 맡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