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8화 리뷰입니다. 이제 이 드라마도 결말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제일 큰 사건이 마지막에 남은 것 같아 더 긴장감이 도는 것 같달까요. 뻘하게 이 드라마를 보면서 든 생각이지만 만약 『소년심판』이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니라 TV에서 방영하여 일주일에 두 번 보는 드라마였다면 다음 화 내용이 궁금하고, 에피소드 초반에 드러나는 소년범들과 그를 감싸는 보호자들의 뻔뻔한 행태에 열이 뻗쳐서 일주일을 돌아버린다는 심정으로 기다렸을 것 같더라고요.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마지막 화까지 한꺼번에 올라오고 내가 중반에 보는 걸 그만두는 게 아니라면 한 번에 끊김 없이 달리는 게 어렵지 않아서 좋은 느낌이에요. 어떤 작품이든 완결 나면 보는 사람들이 이런 심리인 걸까요?
그래도 리뷰를 쓴다는 명목으로 하루에 한편씩 보고 있고, 그 와중에 하도 궁금해서 스포일러를 일부 검색한 결과 이번 7화와 8화에 등장한 미성년자 무면허 교통사고는 작중 가장 답답하게 끝난다는 것을 미리 알고 본바 있습니다. 그런데 텍스트로 접하는 거랑 직접 영상으로 보는 거랑 와닿는 규모가 다르더라고요. 진심 비극인데 빡침까지 제대로 얹어진 비극이라고 할까. 이 드라마에선 뻔뻔하기 그지없어서 나중에 어른 되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 나올 법한 녀석들도 많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 상황을 개선하겠다고 마음먹는 애들도 몇 명 나오는데, 아버지에게 맞고 살던 서유리라거나, 시험지 유출 건을 자백한 강신우도 그렇고, 실은 이번 사건의 가해자인 곽도석도 제대로 갱생하려고 마음먹었던 아이라는 게 차태주의 회상으로 드러나요.
8화에서 심은석이 재판을 준비하던 중 법원에 어떤 여학생이 USB를 전달하게 되는데, 심은석은 그 USB 영상을 통해 다른 동승자인 학생들에게 곽도석이 줄곧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키가 크고 태권도 유단자인 곽도석이 저항을 하지 않고 폭행을 감내한 이유에는, 친구인 백미주가 몰카를 찍혀 협박을 당한다는 걸 알고 백미주를 구해주려고 그 새끼들의 요구를 잠자코 들어줬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그래서 심은석은 새로 발견한 증거 영상과, 피해자의 사망 때문에 이 사건을 형사로 넘기고 좀 더 조사를 늘려 엄중하게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부장 판사인 나근희는 이미 법원에 다른 사건도 많고 증거를 찾기 힘들다는 이유로 교통사고 특례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심은석의 판단은 무시한 채 사건을 보호 처분으로 종결시켜버립니다.
이번 사건이 진짜 빡치는 이유는 교통사고랑 관계없이 보호처분 받았다는 이유로 환호하는 가해자 새끼들의 행보도 그렇지만, 일단 사건이 많다는 이유로 졸속으로 재판을 진행하여 가해자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낸 나근희의 태도에도 있었습니다. 나근희는 소년범의 반성이나 교화보다는 그저 재판을 빨리 처리해야 하는 사안으로만 접근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는 강원중이 심은석이나 차태주와 갈등을 빚어도 소년범 재판 자체에는 진중하게 다가가고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리려 노력하는 모습과 지나치게 대비되거든요. 이번 재판이 종결 난 뒤 심은석은 가해자들에게, 곽도석은 사고가 나기 전 핸들을 자기 방향으로 돌려 동승자들의 목숨을 지키려고 했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너희는 다른 피해자들의 목숨 위에 살아있다는 말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그나마 이 장면이 시청자들의 울분을 달래주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암만 생각해도 저 가해자 새끼들은 심은석에게 저런 소리 들어도 제대로 반성할 것 같진 않더라고요. 그리고 식물인간이 된 곽도석이 다른 피해자인 백미주를 지키려다 저런 일을 당하긴 했지만 차에 치어 죽게 된 다른 피해자랑 그 유족들은 진짜 억울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라 뭐라 말 할 수 없이 화가 나고 슬프더라고요. 이 사람은 진짜 애꿎게 말려든 셈이라... 재판이 끝난 후 법이 피해자를 모두 지켜주는 건 아니라는 심은석의 쓸쓸한 말이 너무 들어맞는다는 느낌. 그동안 암울한 사건들이 많이 등장하긴 했지만 약간이나마 희망은 남겨준 다른 에피소드에 비하면 이번 사건은 진짜 비극으로 끝났다는 생각이. 거기다 8화 후반부에 등장한 사건은 다른 사건도 아니고 집단 성폭행 사건이라 여타 사건들보다 더 끔찍함이 예상되는데다 심은석의 개인 서사까지 곁들여 있어 과연 어떻게 진행될지 보기 불안한 수준이에요. 하지만 다음 편을 안 볼 수는 없고 마지막 화까지 달려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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