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10화 드디어 최종화 리뷰입니다. 9화가 굉장히 현실 답답함을 보여주는 바람에 하루를 참지 못하고 마지막 화까지 달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드라마가 보여준 메시지도 있고, 중반 불운한 미성년자 무면허 교통사고 사건을 뺀다면 그래도 주인공 판사들은 최선의 결과, 법률상의 문제로 약해 보이긴 해도 그래도 소년범들을 법적으로 응징하는데 성공했는데요. 이번 집단 성폭행 사건도 가해자들의 대립과 책임 떠넘기기를 이용하여 증거를 확보하고 그들을 처벌하는데 성공합니다. 여기에는 성폭행범들 중에 리더 격인 인물인 백도현 - 과거 벽돌 투척 사건의 주범 - 이 있다는 걸 다른 소년범 사건을 담당하면서 알아낸 차태주의 활약이 있었습니다.
차태주 판사는 사람이 온정적이면서도 일을 허투루 하는 타입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고 할까요? 차태주는 다른 소년범들 중에 백도현과 황인준을 비롯 성폭행범들로 인한 피해자가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백도현이 여자아이들을 이용해 조건 사기를 저지르며 악명을 쌓았다는 증언까지 받아냅니다. 심은석은 이를 토대로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다닌 지역을 조사하고, 백도현 패거리를 알 만한 소년범들을 찾아 그들이 조건 사기와 성폭행만이 아니라, 해당 영상을 촬영하여 유포, 매매하고 피해자들을 협박하여 강제로 성매매를 시켰다는 증언까지 확보합니다. 그리고 증언을 토대로 범죄가 저질러진 현장을 찾아내기까지 하고요.
하지만 10화 중반까지는 좀 답답한 면이 많았는데, 일단 범죄 현장을 찾아간 건 좋았지만 심은석이 혼자 그 건물 안에 들어가는 장면은 그냥 봐도 위험했거든요. 그리고 법원으로 찾아와 나근희에게 사건의 전말을 밝힐 때도 백도현 패거리가 성 착취 영상을 만든다는 말은 왜 흐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중간에 백도현과 마주쳐 몸싸움을 벌이다 칼에 찔리는 등 위급한 장면도 있었고요. 그래서 설마 다른 협력자들이랑 연락도 없이 저리 들어갔나 싶었는데 나중에 경찰 - 종종 심은석을 도와주던 여청과 소속 고강식 형사 일행이 들이닥친 걸 보면 미리 연락은 되어 있었고, 타이밍이 좀 늦었던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여기선 일부러 시청자들 겁 먹으라고 드라마 쪽에서 페이크를 쓴 거라 생각된달까.
그리고 심은석이 말을 흐린 것도 딱 거기까지만 보여줘서 그렇지, 나중에 재판 과정을 본다면 백도현 패거리가 뭔 짓을 하고 다녔는지 설명을 다 했던 모양. 이 부분도 시청자들 조금 답답하게 낚시를 한 느낌이랄까요. 하긴 심은석이 명색이 판사인데다 그동안 일을 빠릿하게 처리한 사람이 이런 중대한 사건에 허투루 굴 리는 없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중반 페이크 연출은 좀 심했다 싶었던 수준. 그나저나 그동안 드라마에 등장한 소년범들 중에 갱생이 가능했던 몇 명을 빼면 나머지 녀석들은 타사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 나올 정도로 범죄성을 자랑하는 수준인데, 백도현이나 황인준이 저렇게 된 꼬라지를 보면 원래 싹수가 노란 놈들도 맞지만 그런 녀석들을 활개치게 냅둔 건 심은석의 지적대로 허술한 법률과 안일한 주변 환경 탓도 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촉법소년이라 한계가 있을지언정 과거 사건을 너무 가볍게 처분한 나근희 부장판사에게도 화가 났었고요. 나근희가 과거 사건의 판사라는 암시는 앞서 있었고, 이번에도 심은석에게 화를 내거나 그녀의 말을 막는 행보를 보여 여지없이 빌런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그래도 과거의 재판을 겨우 3분으로 빠르게 처분하여 아이들에게 법이 별 거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지적에 할 말을 잃거나, 백도현 사건에서 좀 더 면밀한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그 이미지를 쇄신하게 됩니다. 나근희는 차태주에게 조사를 시켜, 수감된 성폭행범 둘에게 백도현과 황인준이 성폭행에 가담했다는 자세한 증언을 얻고, 백도현이 몰폰을 이용해 성 착취 영상을 촬영한 것, 그리고 그것을 클라우드에 연동시켰다는 결정적인 증거까지 얻어내어 범죄자 새끼들을 검찰에 역송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그나저나 저 성폭행범들 하는 꼬라지를 보면, 백도현이 사이코패스인 건 맞지만 저놈들도 정신머리가 썩은 건 맞아서 할 말이 없는 수준이었어요. 성폭행으로 잡힌 주제에 자기들이 저지른 짓에 반성은 없이, 그저 지들이 흙수저 집안이라 이렇게 되었다고 남 탓이나 하질 않나. 백도현과 황인준이 저지른 범행까지 자백한 건 그냥 혼자 죽기 싫다는 심보랑 자기들이 돈을 많이 받지 못했다는 불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거든요. 그냥 전체적으로 노답 범죄자 새끼들인데 그래도 이놈들의 범행이 드러나 재판까지 오게 된 데에는 피해자인 강선아와 그 가족들이 침묵하지 않고 국민 청원까지 올리면서 사건을 알린 덕이 커요. 피해자의 용기 있는 행동 덕에 추가 범행이 드러나긴 했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 될 거라는 주영실 참여관의 말은 현실적으로 뼈저린 구석이 있었어요.
그래도 사건이 소년 보호가 아닌 소년 형사로 재판이 진행된다면 1화 초등학생 납치 사건의 주범이 소년 형사 최고형인 20년 형을 선고받은 것처럼 백도현도 비슷한 루트를 타지 않을까 예상이 되더라고요. 물론 그 저지른 짓에 비하면 20년도 택도 없고 그냥 영원히 사회와 격리시키거나 사형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지만요... 어쨌든 이 집단 성폭행 사건은 차태주 판사의 세밀한 조사, 그동안 자신의 행적에 반성이 곁들여진 나근희의 판결로 마무리되며 그동안 이어진 답답함을 씻어줍니다. 또 나근희는 간만에 등장한 강원중의 부탁으로 심은석이 받을 징계를 완화하는데 도움을 준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이름을 친근하게 부를 정도면 두 사람은 가까운 선후배 관계였던 모양이네요. 7화 이후 등장이 없던 강원중의 등장이 반가웠다고 할까.
판사직에서 물러난 강원중은 아무래도 소년법 관련으로 좀 더 연구를 하거나 관련 시설에서 일하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10화 후반부에는 징계 위원회로 불려간 심은석이 자신의 소신을 솔직하게 밝히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심은석의 나레이션이야말로 이 드라마의 주제를 함축하며 주인공인 심은석이 어떤 인물이지 보여주었다는 생각. 큰 처분은 피한 모양인지 심은석이 다시 재판을 맡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드라마는 막을 내리게 되는데, 엔딩에 문신을 한 소년범은 1화 초등학교 납치 사건의 공범인 백성우인지라 소년범은 쉽게 갱생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보여주더라고요. 동시에 소년법과 관련된 현실을 개선하려는 강원중의 의지를 주인공들이 이어받을 거라는 암시와 함께 드라마는 나름 희망을 보여주며 끝을 맺습니다. 『소년심판』은 근래 종영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과 함께 전개에서 결말까지 탄탄한 드라마로 손꼽을 것 같네요. 엔딩까지 훌륭한 수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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