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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18년~2021년)

『녹두꽃』 39화-40화 리뷰 (2019. 6. 30. 작성)

by 0I사금 2024.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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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녹두꽃』도 이제 서서히 마지막을 향해 치닫는 중입니다. 예정된 비극 때문에 결말부에서 슬퍼질 것 같지만 그래도 작 중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그려지고 어떻게 결말을 맞을지 궁금해지기 때문에 왠지 그만 볼 수가 없더라고요. 다른 드라마 속 주인공들과 달리 백이강은 해피엔딩을 맞기는 어렵겠지만 실은 이건 드라마 처음 볼 때부터 어느 정도 감안한 것이기도 한 부분이라... 어떤 의미로 주인공 백이강은 지금까지 본 드라마 속 주인공들 중에서 제일 짠한 인물로 남을지도.


송자인이 의병에 협력하여 일본군에게 제공할 물자를 빼돌리려는 계획은 백이현이 먼저 눈치를 채고 송자인의 아버지를 상대로 거래를 하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갑니다. 송자인과 그녀 아버지의 부녀 케미가 좋다는 것과 별개로 사상적인 차이도 있어 언젠가 갈등이 폭발할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결국 송자인의 아버지는 송자인을 살리기 위해 백이현과 손을 잡게 됩니다. 그런데 이 행동으로 오히려 희생될 인물은 최행수 같은 게 아무래도 자신이 책임을 진다 하면서  죗값 치른다고 전투에 참여할 느낌.


그런데 드라마가 동학군들을 중심으로 비춰지고 있고 그의 행동이 명백히 의병들에게 장애물이 되었음에도 그 바탕에는 부성애가 엿보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부성애가 단순 송자인 하나가 아닌 자신이 이끌던 보부상 전체에 대한 애정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이건 마냥 비난하기도 꺼려졌단 느낌. 안 그래도 사망 플래그가 깔린 인물이어서 그런가. 참으로 이 드라마가 묘한 게 양면적인 인간의 형태를 잘 살리고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방영분에서는 이강이 거시기 노릇 할 때 따라다녔던 억쇠까지 의병에 가담하기로 했는데, 억쇠는 과거 잘못도 있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면서 평범한 사람의 선량함을 비추는 경우가 있어 어느 정도 예상이 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백가네 집안에서 일하던 남서방까지 의병에 가담할 줄은 몰랐는데 남서방은 그 악명 높던 백가네 집안에서 일하긴 하지만 거시기와 유월이를 챙겨주던 선량한 사람 정도의 인상만 있었고 앞으로 쭉 그럴 것이라 생각을 했었거든요. 이 부분이 상당히 예상 밖이었다고 할까.


억쇠와 함께 남서방은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적인 사건 속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캐릭터일지도. 그리고 재미있는 점은 이 남서방의 의병 가담으로 인해 백가 쪽 집안 캐릭터들이 좀 더 인간미를 보여 줬다는 건데, 마님은 유월이에 대한 미안함을 자각하면서 사람이 변화를 보였고 이현의 누나 부부는 유월이와 백이강한테 한 태도가 여전히 얄밉긴 하지만 도를 넘는 악행을 저질렀던 것은 아니라... 게다가 백가마저 남서방한테 인간적인 태도를 보여주던데 백가 놈은 이상하리만치 자기 아들인 백이강과 사돈 될 뻔한 황진사를 상대로만 악당 포스를 보여줬다는 게 특이.


거기다 고종이 의병들이 해산하지 않으면 폭도로 규정하겠다는 효유문을 내린 와중에 황진사는 끝까지 의병에 가담하기로 하고 동학군과 합류합니다. 초반 백이현을 기만하면서 혐오스러운 모습을 보여줬고 그 때문에 욕을 지지리도 얻어먹은 (물론 보는 저 역시도 욕 좀 했던) 캐릭터였음에도 후반부에는 상당히 성장의 면모를 보여 주더군요. 그런데 이 황진사 내면의 혐오스러움을 드러낸 계기가 백이현이었다면 그를 긍정적인 쪽으로 변화의 여지를 준 인물은 그 형인 백이강이었다는 것이 참으로 미묘. 형제의 영향이 이렇게까지 대비적일 줄은.


이제 『녹두꽃』도 결말까지 얼마 남지 않았고 앞으로 등장할 우금치(우금티) 전투는 비극만이 남은 사건이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드라마를 달려 온 이상 안 볼 수가 없게 됐네요. 그 와중에 일본군이 동학군을 학살하겠단 계획 때문에 백이현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동안 일본이랑 협력을 하고 주인공들 뒤통수를 치면서 저런 것을 예상 못 했나 의아할 정도. 진짜 일본을 문명국이라 믿고 따른 건가 앞으로 백이현이 가야 할 길은 일본군이 한 짓을 보고 다시 정신을 차리거나 아니면 드라마 『구해줘 2』의 성목사와 비슷한 자멸 루트를 밟는 길 외에는 답이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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