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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소설 기타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지낸다』 리뷰

by 0I사금 2024.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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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이 책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지낸다』는 예전에 한번 도서관에서 발견하여 빌려왔다가 사정 상 제대로 읽지 못하고 반납했던 책입니다. 조만간 다시 읽으려고 맘먹었더니 웬일인지 책이 한동안 보이지 않아 단념하고 있다가 나중에 도서관에 가보니 비치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 읽어볼 요량으로 다시 빌려왔습니다. 한국의 유명 범죄에 관한 책은 이 책 말고도 몇 권을 더 읽은 적이 있기는 한데 같은 범죄라 하더라도 책의 종류나 성격에 따라 그 다루는 방식이 달라지는 게 재미있는 점 같습니다. 공통적으로 이런 유의 서적을 읽고 느껴지는 바로는 프로파일링이나 과학 수사 같은 것이 우리나라에 정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찍 범인을 잡을 수 있었음에도 늦어지거나 2차 피해가 생기는 데에 안타까움이 묻어 나온다는 점일까요.

또한 범죄가 정교해지거나 혹은 과거보다 충격적인 사건들이 자주 나오는데 반해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과거의 그것에서 많이 발전하지 못하거나 특정 범죄에 대해서 법 자체가 미비한 점이 많아 좀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 사건들에 대한 관계자들의 안타까움 또한 느껴지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래도 최근 추세를 본다면 수사의 미비한 점으로 범인을 놓치거나 사건이 미궁에 빠지는 것도 옛말일 성싶고, 우리나라의 과학 수사가 외국에 비해 못하느냐 그런 것은 결코 아니라는 이야기도 많거니와 오히려 한국의 과학수사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이건 다른 의미로 이 분야 종사자들의 희생이 그만큼 뒷받침되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이런 책을 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범죄에 대한 두려움만이 아니라 관련 종사자들의 고충 또한 어마어마하겠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책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지낸다』는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지만, 범죄자가 반드시 그런 타고난 반사회성 범죄자들이기보단 오히려 평범하다고 생각되는, 겉으로 보아선 좋은 사람/친절한 이웃처럼 여겨지는 인물들이 살인이나 성범죄, 방화나 절도 같은 사건을 일으킨 경우에 대해서도 다뤄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 사건을 다룰 때 그 사회적인 파장이나 과학 수사의 방법보다는 범죄를 일으킨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 측면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 실린 사건들을 읽다 보면 우리나라가 치안이 좋다고 해서 범죄자들의 성향이 특별히 온건한 것도 아니려니와,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마주칠 수 있는 유형일 거란 생각이 들어 그리 자극적인 묘사가 없었음에도 오싹했다고 할까요.

사건 중에는 가해자가 된 피해자의 유형이 눈에 띄었는데 개중에는 유년시절부터 폭력적인 환경에서 자라, 문제 행동을 교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범죄로 이어진 케이스도 많이 보인단 점입니다. 특히 과거 학대나 폭력 피해자들이 커서도 또 다른 범죄의 피해자가 되거나 혹은 가해자가 된 케이스도 있었는데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폭력에 시달렸던 아동 피해자가 성인이 된 뒤에도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가 가해자를 살해한 경우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상당히 안타까운 상황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가정 폭력의 피해자가 또 다른 가정 폭력의 가해자가 되거나 혹은 애꿎은 사람을 공격하는 묻지 마 범죄자가 된 사례도 있었는데 이는 그야말로 폭력의 대물림 자체란 생각이 들어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선 법률이나 사회적 인식 자체가 변화할 필요성이 있음을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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