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비소설 기타

『조선왕조귀신실록』 리뷰

by 0I사금 2024. 11. 30.
반응형

 

도서관에서 다른 종류의 책, 마음 같아선 조선 후기 소설 문화 같은 것을 다룬 책을 읽고 싶었는데 역사 관련 서적이 있는 코너를 서성거리다가 눈에 들어온 책이 이 책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귀신 이야기하면 흥미가 돋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조선왕조실록은 아무래도 유래 없이 자세한 사료다 보니 그 내부엔 참 현대 기준으로 신기한 이야기도 많은 건가 싶었고요. 보면 조선시대가 유교 국가라고 하지만 그런 정치적 이념과 달리 당시 사람들의 관념 같은 게 보인다고 할까요. 본래 유교에서는 귀신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는데 반해 책의 서문에서도 조선왕조실록에는 귀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풍부하다고 설명이 들어있는데 다만 이런 기록도 18세기 들어서면 자취를 감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는 후대에 들어서면서 사관들이 유교 이념으로 뭉쳐 귀신 현상을 철저하게 허상으로 단정 지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굳이 유교를 따지기 전에 현재에도 대다수의 기이한 사건들의 실체가 그럴만한 자연 현상인데 사람들이 미처 몰랐기에 실제보다 부풀렸거나 혹은 다른 인과관계가 있던 것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나중에야 확인한 경우도 많다는 것을 본다면 사관들의 관점이 그다지 틀리지는 않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다만 이런 귀신이나 도깨비 같은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이야기나 기이한 경험담은 그 실체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흥미를 자아내고 여러 사료 측면에서 다양성을 안겨주는지라 이런 기록들이 사라져갔다는 것은 후대 입장에서 좀 아쉽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고요.


실제로 책에 실린 조선왕조실록의 기이한 사건들 중 몇 가지는 집단 히스테리나 당시 사람들의 불안이 만든 착각이 아닐까 싶은 사건들이 다수였으며, 책에서도 이런 괴현상들의 원인에는 반정이나 권력 싸움에 의한 피바람을 목격한 사람들의 불안이 투영된 현상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조선 시대의 유교 이념과 별개로 조선 왕실 자체는 귀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종종 불교나 무속의 힘을 빌려 이를 물리치려 했다는 게 특이점. 귀신 목격담이나 불길한 장소에 관련된 이야기는 현재에도 존재하지만 그 일면을 살펴보면 뭔가 불안한 사회적 사건이나 범죄와 연관된 이야기가 많은 것을 보면 사람들이 불안하거나 공포에 질릴 때 자신들이 미처 확인하지 못한 현상을 초자연적인 것과 연관 짓는 것은 시대 막론하고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책에 실린 이 초자연적 현상이나 귀신 목격담은 주로 조선 초 태조와 태종, 세종, 그리고 세조, 중기의 연산군과 중종, 그리고 다른 왕들 때에도 자잘하지만 귀신 소동이 벌어진 것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일단 여기 언급된 왕의 이름과 그 시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왕자의 난이나 반정과 같은 큰 규모의 사건들이 많았고 이 피바람에 휘말려 죽거나 오명을 쓴 당사자들도 꽤 많다는 사실을 보면 이 시기에 귀신 현상이 몰려있는 것은 대강 어떤 이유인지 파악이 가능합니다. 특히 경복궁과 관련하여 일어난 소동 중에 경복궁에 나타난 부엉이들이 죽은 자의 원혼이라는 이야기는 그냥 경복궁의 위치와 부엉이들의 서식지가 겹쳐서 일어난 소동 같은데도 부엉이 입장에선 상당히 억울하겠다는 뻘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