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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소설 기타

『호모 데우스』 리뷰 -1-

by 0I사금 2024.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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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전작인 『사피엔스』를 흥미롭게 읽었던 고로, 이번에 도서관에서 새로 이 책을 발견하면서 역시 기대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책의 분량 자체는 『사피엔스』와 비슷하거나 좀 더 적은 분량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책의 분량이 적은 것은 아니라 읽는 데 시간이 걸릴 거 같아 리뷰 역시 나누어 올리도록 맘먹었습니다. 현재 읽은 분량이 서문에 해당하는 '1. 인류의 새로운 의제'와 '제1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를 정복하다'인데 이 두 단원을 합친 분량이 책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분량이더군요.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는데 왠지 나중에 한꺼번에 리뷰를 쓰게 된다면 처음 첨부해야 할 중요한 내용들이 분량 조절 등을 이유로 빼 버리게 될 거 같아 미리 첫 번째 리뷰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유발 하라리의 저서인 『사피엔스』의 마지막 단원에서는 현재 인공 지능 개발과 더불어 인간의 진화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미지수이며 이것인 인간이 마주한 한계를 뛰어넘는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마무리되었다고 기억하고 있듯, 분명 현실에서도 인공지능 개발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사피엔스』란 책 자체는 단순 인공지능 개발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어 왔는지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는 -국가사나 문화사와는 달리 사피엔스라는 종의 특징에 기대어 좀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바라 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사피엔스가 현재 지구에 번성하며 문명을 이룩하게 된 근원에는 다름 아닌 인간의 상상력, 단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만이 아닌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사람들이 있다고 믿는 것 - 관념, 이데올로기, 인권, 신화, 법률 등-을 일컬는데, 다른 범죄학 서적(잔혹 - 피와 광기의 세계사/콜린 윌슨 저)에서는 인류의 범죄사를 열거하면서 어쩌면 인간을 범죄에서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상상력'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떠올렸습니다. 어쩌면 『호모 데우스』에서 저자인 유발 하라리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도 그 책의 메시지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요.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1. 인류의 새로운 의제'에서 다루는 내용은 인류사에서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빈곤과 기아, 전염병, 전쟁, 그리고 죽음을 어떤 식으로 여겼고 이것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며 극복해왔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묘하게도 이 서문에서 이야기하는 기아, 역병, 전쟁, 죽음은 여러 판타지 장르 매체에서 소재로 활용되어 온 '묵시록의 네 기사'의 포지션을 떠오르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인간들이 두려워한 것을 예부터 은유한 것이기 때문이지만. 놀랍게도 현재 인간의 역사는 이 네 가지 고난을 시간을 들여서나마 완벽하지는 않지만 분명 극복해나가고 있고 그 앞에는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는 미지수라고요.


과거 많은 매체에서 인간이 신이 되려다 재앙을 맞는 이야기가 많았으며 신을 흉내 내는 인간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아 일종의 경고를 담는 것이 대다수였는데 현재 『호모 데우스』를 읽고 있자면 신이란 개념 자체가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는 다른 차원의 존재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읽은 내용을 요약하자면 인간이 그동안 빈곤과 전염병, 전쟁과 죽음을 극복해오려는 노력처럼 지금껏 상상의 세계에서만 허용된 것들을 인간은 어떻게 현실로 만들어왔는지 고찰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데 그렇다면 이런 극복 방법을 가능케 한 원동력은 어디서 왔는지 책의 '제1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를 정복하다'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저서 『사피엔스』에서도 언급되는 바이지만 자연 상태에서 인류가 자연과 공존하며 지냈다는 평화로운(?) 믿음은 그야말로 환상에 가깝고 인류가 도착한 곳에는 반드시 멸종한 다른 종이 존재했다는 증거가 존재하는데 이번 『호모 데우스』의 제1부에서는 인간이 종교라는 관념을 이용해 어떻게 다른 동물을 착취(?) 하는데 성공적이었는지를 설명합니다. 종교는 인간을 한낮 신의 피조물 정도로 낮추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인간에게만 '영혼'이 존재하거나 신의 선택을 받았기에 다른 동물 종을 취하거나 먹는 것을 합리화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당연하다고 여기긴 했지만 다른 동물과 인간 종을 구분 짓는 이 방식은 그래도 있었을 법한 다른 동물을 죽이면서 얻는 죄책감을 해소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종교의 자리가 약해지고 인본주의가 대두된 이후에도 동물을 착취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졌다고 하는데 영혼이란 것이 실재하는지 여부에 앞서, 인간에게만 영혼이 있느냐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느냐는 논의는 동물의 생명권의 문제와도 연결되는 듯하며, 흔히 영혼=의식이라 부를 수 있는 인간의 심리 알고리즘 문제는 또 현재의 과학과 인공 지능 개발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 여겨졌어요. 과거 모 TV 프로그램에서 본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따라갈 수 없는 한계가 바로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그런 반응을 하고 결과가 나오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규명된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인공 지능 개발이 인간의 생활과 의식을 바꿔놓는데 큰 영향을 주기야 하겠지만 그것이 당장의 미래는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반증하는지도.


물론 현대 과학의 발전 속도는 빠른 편이라고 책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긴 하지만요. 제1부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인간이 번영을 하기 위해서 분명 다른 종의 희생을 토대로 삼아왔고 그것을 가능케 한 부분은 바로 종교와 사상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현실에서 실현하게 만드는 능력, 인간의 협동력이라는 점입니다. 한 조직이 성공하느냐 마느냐 그 갈림길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바로 얼마나 사람끼리 협력을 하게 만드냐인데, 책의 글귀를 인용하자면 '인간의 모든 대규모 협력은 결국 상상의 질서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 기반'하기 때문이며 '사피엔스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그들만의 상호 주관적 의미망'을 엮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요. 흥미로운 이야기이기에 조만간 다음 부분도 빨리 읽어나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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