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도서관을 찾아갔을 때 빌리려고 맘먹었던 책은 이 책이 아니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종류의 다른 서적이었는데 웬일인지 몇 주 전까진 있던 책이 대출된 모양으로 도서관을 찾아갔을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거 비슷한 느낌이 드는 다른 책을 고르기로 했고 그래서 선택한 책이 근방에 있던 이 책 『친밀한 범죄자 : 옆집에 살인마가 산다』였습니다. 이 책 말고도 예전에 외국의 범죄 심리학자나 수사관이 쓴 책들을 몇 번 읽어본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좀 비슷하려니 싶었습니다. 처음 제 예측은 미국 내의 유명한 살인사건을 소개하고 그에 따른 범죄자의 특징과 수사 과정을 소개하는 글일 거라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제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특정 사건만을 콕 집어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다방면으로 범죄자들, 혹은 범죄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삶을 갉아먹거나 다른 사람을 조종하고 이용하여 득을 보는 인간들의 심리와 그 행동방식을 설명하고 있는데 의외로 사건의 인용들은 자세하게 언급하기보단 짤막한 방식으로 각 주제에 맞게 간단히 인용되는 형식이더군요.
그래서인지 처음 각오했던 것과는 달리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거나 기억에 남아 찜찜하게 만드는 그런 무서운 사건들은 많이 등장하지 않고 오히려 흔하게 당할 수 있는 사기나 폭력 범죄에 대한 대비책이 되겠다 싶은 내용이 많았습니다. 물론 미성년 대상 성범죄나 인신매매, 가정폭력 같은 어두운 사건도 빠지지는 않았고 굳이 범죄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 과시를 위해 매력적이다 싶은 사람에게 접근하여 단물만 뽑아버리고 가는 인간들이나 배우자를 잃은 사람에게 접근하여 재산을 가로채는 사기꾼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 편이더군요. 저자는 검사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맡은 범죄 사건을 통해 느낀 피해자와 가해자의 양상과 가해자들이 어떻게 피해자를 물색하고 접근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데 책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자기 이득-그것이 이상 성욕이든 재산이 탐 나서든 상대를 감정 샌드백으로 만들기 위해서든-을 위해 접근하는 가해자들은 대개 좋은 사람 혹은 굉장히 매력적인 사람으로 위장하여 접근을 한다는 것으로 칭찬과 관심에 약한 인간의 본능적인 부분을 잘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정신적으로 허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관심이 고픈 사람들이 이런 가해자들에게 희생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데 책에서는 이런 가해자에게 희생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과한 칭찬과 아부를 경계하고 주변 사람의 생활 패턴과 방식, 관심사 혹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또는 주변에 어울리는 사람은 어떤지 잘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범죄자들은 위험한 모습을 드러내면 사람들이 바로 경계를 하니 그 경계심을 낮추기 위해 좋은 사람, 친절한 이웃, 익숙하거나 상대방과 비슷하다고 여기게끔 위장할 수 있는데 외모가 매력적이어도 주변 사람들에게 평판이 좋은 성격이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본질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 꾸며낼 수 있는 부분이고 오히려 그 사람의 본성이나 본질적인 측면은 완벽하게 숨기기는 어렵다고요. 특히 친밀함을 이유로 남의 사정에는 비대하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자기 사정은 밝히지 않거나 회피하는 인간들은 일단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책에 인용된 사건 중 상당수는 이미 가해자의 위험 신호가 보였음에도 피해자 측에서 그 위험 신호를 알아보지 못해 사건을 크게 키운 케이스도 있다고 하는데 이는 심리적으로 자신에게 긍정적이라 여겨지는 부분은 크게 키우고 부정적인 반응은 축소하는 오류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또 하나 책을 읽고 배울 수 있는 점으로는 자신은 수상한 사람을 알아볼 수 있으며 위험을 미리 피할 수 있고, 범죄자에게 속지 않는다는 과신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책에서 인용된 사건들의 가해자는 물론이거니와 피해자를 살펴보면 그 양상도 계층이나 학력과 상관없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인간 심리에 대해 많이 배웠다 싶은 심리학자마저도 범죄자들의 마수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고요. 또한 유명한 범죄자에게 열광하는 팬덤이나 폭력을 일삼는 상대방에게 순종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서도 언급되는데 이런 경우 평범한 사람들이 자극을 원해 위험한 상대에게 끌리는 경우도 있고 대개 남녀를 불문하고 권력에 매력을 느낀다는 언급이 초반 등장하는 것처럼 어떤 인간들은 범죄자의 폭력성을 강함과 자신감으로 여기는 경향도 없지 않다고 하더군요. 위험한 상대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축소시키는 심리 때문도 있지만 이런 위험한 인물이 자신을 '특별대우'한다고 믿기 때문이며 그와 관계를 맺는 것이 '특별'한 것이라 여기기도 한다는 듯. 즉, 자신은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피해를 막는 가장 첫 번째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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