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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소설 기타

『미르, 용에 관한 모든 것』 리뷰

by 0I사금 2024.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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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도서관에서 『도깨비 : 잃어버린 우리의 신』이란 책을 발견했을 때 근처에 있던 책이 바로 이 『미르 : 용에 관한 모든 것』이었습니다. 책이 분류된 위치가 한국의 민속 신앙이나 전설 부류를 다룬 서적들 위치였기 때문에 아마 이 책도 근방에 비치되어 있던 거 같던데 당시 『도깨비 : 잃어버린 우리의 신』을 빌려 가면서 눈여겨보고 있다가 다음 책을 빌리러 갔을 때 골라서 대출해 온 셈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설화 속에서 사랑받는 존재가 하나가 도깨비라면 하나는 용(혹은 이무기)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거기다 책의 내용도 저번 도깨비 책 못지않게 알기 쉽게 우리 옛이야기 속의 용에 대해 잘 풀어 주기 때문에 읽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책의 가장 첫 장 첫머리에는 책의 제목이나 용의 순수한 한국어 명칭인 '미르'가 과연 어디서 온 단어인가부터 찾아보는데 흔히 알려져 있듯 '물'과 관련된 것은 거의 확실한 듯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지역 방언 중 '미리'라는 말 역시 용을 뜻하는 단어이며 은하수를 칭하는 '미리내'란 단어 역시 그에 따르면 용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요. 옛날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은하수를 보면서 용이 사는 물가라는 상상을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이런 식으로 은하수를 상상하는 것도 우리나라 한정이라는 특이한 사실. 책에서는 다양한 옛 기록 속에서 용에 대한 단서를 찾아가고 있는데 용의 외모에서부터 특징, 성격을 비롯 재미있는 일화 등이 나옵니다. 뿐만 아니라 현대의 게임이나 영화, 만화 같은 매체에서 얼마나 용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지도 설명되고 있고요.


용의 순수 우리말이 물에서 나왔다는 것처럼 용과 물은 근접하게 관련이 있는데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용과 바닷속 용궁을 연결하는 경향이 있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선 용과 물의 관계가 더 밀접하며 농사와 관련짓는 성향이 더 강하다고요. 이는 중국과의 지역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는 추측이 등장합니다. 같은 동양권에서 용의 이미지 차이 말고도 서양의 용과 대비되는 점이 설명되기도 하는데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서양의 용(혹은 뱀)이 반드시 '악(惡)'에 가깝지도 않으며 기독교의 영향을 받아 이미지가 왜곡된 경향이 있더라도 서양의 용 또한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군요. 반대로 동양의 용 또한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이야기도 존재하고요. 그럼에도 동양의 용이 서양의 용보다는 좀 더 인간에게 호의적인 것이 일반적인 듯...


그리고 책에 실린 일화나 우리 옛 설화나 이야기 속의 용의 이미지를 본다면 도깨비와는 차이가 좀 있다고 느낀 것이 도깨비 설화의 상당수가 구전에 가깝다는 느낌이라면 용은 그 기록이 활자로 좀 더 상세하게 남은 편이라 보입니다. 대중적이기로는 도깨비나 용이나 마찬가지일 테지만 도깨비가 좀 더 서민적이고 친근한 성향이라면 용은 더 신적이고 고귀한 이미지라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정작 이야기 속의 용을 찾다 보면 고결하다고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도 많고 특히 성적인 면에서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경우도 있는데 이 부분은 옛 시절에 권력가들이 신분 낮은 여성들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을 은유한 것이 아닐까 싶은 부분도 많더라고요. 심지어 책에서도 이런 추측이 존재하며 이런 권력가 남성의 횡포를 용에 빗댄 것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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