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이 책 『법의학으로 보는 한국의 범죄 사건』을 추천하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책이 인기가 많은 모양인지 여러 차례 개정되어 나왔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던데 원래 이런 쪽으로 흥미가 있기도 해서 한번 도서관에서 책 이름을 검색해 보니 여러 권이 나오더군요. 개정판과 구판이 도서관에 함께 비치되어 있는 모양이던데 이번에 도서관에 들려서 책을 찾아보니 같은 제목의 책을 두 권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상태가 더 좋아 보이는 책을 골랐고요. 책의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국 최초 법의학자이신 저자분이 쓰신 머리말에서도 1978년도부터 '법의방담'이라는 글을 연재하여 인기가 많아 책으로 여러 차례 출간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빌려 본 책은 속표지에 나온 설명에 의하면 2011년도 출간된 『지상아와 새튼이』의 제목과 표지 디자인만을 교체한 책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습니다. 서문에는 저자분이 자신 스스로는 글솜씨가 없다고 하지만 오히려 책의 본문은 담담하고 간결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글이 많아 이해가 더 빨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의학으로 보는 한국의 범죄 사건』은 전체적으로 큰 주제에 따라 5부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당시 사건의 관계자들이나 피해자들을 배려해서인지 이름 같은 것은 대개 이니셜로 표기되어 있으며 연도나 지명 같은 곳도 좀 두루뭉술하게(?) 표현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만 상황의 묘사나 종종 들어가는 저자분이 추가하신 설명 중 시대적 상황을 유추할 만한 부분들이 있었어요.
예를 들자면 교통사고 관련 부분에서는 도로가 현재처럼 많이 없었다거나 여자가 아들을 낳지 못한다고 구박을 받았던 시대라거나 하는 설명 덕에, 책에서 인용된 사건들이 연도가 제법 된 것들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건들인 경우는 현재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법한 상황도 있어서 과거의 사건으로 추정할 수도 있고 의외로 가까운 시기 일어났을 수도 있는 사건이라 추정도 되어서 이런 부분에선 생각보다 사람들이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감상도 들었고요. 특히 교통사고는 예나 지금이나 많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다만 과거의 사건이라고 짐작이 될 만한 부분들인 경우, 현대처럼 과학수사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거나 편견이나 실수로 인해 사건 조사가 덜 되거나 하는 일이 있어 잡을 수 있는 범인을 놓치거나 사건이 미제로 남는 경우도 없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현재에는 인식이 많이 변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부검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 때문에 법의관-그러니까 저자분-이 유족의 도끼에 맞아 죽을 뻔한 무시무시한 사건이 실려있는데 책의 머리말을 살펴보면 이 사건이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라는 책의 제목으로 쓰인 것으로 보아 책이 나올 때 상당한 계기가 된 사건이 아니었나 추측이 들었습니다. 책에 실린 사건들 중에는 범인을 못 잡아서 안타깝거나 혹은 충격적인 사건들도 없지 않은데 책의 문체가 상당히 담담한 편이라 충격의 정도가 좀 완화(?) 되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어떤 사건은 좀 황당한 해프닝에 가까운 것도 있었고요. 책의 마지막 장에는 괴담처럼 넘어갈 수 있는 기이한 사건들(새튼이 전설 포함)에 대해 법의학적 관점으로 설명이 되어있어 흥미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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