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였을 때 우리나라의 유명한 미제 사건이나 혹은 미제 사건이 아니라도 사람들에게 의혹을 자아냈던 사건들에 대해 모으고 거기에 프로파일러의 견해를 덧붙인 내용의 책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했더니 제 예상이 반 정도는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확실히 제가 예상했던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요. 하지만 책의 주 내용은 그런 유명한 사건들의 알람보다는 우리나라의 프로파일러 - 실제 저자분도 프로파일러 출신이기도 하고- 들의 고충과 함께 현재 어떤 범죄가 일어났을 때 우리나라의 시스템이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잘 돌아가고 있는지 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경향이 강하더라고요. 대개 이런 범죄들을 다룬 서적을 보면 오싹한 것도 오싹한 것이지만 사건이 발생한 이유나 사건 해결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점들이 너무 현실적이고 여전히 고질적인 것도 있는 지라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도 있었습니다.
'프로파일러' 하면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같은 게 유명하기도 하고 드라마의 영향 때문인지 상당히 멋있게 보이는 직업이지만 오히려 책에서 설명하는 프로파일러들의 생활이나 삶을 본다면 막연하게 동경할 일은 아니라는 게 확연히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범죄가 뚝딱뚝딱 해결되는 것은 오로지 드라마와 같은 가상매체에서 가능한 일이고 초동수사에서 미흡한 면모나 혹은 잘못된 수사 방향,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무지 내지 지원의 부족함 등 현실적인 여러 가지 이유로 사건이 미제에 빠지거나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리기도 하는 등 답답한 일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을 대강 파악할 수 있겠더라고요. 뭐 어떤 일이든 그 실체를 접하면 우리가 잘 알지 못한 상황에서 그리던 것과 다른 것이 사실이겠지만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의 특성상 사회의 가장 어두운 부분이라 할 범죄와 직면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특히 클 것 같다는 것이 예상 가능한데 이런 범죄를 수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따로 지원이 가는 것은 없는가 궁금해지고 했고요.
책에서 지적하는 내용 중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프로파일러들의 실제적인 면모와 더불어 현재 범죄 수사 시스템에서 종종 보이는 한계를 비롯, 실제 범죄를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좀 얕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치안이 좋다고들 하지만 치안이 좋다는 말이 범죄율이 제로라는 말은 결코 아니며 치안이 좋다는 말은 실제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범죄가 벌어질 수도 있고 혹은 엄연히 범죄로 치부되어야 할 행동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범죄로 인식되지 못한 경우도 많기에 그 결과 신고가 없어져서 결과적으로 범죄율이 낮게 잡히는 경향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좀 심한 경우에는 다름 아닌 피해자에게 범죄의 책임을 무는 경우도 있어 피해자가 입을 다물어버리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 싶었는데 실제 책에 인용된 사건 중에는 피해자에게 사람들이 편견을 가져 인터넷 등지에서 악플을 다는 등의 일도 있었다고 하니까요. 이것은 TV에서 접하는 다양한 범죄들이 자신들의 일상과는 무관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런 행태가 쉽게 나오는 것은 아닐까 하더군요.
그렇기 때문에 책에서 강조하는 범죄가 항상 멀리 있는 일은 아니며, 누구라도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는 약자이기 때문에 방어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가장 인상이 깊었습니다. 책에서 다루는 문제도 한 가지에만 치중된 것이 아니라 묻지 마 살인, 성범죄와 아동학대에서부터 현재의 경찰 시스템이나 대형사고까지 다양한 형태를 다루고 있는데 이런 범죄심리학 서적에서도 누누이 나오는 바이지만 범죄자가 매체에서 묘사되는 특이한 인간인 경우는 적고 오히려 '평범해 보이는 인간'들도 많다고요. 이는 누구나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지만 또 누구나 범죄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범죄에 대한 인식 전환은 물론, 법적인 시스템도 변화할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나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위험에 대한 징후'를 느끼면 재빨리 그 장소를 피하고 도움을 청할 것, 범죄를 당했을 경우 움츠러들지 말고 적극적으로 신고를 하라는 것 등등 조언이 될 만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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