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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예능 및 기타

『벌거벗은 세계사』 리뷰 : 달콤함이 불러온 재앙! 인간의 욕망이 깃든 초콜릿 (2024. 3. 13. 작성)

by 0I사금 2024.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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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재미있게 보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꼽자면 단연 『벌거벗은 세계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135화 고려거란전쟁(여요전쟁)편을 인상 깊게 보고 기회가 될 때마다 본방 혹은 재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이번 142화는 '초콜릿'에 얽힌 역사라는 제법 흥미로운 내용임에도 다른 사정이 있어 본방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 그래서 나중에 편성표를 뒤져가며 재방송 시간을 찾아 하루 늦게나마 방송을 보게 되었습니다. 초콜릿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소재가 끌린 것이긴 합니다만 일단 지난주 예고편에서 이 '초콜릿'과 얽힌 암울한 역사에 대한 언급이 나왔기 때문에 아마 내용의 충격도는 다를 것 같더라고요. 따지고 보면 어떤 것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초콜릿(카카오 열매)은 비극이 많이 엮여있었다는 사실.


이번에 강연을 맡으신 교수님 정보. 컨셉으로 비행기에 타기 직전 좀 더 자세한 설명이 나오던데 예전 방송들은 보지 못했지만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아프리카와 관련된 역사도 많이 다룬 적이 있고 아프리카학을 전공하신 분이라 여러 번 강연을 하신 분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참고로 이번 게스트들과 관련된 정보는 아래의 기사를 참고하면 아실 수 있어요.

https://news.nate.com/view/20240312n35546?mid=e1200

『벌거벗은 세계사』의 컨셉은 MC들과 게스트가 교수님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이번에 다룰 주제와 관련이 깊은 곳으로 떠나는 방식인데 142화에서 도착한 곳은 카카오 열매의 최초 생산지였던 멕시코의 베라크루즈입니다. 현재 카카오 열매의 최대 생산지는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지만 본디 주원료인 카카오나무를 재배하여 그 열매를 초콜릿 음료로 취한 것은 고대 멕시코의 올메카 문명으로 카카오 콩을 가공하여 음료로 만들어 마셨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그리고 올메카 문명과 함께 마야문명과 아즈테카 문명 또한 카카오 열매를 재배하여 그것을 가공한 음료를 마셨으며 카카오 콩을 화폐로 썼을 정도로 그 열매를 귀하게 여긴 흥미로운 설명이 등장해요. 당시 문명권에선 카카오 음료는 왕이나 귀족들만이 취할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는 언급도 있었고요. 강의 중간 MC들이 고대 방식으로 만든 카카오 음료를 마셨을 때 반응을 보면 현대의 달콤한 초코라떼보단 한약에 가까운 맛이라는 의외의 사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쪽 문명을 설명할 때 인신공양이 빠지지 않는 느낌이던데, 고대에 카카오 열매의 풍년을 위해 사람을 제물로 바쳤다는 내용은 좀 섬뜩했습니다.


이 카카오 열매가 유럽으로 퍼져나간 계기는 대항해시대 아즈테카의 도시를 발견한 스페인 침략자였던 에르난 코르테스가 그 열매의 가치를 알아보고 스페인으로 전파하면서부터. 카카오 열매가 전해진 초반에는 쓴맛 때문에 환영을 받지 못했지만 이후 설탕과 결합하면서 유행을 타고 당시 유럽의 상류층이 즐기는 음료가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초콜릿 하면 그 활용도나 맛으로 가장 유명한 나라가 벨기에인데, 벨기에 사람들에겐 전통이자 자부심이지만 그 역사의 뒷면에는 끔찍한 기록이 전해지더라고요. 어떤 물건이든 그 역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사람의 피가 스며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번 회차에서 다루는 카카오 열매는 '신이 보낸 선물'이라는 별명과 동시에 저주가 서린 게 아닐까 싶었을 정도. 

 

심지어 본래 원산지에서조차 카카오 열매의 풍년을 위해 사람 제물을 바쳤다는 이야기를 생각하면 더욱 그런 경향이 느껴졌습니다.


유럽에서 카카오 열매를 가공하여 만든 초콜릿 음료가 유행을 타고 수요가 급증하자 당시 유럽인들은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메소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착취하고 학살하면서 카카오 열매를 수확했는데 그 기록이 섬뜩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또한 당시 유럽 열강들은 카카오 열매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그 묘목을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땅으로 옮기게 되었다고요. 작중에선 벨기에 군주였던 레오폴드 2세의 끔찍한 착취 위주로 설명하긴 했지만, 카카오 생산지가 넓었던 것이나 유럽이 사용한 삼각무역에 노예가 포함된 사실을 본다면 어떤 나라에서든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추측.


특히 벨기에의 군주였던 레오폴드 2세의 콩고인 학살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레오폴드 2세는 콩고를 식민지, 정확하게는 자신의 사유지로 삼아 고무와 상아 그리고 카카오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 그곳의 원주민들과 불공정 계약을 맺고 팔을 자르며 할당량을 강요했다는 설명이 자세하게 언급됩니다. 여기서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아버지에게 처벌로 5살 된 딸의 손을 잘라 보여준 상황을 찍은 사진이 예시로 등장하는데요. 이 사진은 예전에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본 것이긴 하지만, 다시 봐도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제의 레오폴드 2세는 딱히 처벌도 받지 않고 곱게 간 것 같은지라 인류애 상실되는 느낌이었는데 그나마 현대에 들어서 그 악행이 까발려지고 비난을 받는다는 것이 그나마 낫다고 해야 할지... 진심 착잡했던 부분이었어요.


이후 코트디부아르 같은 카카오 열매 최대 생산지인 나라에서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어린아이들을 착취하고, 노동력을 채우려고 인신매매가 벌어지는 등 카카오 열매와 관련된 착취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설명이 언급됩니다. 그 색깔도 그렇고 사람의 피로 이루어진 열매라는 연상이 들었을 정도였어요. 독일의 독재자였던 히틀러조차 초콜릿을 좋아하여 전투식량은 물론 암살무기로까지 썼다는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레오폴드 2세도 초콜릿을 좋아했다고 하니 초콜릿은 이런 종류의 인간들이랑 뭔 연이 있나 싶었을 정도.

다양한 초콜릿들. 사진 출처는 위키백과.

그럼에도 카카오 열매로 만들어진 초콜릿은 현재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재료이자 간식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유럽의 기호품이자 사치품이었던 초콜릿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2차 세계대전이며 군대의 전투식량으로 쓰이면서 일어난 해프닝은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편의점에서도 팔고 우리도 흔히 먹는 m&m의 코팅된 초콜릿은 바로 녹지 않는 이점을 살려 전투 식량으로 쓰였으며, 초콜릿이 너무 맛있어서 군인들이 빠르게 먹어치우자 일부러 맛없는 초콜릿인 D레이션바가 만들어졌다고 하는 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맛없다고 평가받는 D레이션바조차 한국전쟁에선 굶주린 사람들에게 귀한 음식이었다고 나오는 등 한국의 파란만장했던 역사도 잠깐이나마 언급되더라고요. 음식이 귀했던 전쟁 시기에 초콜릿은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별명에 들어맞았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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