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6화(최종화) 리뷰 (2022. 4. 8. 작성)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6화 드디어 최종화 리뷰입니다. 어찌 보면 이 드라마의 암울한 전개를 버틸 수 있었던 게 - 원작을 미리 보고 알고 있던 - 결말 덕분이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작의 상세한 부분들을 잊어버리긴 했지만 결말만큼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드라마가 이 원작의 장면을 제대로 살려냈다는 생각. 물론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아서 결말을 알고 보면서도 긴장이 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원작에서도 발암과 짜증을 유발했던 화살촉 BJ가 고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며 협력자로 나왔을 때도 얌전히 얼굴만 비추지 않겠거니 싶었는데, 딱 예상대로 거하게 사고를 치고 퇴장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화살촉 BJ 놈이 웃긴 것이 고지를 받아놓고 자기는 죄가 없다고 민혜진 변호사랑 영재 부부 앞에서 즙을 짜는데, 드라마를 보는 입장에서 이 모습이 그저 황당하고 기가 찰 나름이었어요. 작중에서 이놈은 시연 대상자들의 신상을 털고 없는 죄도 만들어 사람들을 선동한 놈이나 다를 바 없고, 6화에선 상황을 수습하려고 나타난 소도 일원들을 칼로 찔러 살해하는 등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하는 놈이었거든요. 딱 이런 놈이 신앙이나 사상에 의탁하여 애꿎은 인간들 악마 혹은 죄인으로 몰아 죽여놓고 자기는 신의 뜻을 따랐네 뭐네 하는 부류인데, 자기가 하는 짓을 스스로 판단할 지능도 안되는 놈이라 끝까지 새진리회 간부 같은 놈들한테 휘둘리는구나 싶더라고요.

그런 주제에 또 고집은 엄청나게 센 놈이라 인터넷에 유명한 격언 '무식한 놈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 이거 생각나게 하더라고요. 따지고 보면 화살촉이 딱 이런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놈들. 그런데 보면서 좀 의아했던 건 시연을 받는 사람들 중에 평범한 사람들 말고도 정말 악질적인 부류도 있을 텐데 이런 인간들이 어차피 지옥 가는 거 맘먹으면 화살촉이나 원한 가진 놈한테 화풀이하고 죽는 케이스도 있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래저래 죄인이 되는 형국인데 시연까지 시간이 충분하다면 저 BJ 놈처럼 정신줄 놓고 화살촉 같은 놈들한테 너 죽고 나 죽자 시전하는 놈들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뭐, 어쨌든 BJ 놈이 지옥 사자들한테 질질 끌려다니다 시연당하는 장면은 원작보다 더 통쾌했습니다. 원작에서는 분량 문제 때문인지 BJ 놈이 너무 순삭당한 느낌이었거든요. 반면 BJ 놈과 달리 배영재와 송소현의 아기에게 닥친 시연은 원작의 결말 그대로 그 부모의 희생으로 막아내는데요. 웹툰에서도 이 부분이 굉장히 슬프게 그려졌듯이 드라마에서도 이 장면은 매우 비극적으로 묘사됩니다. 특히 부모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처절했던 지라 이 장면이 특히 인상이 깊게 남았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영재와 소현의 희생으로 아기가 살아남는 걸 아파트 주민들이 목격하고 또 그 영상이 인터넷으로 퍼지고, 아기와 함께 피신하는 민혜진을 돕는 택시 운전사 같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사람들이 더 이상 새진리회의 교리를 따르지 않을 것이란 약간의 희망을 남기면서 드라마는 마무리됩니다. 여기까지 보면서 느낀 거지만 이 드라마 속에서 진짜 메시아에 해당되는 인물을 찾으라 한다면 정진수와 반대되는 입장에서 새진리회와 맞선 민혜진 변호사가 아닐까 했었지만, 어떤 의미에선 아기 튼튼이가 생존한 것만으로도 기존의 질서를 바꾼 셈이라 아기의 존재가 더 구원자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원작 웹툰과 달리 드라마의 맨 마지막에는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삽입되었는데요. 엔딩에서 4년 전 시연을 당해 죽은 박정자가 새진리회가 만들어놓은 기념관에서 부활하는 장면이 나와 여러모로 해석이 갈릴 것 같더라고요. 일단 박정자는 첫 번째 시연 대상자가 아니라 두 번째 시연 대상자였는데 - 새진리회의 농간으로 세 번째로 취급받고 있지만 - 왜 첫 번째도 아닌 두 번째 대상자인 그녀가 부활하는 모습이 나왔는지 알 수 없는 상황. 혹시 순서가 상관없는 거라면 다른 대상자들도 모두 부활할 수 있다는 복선인 걸까요? 정진수까지 부활하면 세상이 더 혼란스러워지질 것 같은데 말이죠. 이놈은 안 그래도 교주 행각하던 놈이라... 이게 드라마 새 시즌이 나올 수 있다는 떡밥이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여전히 엔딩은 미스터리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