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3화 리뷰입니다. 드라마 2화를 보니 기다리는 게 힘들어서 결국 3화까지 바로 정주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원작 내용에 따르면 딱 1시즌에 해당하는 내용이 여기 3화까지며, 4화부터는 내용이 전환되는 경향이 있는데 안 그래도 열받는 부분이 많은 드라마긴 하지만 이 3화가 정점을 찍었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충격적인 장면도 다른 회차보다 3화에 몰려있는 느낌이었는데, 박정자의 시연은 상당히 끔찍하게 보는 사람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연출이 되어 있었습니다. 박정자의 자식들이 캐나다로 출국하여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보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여겨졌을 정도로. 그런데 박정자의 시연 장면은 결국 방송을 탔으니 그 자식들은 언젠가 어머니의 죽음을 확인하겠다 싶어서 이건 이것대로 암울한 부분.
근데 저런 장면을 거액 주고 보러오는 놈들도 있고 세상 참 별놈들 많다 싶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더 공포였던 건 박정자의 시연이 영상을 탄 후, 도시 - 어쩌면 한국 전부? - 가 핵이라도 맞은 것처럼 고요했던 다음 날 장면이 더 소름 끼쳤다고 할까요. 이 부분이 비현실적이면서 굉장히 현실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진짜 사람들이 충격을 받으면 미쳐서 발광하는 게 아니라 죽은 것처럼 침묵을 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요. 3화까지 보면서 이 장면 연출이 가장 훌륭하고 인상적이었다는 감상이 들었고요. 그리고 이 충격을 다시 분노로 전환하게 만든 건 화살촉 놈들과 새진리회에 선동된 인간들의 행각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지금 보는 웹툰 『안개무덤』의 활촌 사람들의 죄악이 생각나기도 했던 장면.
보면서 정말 살인 충동 났던 부분은 화살촉 BJ 때문에 새진리회에 반하는 죄인으로 찍힌 민혜진 변호사가 암에 걸린 엄마와 함께 외국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도중 화살촉 놈들에게 붙들려 테러를 당하는 장면이었는데, 원작에서도 이 장면은 매우 보기 힘들었던 기억이 났어요. 이 장면은 여자와 노인, 특히 암에 걸려 죽어가던 노인이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이고 이후 병원의 인간들마저 새진리회에게 포섭되어 치료를 거부하는 장면까지 나와 보는 사람 환장하게 만들었거든요. 그전에 민혜진 변호사의 동료였던 선배도 폭행을 당해 우는 장면까지 나와 진짜 보는 사람 절망하게 만들었고요. 이 선배는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 나오지 않는데 끝까지 생존한다면 새진리회의 진실이 까발려지면서 어느 정도 억울함은 풀릴 테지만 뭐...
근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정진수로부터 새 의장 자리를 제의받은 김정칠 목사가 정진수가 받은 예언 파일을 자신을 찾아온 민혜진에게 확인시켜 준 후 화살촉에게 그녀를 넘겨 또 죽을 위기를 만들었다는 부분에서 폭발할 수준이었어요. 진짜 민혜진은 어떻게 저런 상황을 견디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놀라웠다고 할까. 막판에 누가 구하러 와주었으면 했는데 그런 것도 없어서 암울함이 정점을 찍더라고요. 진심 저렇게 폭행을 당하고도 살아남은 게 신기한 수준인데 민혜진 변호사의 생존력이나 2시즌에도 새진리회와 맞서는 걸 보면 사람이 보통 비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 근데 진짜 어떻게 살아난 건지 원작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한번 웹툰을 정주행 하긴 해야 할 것 같은 기분.
그런데 민혜진의 어머니가 암에 걸려 죽어가는 상황임에도 덤덤하게 운명을 받아들였던 모습을 본다면 후반 정진수의 반전, 20년 전 고지를 받고 시연을 받을 자기 운명 때문에 공포스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는 사실과 비교가 되어서 묘하다고 할까요. 작중 똑같이 죽음을 선고받은 건 두 사람이 마찬가지인데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입장은 매우 다른 느낌이었거든요. 물론 시연 쪽이 좀 더 끔찍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정진수는 고지와 시연이 무작위 랜덤이라고 밝히면 세상이 혼란에 빠지니까 자기가 나서서 사람들을 새로운 규율로 이끌었다는 둥 소리를 지껄이며 자신을 합리화해도 그 내면에는 나 혼자만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건 싫다는 물귀신 심보가 더 강해 보였거든요.
심지어 진경훈 형사의 딸 희정을 도와 살인범을 살해한 것도 복수심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정진수의 진실을 세상에 밝힌다면 진경훈 형사는 자기 딸을 죄인으로 체포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그를 옭아매기 위해 계산된 행동이었다는 것도 드러났고요. 결국 정진수는 마지막까지 진경훈 형사의 부성애를 이용해 시연으로 죽어가면서도 자기 원하는 걸 다 이루고 갔다는 건데 그 죽음이 고통스럽다고는 하지만 결국 이놈이 원하는 대로 다 흘러간 지라 빌런 중에 빌런이고 진짜 죽었어도 사람 열받게 만드는 놈이라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그리고 후반부 시즌에서도 살아남은 민혜진은 활약을 하지만 진경훈 형사는 주인공에서 제외된 이유가 저런 데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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