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넷플릭스 알람이 하나 떠서 찜해 놓은 다큐가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의 대표적인 사이비 종교들을 파헤친 다큐 『나는 신이다 :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었죠. 처음엔 찜을 해놓고도 볼까 말까 망설였었는데, 원래 넷플릭스에 올라온 작품들을 잘 찾아보면서도 망설인 이유는 다큐는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실제 사건을 파헤치고 현실에 어떤 파장을 가지고 왔는지 자세하게 분석하는 내용이라 영화나 드라마처럼 '암만 무섭다고 해도 결국 만들어진 이야기' 이런 식으로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다른 데서도 이슈가 되는 것 같고, 사이비 종교 하면 나는 그런 거에 안 당한다고 여기는 것도 오만한 짓인 것 같아 큰 맘을 먹고 재생을 눌렀습니다.
사이비의 특징이 사람들을 점차적으로 세뇌하여 그 사람의 인간관계를 단절시키고 자기들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방식이라는 걸 어디서 본 적이 있었는데, 암만 똑똑한 사람이라고 해도 마음이 약해지거나 힘든 시기가 오면 저런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고들 하니까요. 의외로 다큐는 한편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총 8부작으로 긴 편이며, 피해자들이 어떻게 사이비를 믿게 되었는지 그 심리 분석보다는 사이비 조직 내에서 벌어진 범죄와 그 피해 양상에 더 초점을 맞추는 다큐더라고요. 실제로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사건의 피해자들과 탈퇴자들의 증언을 인터뷰하며 당시 남아있는 영상과 신문 기록물을 통해 상황을 재연하고 재구성하는 구도로 되어있고요.
여기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성범죄 피해자를 대거 양산한 JMS(총 3화)이며, 아직도 미제 사건으로 남아 사람들의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오대양 사건(총1화), 신도들을 착취하고 살인까지 저지른 아가동산(총 2화), 피디수첩 제작진을 신도들을 동원하여 급습한 뒤 방송 사고까지 일으켰던 만민교회 사건(총 2화) 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이비로 인한 피해와 사회적 여파가 어땠는지 다큐가 과감 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보는 사람은 매우 충격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사이비를 사회에서 방치할 경우 피해자들이 2차, 3차로 양산될 수 있다는 걸 다큐가 제대로 집어내는 느낌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보기 괴롭더라도 한 번은 봐야 할 다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또한 지금은 탈퇴한 신도들의 증언을 통해 사이비가 어떤 식으로 조직되었고 신도들을 착취하였는지 증언하면서 신빙성을 부여하는데요. 원래 세뇌라는 것이 무섭긴 하지만 십 년, 이십 년이 지나서야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당시 자신들의 행동을 비판할 수 있다는 데서 사람이 정신적으로 해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건 범죄를 저지르며 묵인하고 이득을 취한 교주들이 현실 법의 한계로 큰 벌을 피했다는 점이었어요. 또 미제로 끝난 오대양 같은 경우는 종교 단체라기보단 사업자를 표방한 사기꾼에 가깝고 뒤에 더 큰 사이비 조직이 있었음에도 관련자들이 전부 사망함에 따라 진실을 밝히기 어렵다는 점에서 좀 오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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