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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예능 및 기타

『인사이드 크리미널 마인드 : 범죄의 심리학』 리뷰 (2023. 5. 7. 작성)

by 0I사금 2024.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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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 『인사이드 크리미널 마인드 : 범죄의 심리학』은 2018년도에 공개된 작품입니다. 2018년도에 나온 다큐멘터리를 어쩌다 2023년에 보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홈 화면에 떴던 것을 호기심을 가지고, 혹은 제목이 아주 긴 데다 예전에 봤던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를 연상하게 하는 것이 있어 찜해 두었던 것 같네요. 보통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데다가 범죄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실제 상황이라는 점 때문에 더 공포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꺼리기도 하는데 이번에 눈에 띈 것도 있고 일단 4부작이라는 길지 않은 회차 덕에 재생을 눌렀습니다.


1부 연쇄살인마

다큐멘터리 1부는 외국 사례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연쇄 살인범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테드 번디, 존 웨인 게이시, 제프리 다머 등 프로파일링을 다룬 책이나, 혹은 범죄 사건을 다루는 미드에서도 한 번은 언급되었던 살인범들이 등장하거든요. 당시 사건을 수사하던 관계자 및 범죄 심리 연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살인범들의 공통점 내지 범죄 기질은 선천적인 것이냐 후천적인 것이냐는 아직도 논의되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이코패스 범죄자의 뇌와 일반인의 뇌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후천적인 환경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인터뷰가 등장하는데 결국 이 문제는 아직도 연구 중이라고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네요. 다만 연쇄 살인범이 탄생하는 배경이나 그 징후에 대해서는 이론적인 변화가 조금씩 진행되는 것 같았다는 생각. 또한 현재의 수사 기술 발달로 연쇄살인범 검거가 유리해지긴 했지만 이 기술 발달이 연쇄살인범들의 그릇된 판타지를 충족시키는데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등 현대 인터넷 문화의 명암도 같이 다루고 있었습니다.


2부 납치범

2부 납치범 케이스는 미국과 독일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다루는데, 피해자를 거의 20년 넘게 감금했거나 지속적인 성착취를 행한 케이스가 많아 보면서 숨이 턱턱 막히는 내용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의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행방불명된 딸들을 기다린 가족들의 심정은 얼마나 막막했을까 하는 상상이 자꾸 들어서요. 처음에는 미국이 땅덩어리가 크고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납치범들이 겉으로는 좋은 이웃이나 선량한 사람으로 위장했다는 점을 봐서 한국에서도 유사한 케이스가 아예 없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탈출하거나 발견된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결말 덕에 약간 마음이 놓였습니다. 반면 납치범들은 경찰에 붙잡히자 자기 죄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거나 혹은 자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정말 찌질하고 하찮은 놈들이 약한 여자애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의 흠이라고 할지, 범죄 현장을 직접 촬영한 것만이 아니라 재연 영상을 사용할 때 청불 관람대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인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어 이런 장면이 다큐의 주제를 좀 흐트러뜨리는 느낌이었습니다.


3부 사이비 종교 지도자

얼마 전에 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연상하게 하는 회차였습니다. 여기 등장하는 사이비 종교 관련 사건들은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찰스 맨슨 사건이나 존스타운 학살 사건과 같은 것들이며, 사이비 종교 교주들이 어떻게 추종자들을 지배하고 그들을 착취하였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기에 실린 사례 중 존스타운 학살 사건과 다윗교 사례는 『나는 신이다 : 신이 배신한 사람들』에 등장한 한국의 유명 사이비 종교와 그 사건 양상이 비슷하더라고요. 이런 놈들은 어느 사회든 하는 짓이 비슷하다고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도들을 지속적으로 착취하고 광범위한 성 학대가 이루어졌다는 점, 사건을 파헤치려던 이들을 추종자들이 살해했다는 점이라거나(우리나라에선 살해 시도가 그나마 미수로 그쳤지만), 집단적으로 자살을 시도했거나 사이비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아직도 교주를 추종하는 세력이 남아있다는 점이 한국 사례와 비슷했는데요. 그나마 여기 등장한 사이비 종교가 한국 사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총격 사건(웨이코 포위전)으로 조직이 와해되었다는 점 정도라고 할까요. 무기를 쉽게 얻는 사회일 경우 사이비 종교가 테러 단체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4부 범죄 조직의 수괴

마약이나 인신매매 등 불법적인 루트로 돈을 긁어모으는 마피아 조직의 수괴들이 어떤 인물인지 다루는 회차입니다. 다큐멘터리 3부 사이비 종교 사례와 함께 범죄가 조직화될 경우 어떤 양상을 띄며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준 회차였다고 할까요. 다만 사이비 조직은 정부와 경찰의 개입이나 교주를 체포하는 것만으로도 그 세력을 와해시킬 수도 있었지만 범죄 조직은 좀 더 복잡하게 엮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피아 조직의 주 수입원이 마약이며 범죄 조직의 탄생 계기가 사회적인 빈곤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또한 빈곤한 사회일 경우 범죄 조직이 빈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구제 사업을 벌이며 정부보다 민중의 지지를 얻는 경우가 있어 보는 사람이 기가 차는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아직도 체포되거나 사망한 마피아 조직의 수괴를 영웅화하며 그를 기리는 곳도 있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범죄 조직의 수괴들을 분석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1부 연쇄살인범 케이스와 유사한 경우가 많은데 - 결손 가정 출신, 나르시시스트적인 면모와 공감 능력 부족, 공포로 주변인에게 군림 - 아무래도 사이코패스가 개인적이냐 조직적이냐에 따라 1부와 4부 케이스로 갈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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