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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예능 및 기타

『벌거벗은 세계사』 리뷰 : 히틀러로부터 프랑스를 구한 저항의 상징 레지스탕스 (2024. 3. 27. 작성)

by 0I사금 2024.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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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벌거벗은 세계사』는 보고 있던 드라마와 시간이 겹쳐 본방을 자주 놓치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이번에 드라마가 방송사 사정으로 결방인지라 144화의 본방을 사수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예고편에 나온 대로 이번 144화의 주제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프랑스에서 저항 활동을 이룬 레지스탕스였는데, 2차 대전은 기록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모르는 것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본방을 볼 수 있게 되자 망설이지 않고 TV를 켰는데, 왠지 체감상 다른 회차들보다 시간이 길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프랑스 관련 역사는 '잔 다르크'를 다룬 42화와 오물 도시였던 파리의 변천사를 다룬 96화에 이어 세 번째로 접하게 된 셈입니다.


이번에 강연을 맡으신 교수님 정보. 그리고 게스트 정보는 아래 기사를 통해 자세하게 확인을 할 수 있습니다.
 
https://www.mk.co.kr/news/broadcasting-service/10974542

 

‘벌거벗은 세계사’ 히틀러로부터 프랑스 구한 레지스탕스 파헤친다 - 스타투데이

단 6주 만에 프랑스 점령한 히틀러에 맞선 레지스탕스의 투쟁기. 26일 방송되는 tvN ‘벌거벗은 세계사’(연출 김형오, 이윤호, 서용석) 144회에서는 히틀러로부터 프랑스를 구한 레지스탕스 저항

www.mk.co.kr

원래 『벌거벗은 세계사』의 컨셉이 비행기를 타고 해당 주제와 관련된 장소로 여행을 간다는 의미이긴 한데 이번엔 2차 대전 당시 프랑스를 다루는 것이니 당연히 목적지는 파리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건만 '아르센'이라는 낯선 지방이 언급되어 약간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프랑스 지역명에 대해 원래 잘 아는 건 아니지만 해당 지역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장소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아르센은 2차대전 발발 당시 프랑스와 독일군의 전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장소였다는 게 설명이 되었습니다. 아르센은 험준한 숲으로 조성된 지역인데, 전쟁이 막 발발했을 무렵 프랑스군도 독일군이 쳐들어 올 거라고 예상하고 국경 지역에서 침공을 대비했지만 (마지노선의 유래가 여기서 언급됨) 독일군은 아르센 지역의 빽빽한 숲을 돌파하여 프랑스군의 뒤통수를 치는 전략으로 승리하는 등 전술적인 면모에서 앞서나갔다는 점이 언급됩니다.

당시 독일군은 17년 동안 전쟁을 준비했던 데다 군사기술력에서도 프랑스보다 월등했고, 침공 당시 병사들에게 마약 종류를 먹이는 등 그야말로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이를 갈았다는 심정 같았습니다. 좀 황당했던 건 암만 독일군이 승기를 잡았다고 하지만, 당시 프랑스군과 프랑스 정부가 너무 손쉽게 전쟁을 포기했다는 점이었는데요. 6주 만에 독일군은 프랑스 침공에 성공하여 프랑스 북부는 독일군의 점령지가 되고, 나머지 지역은 나치에 협력하는 정권(비시 프랑스)이 들어섰다고 하는데 이런 허망한 패배에 대해 프랑스 총리가 매우 고령이었던 데다 프랑스 사람들이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참혹함을 뼈저리게 기억한 나머지 항복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언급이 나오더라고요. 따지고 보면 그보다 더 빠른 시간에 전쟁에서 패하고 멸망한 나라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좀 허무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항복하면 그래도 나라와 국민들의 목숨줄이 유지될 거라고 여긴 모양인 건지 모르겠는데, 이후 나치 점령 하에 들어간 프랑스가 치른 대가를 보면 제대로 싸워보지 않고 항복할 경우 어떤 굴욕과 고난을 겪는지 노골적으로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랑스를 점령한 나치 독일군은 프랑스의 상징물을 부수거나 거기에 자신들의 상징을 덧씌우며 모욕을 주고, 여러 예술품과 각종 물자 및 노동력을 착취하며 프랑스인들의 원한을 살 짓만 골라서 하게 되는데 프랑스 점령 시기 나치 독일군의 행패는 1차 대전 당시 묵은 국가적인 원한은 물론 히틀러 개인의 콤플렉스가 배경으로 작용을 한 듯싶었습니다. 거기에 나치에 협력하는 비시 프랑스 정권의 행보까지 이후 저항세력이 탄생하지 않으면 이상하다 싶은 수준이었고요.

여기서 프랑스의 상징물인 에펠탑에 독일군들이 오르지 못하게 시민들이 승강기 케이블을 끊어버리고 스위치까지 망가뜨렸음에도 기어이 계단을 이용해 에펠탑 꼭대기에 올라가 나치 깃발을 달았다는 이야기엔 진짜 독한 놈들이라는 생각밖에들지 않았습니다. 또 유명한 예술품을 약탈하고 당시 프랑스의 경제 산업 20퍼센트를 차지하는 와인을 대량으로 갈취하는 걸로 모자라 프랑스인들의 식량과 물자를 제한하고 독일의 군수 공장으로 사람들을 강제로 징집하거나 레지스탕스 세력 색출을 위해 프랑스 사람들을 고문하고 처형하는 등, 따지고 보면 프랑스도 여러 식민지를 거느렸던 나라이긴 합니다만 이 시기에 한해선 식민지와 같은 지옥을 경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프랑스 정부가 유명무실해지고 오히려 자국민들을 속이며 나치의 편에 서게 되자 프랑스의 레지스탕스는 처음에 나치를 비방하는 낙서를 남기는 소극적인 저항에서 독일군 요인 암살을 시도하는 적극적인 저항 세력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후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이 성공하면서 레지스탕스 세력이 철로를 폭파하여 독일군의 보급선을 차단하는 등 큰 활약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사례들을 보면 전쟁에서 보급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고 할까요? 이때 프랑스 각 지역에 흩어져있던 레지스탕스 세력을 단합하고 임시정부를 꾸리며 프랑스의 승리를 이끌었던 인물이 바로 '샤를 드골'로 그는 현재도 프랑스인이 존경하는 인물 하면 10명 중에 하나로 꼽힌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그리고 프랑스어 레지스탕스는 원래는 '저항'을 뜻하는 단어였지만, 2차 대전 당시 나치에 점령당하면서 이에 저항하는 세력을 통칭하는 단어로 재탄생되었다는 언급이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우리가 흔히 쓰는 콜라보라는 단어가, 프랑스에선 나치에 점령당했을 때 그에 협력했던 매국노들을 일컫는 단어라는 데서 좀 놀랐는데 혹시 모르니 프랑스에서는 유의해야 할 단어일 수 있다는 설명은 덤이었어요. 결국 2차 세계대전은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고 나치를 몰아낸 프랑스 사람들은 적군에 협력했던 매국노들을 강력하게 처벌했다는 후일담이 언급됩니다. 이 부분에선 MC들도 다 속 시원하다고 표현했을 정도. 조금 딴소리긴 하지만 예전에 드라마를 봤을 때 대놓고 적군에 협력하던 매국노들을 가차 없이 처단하는 장면에서 통쾌했던 것처럼 가상이든 현실이든 매국노가 처단받는 내용은 보는 사람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좋은 편이었습니다. 강연에서 '밀리스'라고 하는 프랑스인들로 이루어진 레지스탕스 색출 부대가 언급되는데 당시 프랑스인들에게 독일군보다 더 끔찍한 대상처럼 여겨졌다는 걸 보면 매국노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감정은 결국 시대를 막론하고 비슷했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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