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의 해피엔드』 14화 리뷰입니다. 이제 드라마가 마지막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사건들이 제대로 드러났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일단 오프닝은 전편에서 숨어있던 백승규 팀장이 누구에게 살해당했는지 그 전말이 어떻게 되었는지부터 풀어주더라고요. 13화 엔딩에서 백승규의 시신과 함께 피투성이가 된 권윤진이 나오는 바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었는데요. 백승규를 권윤진이 직접 살해했다면 살인 혐의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울 텐데 왜 그런 짓을 무모하게 벌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놀랍게도 권윤진은 백승규를 자기 손으로 살해했으면서 살인 누명을 남태주에게 씌우고 자신은 그 자리에서 싸움에 휘말린 것처럼 위장한 거였습니다.
14화 초반부는 다른 일 때문에 몇 장면을 놓치긴 했는데, 이후 나오는 언급을 보면 남태주는 권윤진에게 받을 잔금을 가지러 갔다가 그 자리에 증거가 될만한 것들을 남기고 말았던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처음에는 남태주한테 돈을 주고 살인범 행세를 해달라고 한 건가 싶었는데, 남태주가 애초에 그런 제안을 받아들일 인물은 아닌 것 같고 그도 보기 좋게 권윤진한테 통수 맞고 이용당한 셈입니다. 권윤진은 회차가 지날수록 자기 아버지보다 더한 계략가가 되는 느낌인데, 솔직히 중반까지는 강간범인 약혼자를 못 잊고 피해망상으로 애꿎게 친구인 서재원을 원망하는 남미새라고 욕했지만 7년 동안 스토커로 위장해 서재원을 고통스럽게 한 걸 보면 사람 괴롭히는 데는 머리가 타고난듯하더라고요.
그런데 타고난 것이 저렇게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는 머리지 회사 경영이나 임원 자리를 유지할 능력은 되지 못하는 것 같은 게, 백승규 같은 경우는 살해당하기 일보 직전에도 권윤진더러 서재원만도 못한 인물이며, 그녀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는 거라고 대놓고 팩폭을 하더라고요. 전체적으로 사건이 꼬이기 때문에 답답한 회차이긴 했지만 백승규의 이 대사는 명백하게 사이다였달까. 또한 이번 회차에서 죽은 허순영 사건의 진실까지 드러났는데, 허순영의 살인을 계획한 건 권윤진이며 그녀에게 협조한 건 남태주지만 나중에 사태를 파악하고 그 상황에 끼어들어 허순영에게 농약을 강제로 먹인 건 권영익의 짓이었습니다. 결과가 어찌 됐든 살인 사건에 부녀 둘 다 개입한 건 확실한 사실.
남태주 역시 준비성은 철저한 빌런이라 이때의 상황을 촬영하여 증거로 남기기까지 합니다. 오수진 형사는 남태주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는지 그가 죽은 부인을 안치한 납골당에 나타날 걸 예상하고 그를 만나러 가는데요. 그가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면서 그를 데리고 가야 사건이 해결된다는 걸 파악했는지 그를 체포하려고 시도하지만 힘에서 밀려 그를 놓치게 돼요. 하지만 이후 서창석이 과거 사건으로 재판을 받게 될 시기에 준비를 하던 서재원 앞에 나타나 문제의 영상 파일을 넘겨주더라고요.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신기하다고 생각한 건 남태주라는 인물의 변화였는데 살인 사건에 협조하고 도박 중독에 주인공을 위기로 몰아간 장본인 중 하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주인공에게 협력할 처지가 되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입체적이라고 할까요?
거기다 도박 때문에 자기 부인을 불운하게 죽게 만들었으면서도 그에 대한 죄책감이나 죽은 부인에 대한 애정은 상당한 것 같은데 이번에 삽입된 과거 회상에서 서재원의 모친과 만나는 장면은 마치 불륜처럼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거든요. 다른 것도 아니고 경찰이었을 때 불법 도박단 일원이던 서재원의 모친을 수사하던 장면이었음에도. 그래서 서재원의 모친과 남태주 사이에서 뭐가 더 있나 싶더라고요. 어쨌든 현 상황에서 남태주는 앞으로 사건 해결에서 중요한 증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네요. 그런데 이번 14화를 보면 아버지 서창석과 남편 허순영이 서재원을 속인 건 사실이지만 그녀를 아낀 건 진심이었고 희생을 자처했다는 점에서 주변 사람들의 인성만 봐도 서재원과 권윤진은 대비가 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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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차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다시 감탄을 하면서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남편이 살해당하는 영상을 보면서 서재원이 오열하는 장면에서 연기력이 대단했어요. 하지만 연출은 좀 아쉬운 게 눈에 띄었는데 아버지와 남편이 문밖으로 나가는 서재원의 꿈 장면은 좀 이질적인 연출이라 드라마랑 따로 노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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