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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24년~)

『나의 해피엔드』 16화(최종화) 리뷰 (2024. 2. 25. 작성)

by 0I사금 2025.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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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꾸준히 보아온 드라마 『나의 해피엔드』 드디어 16화, 마지막 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진행 중에 답답한 구간이 적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주인공을 너무 몰아세우는 장면이 많아 괴로운 점도 있었지만 마지막에 주인공이 자기 상황을 극복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하면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엔딩을 냈다고 할 수 있네요.  드라마를 보면서 혹시 엉뚱한 반전으로 이 모든 게 서재원의 망상이었다 이런 게 튀어나오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그런 생뚱맞은 반전은 드라마 분위기상 나올 일이 없더라고요. 특히 마지막에 서재원이 휴식기를 가지며 자신의 응어리를 나름 정리하고 환상 속 친구로 생각했던 상담의 조수경을 직접 만난 뒤 그동안 일을 털어놓는 마무리는 훌륭한 구성이었다는 생각. 살아남은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찜찜한 구석 없이 결말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아예 없지는 않았는데, 일단 권윤진의 퇴장이 그랬습니다. 전편에서 귀국한 아린을 납치하려고 권윤진이 공항까지 직접 찾아간 사건은 납치라기엔 조금 미묘한 상태로 해결되었다는 점인데요. 처음엔 권윤진이 마지막으로 발악하기 위해 아린에게 접근한 건가 싶었지만, 실상은 모든 걸 놓은 상태에서 자기 나름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그동안 유산한 자기 자식 대리로 생각했던 아린을 만나러 간 것으로 해석되더라고요. 처음엔 권윤진은 서재원에게 전화를 걸어 불안한 분위기를 유발하기는 했지만 막판엔 순순히 아린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자신은 거리를 걸어 다니다가 차에 치이게 되는데, 이 장면은 따지고 보면 권윤진의 자살 같지는 않더라고요. 처음 횡단보도에서 신호 위반한 오토바이 때문에 한눈을 팔다가 트럭에 치이게 된 셈이니...


권윤진이 어느 정도 자신을 포기한 측면이 있기는 했지만, 죽음 자체는 사고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권윤진의 이런 퇴장은 조금 허무하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빌런인 권윤진이 이렇게 퇴장하면서 형사인 오수진의 활약이 막판에 줄어든 것도 아쉬웠다는 생각. 권윤진도 저렇게 허무하게 사망하는 게 아니라 살아서 처벌을 받고 다른 삶의 의미를 찾아보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다른 빌런이었지만 다채롭게 활약한 남태주 같은 경우는 출소한 후 도박에서 손을 떼고 친구인 오수진의 격려(?)도 받으며 새로운 삶을 살 암시를 보여주기도 한 걸 보면 하는 짓이 악랄하긴 했지만 여러모로 불운한 인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기 직전 떠오른 것도 다른 게 아닌 친구인 서재원과의 추억이라는 것도 미묘했고요.

권윤진의 죽음 이후 드라마는 서재원을 비롯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분한 템포로 정리해 나가는데 1년 뒤 서재원은 회사 사람들에게 자신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음을 밝힌 후 대표 자리에서 사임합니다. (대표 자리는 윤테오가 맡게 됨) 그리고 가족들 품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면서 남은 일을 마무리하는데 그건 다름 아닌 딸인 아린에게 아버지 허순영의 죽음을 알리는 거였죠. 아린은 아이가 성숙하다는 암시가 있어서인지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그걸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었고요. 또한 서재원은 아버지의 권유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별장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여기서 뜻밖에도 서재원은 어머니와 매우 닮은 별장 주인을 마주치며 놀라게 됩니다. 이미 초반부터 암시되는 바이긴 하지만 별장 주인은 진짜가 아니라 서재원이 만들어낸 환상이었어요.


서재원은 의사인 조수경을 만나 그동안 일을 털어놓으면서, 환상 속 친구 수경이 말고도 별장에서 엄마와 닮은 환상을 보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초반엔 반전으로 저게 환상이 아니라 진짜 엄마랑 닮은 현실 사람이지 않을까 추측도 했습니다. 하지만 별장 주인치고는 서재원을 대하는 게 많이 살갑고 친절한 구석이 있었고, 서재원이 말하길 그런 대접은 원래 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그녀가 받고 싶었던 것이라는 설명이 나오더라고요. 서재원의 어머니가 그런 환상으로 나타난 것은 결국 서재원이 과거 어머니 때문에 받은 상처를 마주하는 과정이었고, 서재원은 어머니의 환상을 부정하지 않고 직접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면서 그동안의 응어리를 털어놓는데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슬프지만 감동적이었던 장면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어머니에게 사랑받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이 환상에서나마 애정을 주는 어머니를 만났고 나름 화해에 도달하는 과정이었으니까요. 이 드라마의 인상적인 점으로는 보통 정신질환은 두렵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서 주인공 서재원이 자신의 병을 인정하면서 하나의 삶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그려진다는 부분인데 다른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와 비슷한 관점이라고 할까요? 어쩌면 서재원이 자신의 병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치료의 시작이며 서재원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며 프로포즈한 윤테오가 서재원의 병은 전부가 아니라 그녀의 일부라고 한 대사가 드라마의 주제를 암시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엔딩에서 서재원은 바닷가에서 환상 속 친구인 조수경과 마주하지만, 더 이상 그에 의지하는 모습 없이 그녀를 보내주는 장면 또한 이 드라마의 엔딩으로 훌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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