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넷플릭스에서 다큐를 예전보다 더 찾아보게 된 느낌입니다. 물론 넷플릭스에 올라오는 드라마들보다 접하는 숫자가 적기는 합니다만... 보통 다큐멘터리, 그것도 범죄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라고 한다면 현실 사건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해도 실제와는 다르게 구성되며 상상의 여지가 많이 추가되어 가공된 드라마나 영화와는 달리 어딘가 불안과 찜찜함을 안겨주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넷플릭스에 다양한 다큐멘터리가 있지만 오리지널 드라마나 영화보다 선뜻 재생을 누르기 어려운 이유는 이런 데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다큐 『비밀의 집 : 부라리 일가 사망 사건』을 보게 된 것은 일단 넷플릭스 홈에 뜬 게 눈에 들어온 것도 있고, 외국의 다큐이며 한국과는 문화가 많이 다른 인도의 사건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일어나는 사건과는 양상이 많이 달라 그나마 공포나 현실적인 찝찝함이 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자세하게 보게 된다면 인도 같은 다른 문화권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하는 행태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다큐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어 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1부 : 11구의 시체
다큐 1부에서는 인도 델리시에서 벌어진 3대가 함께 사는 일가족이 전부 목을 매어 사망한 사건과 그 사건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과 그 사건을 취재하게 된 기자와 특파원, 사건을 조사한 심리학자들을 비롯, 희생된 가족들과 친했던 이웃 사람들과 그 유족들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집단 자살 사건'이냐 아니면 '타살'이냐 경찰과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리는 등 이런 특이한 사건이 터질 경우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며 이슈가 되는 모습은 어디나 비슷한 양상을 띠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사건 당시 사람들의 인파를 본다면 저건 사건 현장이 훼손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몰려든 것이나 이 사건이 자살일 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유족과 시민단체가 경찰을 압박하는 사례도 낯설지 않았는데요. 와중에 사건 현장에 있었지만 11명의 사망 사건에 집중된 나머지 방치된 반려견을 구하기 위해 동물보호단체에서 개를 거두어가는 내용도 나오는데 이 동물보호단체 직원이 개를 옥상에 방치하지 않았다면 침입자를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하는 말을 보아 당시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사건을 자살이 아닌 살인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부 : 11권의 일기
다큐 2부에서는 사건을 둘러싼 언론의 억측과 경찰의 조사를 통해 발견된 11권의 일기를 통해 사건의 진상이 무엇인지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지적하듯 언론은 사건의 자극적인 면모만을 부각시키며 '음모론' 비슷한 것을 양산하기도 하면서 수사에 차질을 주는데요. 여기서 일가족 자살 사건에 '구루'나 '탄트릭'이 개입된 것이 아니냐며 사람들이 의심을 품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큐 내에서 '탄트릭'이 무엇인지 설명이 나오지 않지만 구루와 비슷하게 취급되는 것으로 보아 영적인 지도자를 일컫는 것으로 추정되더라고요.
여기서 엉뚱하게 건설업자의 딸이 누명을 쓰고 언론에 시달리게 되는데, 애꿎은 사람이 마녀사냥 대상이 되는 것이나 집단 자살 사건이 벌어질 경우 그걸 '사이비 종교'와 연관 짓는 건 인도 사람들도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경찰이 발견한 11권의 일기는 희생자 집안의 손녀들이 기록한 것으로 그 기록을 통해 수사관들은 죽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가족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통제한 이는 막내아들 랄리트이며 랄리트는 자신에게 아버지의 영혼이 들어왔다고 주장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어떤 의식을 치렀다는 게 확인됩니다. 즉, 사이비 종교가 끼어든 것은 아니지만 그와 유사한 신념 체계가 희생자들을 지배한 것은 사실이었던 거죠.
3부 : 11명의 일가족, 그 너머
다큐 마지막 3부에서는 랄리트라는 인물이 어떻게 다른 가족들을 세뇌하고 가족들은 어떻게 그에게 세뇌당했는지, 또 랄리트가 왜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바니안 의식이라는 종교적인 의식을 치루었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사건 관련자들을 비롯 희생자들과 친분이 있던 인물들의 인터뷰를 본다면 랄리트는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유능한 인물이었지만 젊은 시절 오토바이 사고로 두부 손상을 입고, 임금 문제로 가게에서 고용주에게 살해당할 뻔한 사건으로 큰 트라우마를 얻는 등 정신적인 문제를 앓고 있었고 당시 인도의 사회적인 분위기 탓에 정신과 상담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희생자 가족이 랄리트의 지배 아래 들어간 건 단순하게 랄리트가 계획적으로 아버지의 빙의나 계시 등 '기적'적인 행동을 준비한 것만이 아니라, 그 가족 자체가 지나치게 죽은 아버지에게 의존하고 있는 등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였고요. 다큐 초반부에서는 이웃과 유족들의 증언을 통해 희생자 가족은 어디에도 없을 선량한 사람들이며 화목한 중산층 가정이라는 사실이 강조되었지만 실은 그것은 희생자들의 침묵과 세뇌의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이 다큐는 그렇게 사건의 진상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지만, 이 사건을 둘러싼 사회적인 문제를 다방면으로 비판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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