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도서관에서 발견했을 때 그 디자인이 눈에 띄어서 빌려온 책입니다. 책의 표지는 양장인데 거기에다 덧대어진 질감이 천과 같고 표지의 문양이 예스럽고 신기한 느낌이 들어 다른 책들에 비해 뭔가 고급(?) 진 느낌을 주었습니다. 일단 첫 느낌이 굉장히 좋았기에 다른 책들보다 기대를 많이 하면서 빌려온 점도 있었고요. 책의 제목은 『여우와 별』이고 책을 대충 훑어봤을 때 삽화의 비율이 높고 글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작아 일종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종종 책의 삽화를 살펴보면 그림이 아니라 판화 같단 느낌을 주는 부분도 많았었고요. 속의 이미지는 대강 아래와 같습니다.
보통 한 페이지에 글과 그림이 실려있어 내용이 전개되는데 내용 전개상 클라이맥스나 충격을 필요하는 부분에서는 커다랗게 두 페이지에 걸쳐 큰 그림이 실려있기도 합니다. 책의 내용은 숲 속에 사는 겁 많은 작은 여우가 자신을 비춰주는 별을 발견하고 그 별빛 아래 살아가다가 어느 날 별이 사라지자 당황하여 별을 찾으러 헤매다가 숲을 빠져나와 평원에 도착한 뒤 무수히 많은 별들로 가득 찬 하늘을 보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처음엔 책을 읽고 별을 찾는 여우의 모습은 희망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일까 생각을 했지만 다시금 읽어보니 책의 이야기는 '자립'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했습니다. 왜냐하면 처음 시작 여우는 작고 겁이 많아 숲 속을 빠져나가지 못했고 숲 속을 돌아다니는 것도 숲 속에서 사냥을 하는 것도 다 별의 도움 아래에서 행해졌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별이 갑작스럽게 사라지자 공포에 질려 구덩이 안에 스스로를 가둬놨다가 딱정벌레의 습격으로 정신을 차려 밖으로 빠져나오고 잃어버린 별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다 평소 벗어나지 못한 숲을 벗어나 평원에 나오자 지금껏 본 별 보다 더 많은 별들을 보게 되고 그중에 자신이 찾던 별들이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는 점으로 평원으로 빠져나온 여우는 유유히 무수한 별빛 아래 새로 여행을 떠나는 결말로 끝나거든요. 별은 보호자 내지 의존하는 대상, 혹은 처음 해석대로 희망이라고 봐도 무리는 없을 듯하며 여우를 감싸던 숲 또한 평원으로 가기 위한 장애물이면서 별을 가리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아직 작고 겁 많은 여우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우가 자신이 잃어버린 별을 찾기 위해 홀로 여행을 감행하면서 결국 장애물이자 동시에 자신을 지켜주던 숲을 벗어나는 것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으로 겪게 된 고통스러운 과정이 결국 여우를 성장시키고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난 순간 원하는 것을 되찾게 되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여우가 예전에 잃어버렸던 자신의 별 하나에 도로 집착하는 결말이 아니라 더 많은 다양한 별이 있고 그 별 속에 자신의 별 또한 언제나 있을 것임을 알고 평원을 사뿐히 걸어갈 수 있는 마지막 장면은 더 이상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하지 않고 또한 자신의 별에 대한 집착도 내려놓으면서 앞길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되었다는 모습으로 해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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