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노 시즈카의 『별을 새기다』는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이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수가 많지 않은 만화책이다 보니 흥미가 생겨서 빌려오게 되었는데 처음엔 흔한 순정만화 단편집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 이름을 보면 여성인 것 같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런 것과 크게 상관없이 읽다 보니 만화의 색이 참으로 특이하다 싶었는데 일단 만화가 끌린 이유는 이 작가의 독특한 그림체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섬세하고 예쁜 그림체이긴 합니다만 흔히 알려진 일본 만화 그림체와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인데 네이버 책 소개에서도 "스크린톤으로 수많은 투명절판을 세밀하게 자르고 붙이는 방법으로 원고를 제작했다."라고 나오듯이 굉장히 특이한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결국엔 책 자체에 반해버려서 소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 속 한 장면으로 대개 이런 느낌인데 대개 얼굴이나 몸의 바깥 윤곽선을 무테로 처리한 경우가 많은 게 특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부에 특별한 처리를 하지 않은 이상 등장인물들의 얼굴이 흑백임에도 매우 뽀얗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일본 만화 특유의 분위기가 강하긴 하지만 캐릭터 자체만으로 봤을 땐 등장인물들의 생김새가 둥글둥글하면서 깔끔한 게 왠지 미국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기도 했습니다. 특히 중반의 한 에피소드는 미국의 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소년들의 익살스런 이야기가 들어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상당히 위화감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요?
내용들은 사랑 이야기에서부터 탐미적인 분위기의 단편도 더러 존재하며, 일본의 요괴 설화나 마치 중국의 요재지이의 한 에피소드를 각색한 듯한 느낌이 나는 이야기가 있어 흥미를 끕니다. 이런 유의 이야기는 원래 관심분야이기도 했기 때문인데 이런 구전 설화에서 소재를 취했을 이야기들은 결말이 작가의 특징일지 조금 오싹하게 끝나더군요. 특히 요괴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익살스럽게 전개하더라도 결말까지 다 본다면 일종의 블랙 유머가 아닐까 싶을 정도. 전체적으로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많은데 책의 제목과 같은 '별을 새기다'(위의 이미지)는 문신과 별자리, 그리고 소년의 성장을 서로 연결시켜 가장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단편입니다.
반면 화음을 의인화 시켜서 이리저리 얽힌 치정(?)극을 보여주는 단편이나, 사람들 속에 있는 별을 실체화해서 얻으려는 독특한 과학자 이야기라던가, 눈을 보고 싶어 하는 순박한 소년 때문에 일어나는 시골 아이들의 갈등 이야기 같은 경우는 결말들이 판이하더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마지막 단편 계피향 같은 경우는 주인공들과 환상적인 소재가 결합된 내용이라 이야기 구조 자체는 타 단편들과 다를 바 없지만 앞의 단편들 대개 남성들이 중심으로 그들끼리의 오고 가는 미묘한 감정 묘사가 나오는 것과는 달리 소녀들끼리의 교감이 주 내용이라 더 눈에 띄는 점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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